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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정치적 타협의 산물 우리은행장 임기가 주는 의미

권순우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권순우 기자]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임기는 지난해 12월 30일까지입니다. 31일도 아니고 30일입니다. 지분을 매각하고 새로운 주주를 맞느라 차기 행장을 선임하지 못했고 임기는 정기 주주총회가 있는 3월 말로 연장이 됐습니다.

그렇다고 3월말까지 실질적인 은행장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합니다. 우리은행 이사회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차기 행장을 내정하기로 했습니다. 공식적으로 차기 행장이 취임하는 것은 주주총회 이후지만 이사회가 차기 행장을 내정하면 그 사람이 경영의 주도권을 쥐게 됩니다.

다른 후보가 차기 은행장이 될 경우 공식 은행장과 실질 은행장이 다른 이상한 상황이 됩니다. 은행장 임기가 주주총회가 있는 3월 말이었다면 혼란이 없었을 텐데, 유독 우리은행만 행장 임기가 12월 30일입니다.

은행장은 주주총회를 통해 결정이 되기 때문에 거의 모든 은행장 임기는 주주총회가 있는 3월 말로 맞춰져 있습니다. 우리은행만 CEO 임기가 12월 말이 된 것은 전임 이순우 회장 때부터입니다.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2013년 4월 임기를 1년 남기고 사퇴를 했습니다. 이명박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로 정권이 바뀌자 대표적인 MB맨으로 꼽히던 이팔성 회장은 금융당국의 퇴직 압박에 임기 중간에 사퇴를 했습니다.

차기 회장은 당시 은행장이었던 이순우 행장이 겸임을 하는 형태로 정리가 됐습니다. 이순우 전 회장의 선임 배경을 두고 정권 핵심 실세였던 허태열 전 비서실장,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와 친분설이 파다했습니다.

새로 회장으로 취임한 이순우 회장의 임기는 통상적인 3년도 2년도 아닌 1년 6개월로 결정이 됐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우리금융 민영화를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라고 알려졌습니다. 12월 31일도 아닌 30일로 결정된 것은 마지막 결산일인 12월 31일로 정할 경우 이듬해 3월 주주총회까지 연장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지주 회장은 시켜주지만 임기는 더 줄 수 없다는, 일종의 정무적 타협의 산물입니다.

이순우 회장이 12월에 퇴진을 하자 이후 취임한 이광구 행장의 임기도 어중간하게 주주총회보다 3개월 이른 12월 30일이 됐습니다.

민영화에 성공한 우리은행은 또다시 행장 임기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우리은행 이사회는 지난주 차기 행장 임기에 대해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우리은행 사외이사는 “19일 평판 조회 결과가 나오면 4~6명 정도 면접 대상을 정하고 면접하는 날 임기를 정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우리은행장의 임기를 단순하게 생각하면 다른 은행들처럼 3년으로 정할 수 있습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현직 이광구 행장을 단독으로 연임 시키는 것이 아니라 다른 후보들과 함께 공모에 참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 임기에 차별을 두면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이광구 행장이 연임을 할 경우 2년을 했으니 추가로 1년을 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차기 행장 추천에 앞서 임기를 1년으로 정한다면 사실상 이광구 행장을 내정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임기가 얼마가 되느냐에 따라 차기 행장 후보를 유추해볼 수 있다는 겁니다.

향후 있을 금융지주 전환까지 염두에 두면 임기 문제는 더욱 복잡해 집니다. 이광구 행장은 올해 안에 금융지주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언급 한 바 있습니다. 행장 임기를 길게 잡을 경우 지주사 전환을 이뤄낸 은행장이 본인보다 상급자인 지주 회장을 뽑는 절차를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외이사들은 은행장 임기를 결정할 때 지주 전환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는 분위깁니다. 한 우리은행 사외이사는 “지주사로 전환을 하려면 증권, 보험 등 다른 계열사를 인수해야 하고, 인허가 절차 등을 감안하면 지주사 전환이 그렇게 빨리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사회 안팎에서는 ‘2+1’ 임기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향후 지배구조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고 ‘+1’을 이사회가 평가함으로써 은행장에 대한 견제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CEO의 임기가 중요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공공기관의 경우 정부가 기관장을 내려보내고 임기를 챙겨줍니다. 낙하산 인사의 경우 뒤에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으니 임기를 연장해 독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민간 기업은 다릅니다. 잘하면 언제까지나 CEO를 할 수도 있고 못하면 당장 내일이라도 쫓겨날 수 있습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잘하면 10년도 시키고, 못하면 이사회에서 잘라 버리면 되기 때문에 임기가 3년이든 2+1년이든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은행은 정부 소유로 있으면서, 민영화를 거치면서 갖게 된 기형적인 구조가 많이 있습니다. 임기 역시 마찬가집니다. 정치적 뒷배를 가진 낙하산이 맡는 자리였기에 정치적 타협의 결과로 이상한 임기가 만들어졌습니다. 다른 민간 은행처럼 임기의 정상화가 이뤄질지, 첫 민간 은행장의 임기가 관심을 받는 이유입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입니다.(soonwoo@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MTN = 권순우 기자 (progres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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