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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달걀수입? 식품대기업은 '숨통', 영세유통상은 '발동동'

유지승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유지승 기자] "달걀 수입이요? 30년간 농가에서 받아서 팔아왔는데 갑자기 외국 업체하고 어떻게 연락해서 들여옵니까."

"당장 저도 죽게 생겼지만, 저만 보고 있는 거래처들 살리려면 수입해야 하는데 하루 아침에 복잡한 무역을 배우려니 한숨만 나옵니다."

영세 달걀 유통상들의 말이다. 정부가 달걀 공급 부족 해결을 위해 수입 지원에 나섰지만, 이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정부는 이달부터 한시적으로 달걀 수입 시 할당관세(27%→0%)와 운송비(50%) 지원을 내걸었다. 현재 AI 비발생 국가인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스페인 등 5개국에서 수입이 가능한데, 이들 국가의 달걀 값이 비싸 지원이 없고서는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데 따른 조치다.

이번 지원책으로 당분간 물량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지만, 업체별 희비는 엇갈리고 있다.

식품대기업의 경우 대부분 다른 제품을 수입한 경험이 있어 절차상 큰 어려움이 없다. 더욱이 시중 유통용이 아닌, 직접 구매해 사용하는 물량 비중이 커 유통기한에 대한 부담이 덜하다. 또 이 때문에 항공이 아닌 배로 생란 뿐만 아니라 가루나 냉동형태의 가공품을 들여올 수 있어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한 식품대기업 관계자는 "수입 준비를 이미 마친 상태"라며 "케이크 등 제품 생산에 쓰이는 달걀이 부족했는데 당분간 숨통이 트여 다행"이라고 전했다.

반면, 영세 유통상인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지난 5일 aT센터에서 열린 '계란 및 난 가공품 수입절차 설명회'에서는 외국 업체와 달걀 수입 계약을 하는 것부터 들여오는 과정, 검역기간, 비용에 대한 문의가 쏟아졌다.

달걀 수입과 관련된 농림부, 식약처, 검역관, aT센터, 한국식품산업협회 등 관련 부처와 기관 담당자들이 달걀 수입 과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줘야 하는 자리였지만, 정확한 메뉴얼을 속시원하게 설명해주는 이는 없었다.

영세 도매상들의 절박한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쏟아지는 질문에 정부 기관 담당자들은 "그 부분은 검토해보겠다. 내 소관이 아닌 다른 부서에서 하는 거라 알아봐야 한다. 큰 문제 없을 것이다"란 모호한 대답을 반복하기도 했다. 더욱이 관련 부처들이 통합해 사태 해결에 힘써야 함에도 불구하고 서로간의 업무 이해도가 떨어져 마이크를 넘기기에 바빴다.

달걀 유통상을 운영하는 한 사장은 "다섯 시간 차를 타고 먼길을 왔는데 설명을 들으니 더 혼란스럽다"며 "운송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할 지, 검역 과정에서 컨테이너를 어떻게 구하며, 유통기한은 부처 관계자 말대로 자의적으로 정해도 되는 것인지 의문 투성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달걀 유통상인도 "우리는 수익을 얻으려고 수입 추진을 하려는 게 아니다"면서 "폐업하지 않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지만 쉽지 않은 현실"이라며 절박감을 호소했다.

이와 관련, 농림부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실적으로 식품 대기업들이 달걀 수입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영세 업체들은 리스크 부담 등이 크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고 인정하기도 했다.

이번 AI 사태는 초기 방역 대응에 실패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 기존과 다른 고병원성 AI 바이러스 발생에도 정부는 AI발생 한달 만에야 위기경보를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올리는 등 늑장 대응으로 피해를 확산시켰다.

하지만 정부는 '수입 달걀'이란 미봉책만 홍보하며 폐업 위기에 몰린 영세 업체들의 그늘은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고 있어 이들은 또 한 번 눈물을 흘리고 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유지승 기자 (raintree@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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