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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남수칼럼] 우리은행을 주목한다!

최남수 대표이사

민영화의 길로 들어선 우리은행. 독특한 전통이 있다. 은행장이 퇴임하면 당시 임원들로 모임을 만들어 계속 만난다. 친목모임이지만 현직 은행장으로선 신경이 쓰이는 자리다. 전직 은행장들이 임원들과 모이다 보면 아무래도 미주알고주알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16년 만에 ‘민간 경영시대’를 맞은 우리은행은 2가지 점에서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 하나는 정부가 여전히 1대주주인 상황에서 실질적인 민영화가 담보될까 하는 점. 또 다른 하나는 새로운 퇴임 은행장 모임이 이번에 만들어질지, 아니면 미뤄질지 하는 점이다. 주주 대표선수들인 과점주주들이 추천한 사외이사들이 주축이 된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이달 중 차기 은행장을 선임할 예정이다.

세상사가 다 그렇듯 이런 큰일을 앞두고는 으레 소음이 생긴다. 현직 이광구 행장은 인상적인 실적에도 불구하고 ‘서금회’ 논란이 신경이 쓰일 것 같다. 대부분 도전자가 특정 지역 출신이다 보니 지역 대결이라는 잡음도 나온다. 외부 입김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가장 이상하게 들리는 건 우리은행의 뿌리인 상업과 한일은행 출신들이 번갈아 행장 자리를 맡자는 주장이다. 상업은행 출신인 이순우 전 행장과 이광구 현 행장이 연달아 사령탑을 맡았으니 이번엔 한일이 해야 한다는 것. 현재 우리은행 직원 중 80% 이상은 두 은행이 ‘우리’라는 한 지붕 아래 모인 후 입사했다. 그런데도 상무와 부행장 스물두 자리 중 정확히 반반을 상업과 한일 출신이 나눈 ‘산술적 균형’을 유지한다.

정부 품에서 벗어나는 것을 열망해온 우리은행. 자율경영 은행의 돛을 제대로 올리려면 전 임직원이 과거의 꼬리표를 떼야 한다. 명실상부하게 ‘한 지붕 한 가족’이 되고 객관적으로 측정된 실력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더구나 비선실세와 정실인사 논란 등으로 국가적 대개혁이 논의되는 현시점에서 이런 불합리한 외적 변수들은 논의 마당에서 배제되는 게 마땅하다.

이 같은 점에서 임추위원들이 제시한 새 행장의 자격요건은 적절하다고 본다. 내부 출신을 뽑는다는 전제 아래 업적, 미래비전, 리더십, 경영능력 등을 따져보겠다고 했다. 임추위원들은 소명의식을 가지고 말 그대로 이 기준만을 돋보기로 활용해야 한다. 이 기준 외의 변수를 가지고 비난전을 펼치거나 행여 선임 로비를 하는 후보가 있다면 중도탈락시키겠다는 선언을 공개적으로 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새 행장을 뽑는 일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들이 우리은행 앞에 놓여있다. 먼저 우리은행의 민영화는 아직 ‘명실상이’(名實相異)하다. 정부가 손을 떼겠다고 말한 것일 뿐 여전히 지분율 18%의 1대주주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정권이나 정부가 바뀌면서 언제 변심할지 모를 일이다. 그래서 정부가 남은 지분의 매각기준을 투명하게 제시했으면 한다. 또 새 행장이 이번에 선임되면 CEO 승계 프로그램을 가동해 앞으로 있을지 모를 외부 입김을 차단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현 정부가 벌인 일이니 결자해지 차원에서 올 상반기 중 이런 일들이 마무리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사회가 강해진 만큼 CEO와 이사회의 조화로운 협업도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과거 KB금융그룹 사례처럼 이사회와 CEO의 반목이 은행의 발목을 잡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우리은행은 최근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이익률과 재무구조 건전성 등이 많이 좋아졌다. 주가도 실적 호전과 민영화 변수에 힘입어 오름세를 탔다. 이제 시작이다. 빨라지는 금융의 디지털화 같은 ‘가보지 않은 길’에서 선두권 경쟁을 벌여야 하고 금융지주로의 전환 등 경영의 큰 맥을 짚는 일들이 주어져 있다. 새 사령탑이 정치적 논란, 지연, 전력 등 구시대적 기준 말고 ‘능력의 리트머스시험지’만으로 선별돼야 하는 이유다. 해외에 넘길 수 없어 지킨 은행인데 제대로 키울 인물이 선수(船首)를 잡아야 하지 않겠는가.


[머니투데이방송 MTN 최남수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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