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N NEWS
 

최신뉴스

[MTN현장+]"성학십도? 그림으로 대체하라"…농협 회장의 '실용 우선' 리더십

권순우 기자

김병원 농협회장 응접실 <성학십도>

[머니투데이방송 MTN 권순우 기자]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의 응접실에는 퇴계 이황의 ‘성학십도’ 병풍이 있습니다. 퇴계 이황이 17세의 어린 나이로 왕위에 오른 선조에게 올린 상소문입니다. 교과서에도 나오는 유명한 작품입니다.

성학십도를 알아보는 일반인은 많지 않습니다.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성학십도 앞에서 농협 임직원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름 정도는 알지만 그 의미를 아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김병원 회장은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하는 병풍은 의미가 없다”며 “차라리 그림을 가져다 두면 보는 사람이 보기 좋지 않겠냐”고 말했습니다. 실용적인 성품이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농촌과 농협에 대한 진지한 인터뷰가 끝나고 소소하지만 진심으로 궁금했던 문제를 물어봤습니다.

“농촌 총각들 장가 못 가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김 회장은 “전국적으로 처녀 농군을 발굴해 보니 106명이 있었다”며 “그들의 농가 소득이 1억원에서 1억 5천만원까지, 농사를 너무 잘 짓는다”고 말했습니다.

농협중앙회는 지난해 참신한 아이디어와 경험을 농업에 접목한 처녀농군을 초청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쌀로 만든 케익과 쿠키를 만드는 유지혜(35세)씨, 지리산피앗골식품을 만들어 연간 5억원의 매출을 올린 김미선(31세)씨 등이 참석했습니다.

농협은 전국의 농고생들 앞에 처녀 농군들을 초청해 농업의 성공 모델을 보여줬습니다. 김 회장은 "농고의 60%는 여성"이라며 “언니들을 보고 농사를 지으려고 하면 농협이 적극 지원을 하겠다"고 격려를 했다고 합니다.

농촌의 젊은이들이 그곳에 머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농촌을 잘 아는 사람이 낼 수 있는 발상입니다. 김 회장은 1978년 농협에 입사해 30년 넘게 농업 현장을 지켰습니다.

김 회장의 실용성과 현장 감각은 취임 이후 속도감 있는 구조조정으로 나타났습니다.

김 회장은 취임 직후 비료를 만드는 남해화학 본사를 여수로 옮겼습니다. 공장이 여수에 있는데 본사가 굳이 서울에 있어야 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섭니다.

지방으로 내려가면 임차료, 관리비 등을 절감할 수 있고 공장 옆에서 근로자들과 함께 일하면 생산성을 높일 수 있어 비료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판단도 있었습니다.

그 결과 거의 20%의 비료 가격을 낮췄습니다. 같은 이유로 농촌을 떠나 있는 농협케미칼, 농협홍삼도 공장이 있는 지역으로 본사를 옮겼습니다.

수출은 NH무역으로 통합하며 농협중앙회 해외사무소를 폐쇄했습니다. 또 인재개발원을 만들어 계열사마다 있는 10개의 연수원을 하나로 묶었고 연수원 마다 있는 교수도 40명 정도 줄였습니다.

김 회장은 “경영비용을 절감해 농촌의 비료값, 농약가격을 낮춰주기 위해서”라며 “300만 농민이 바라봤을 때 무엇이 잘못된 관행일까, 그 관행을 하나씩 걷어내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농촌 문제는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농민들은 자본주의 국가에 살고 있지만 생산성의 관점으로만 접근을 해서는 답을 찾기 힘듭니다. 그렇다고 생산성을 무시해서는 생존이 힘듭니다.

또 농촌의 문제지만 농촌에서 해결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을 이끌어 가는 리더들이 서울에 모여 있어 현장의 목소리도 잘 전달되지 않습니다. 농협은 농촌과 국민들을 연결하는 중요한 소통이 메신저입니다. 실용성과 현장감각은 농협의 수장이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입니다.

김 회장은 “소비자들에게 ‘수입농산물을 먹지 마십시오’ 이런 시대는 지났다”며 “농촌을 제대로 살려 내려면 5천만 국민들이 농촌을 채워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농촌,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국민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농협동연수원을 만들었다”며 “거기서 오피니언리더를 비롯해 도시 주부들, 각계각층의 사람들에게 농촌과 농업의 가치를 전하려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임기가 끝나는 2020년까지 농가소득을 5천만원까지 높이겠다는 약속. 5천만 국민들이 함께 체우는 농촌을 만들겠다는 약속. 김 회장의 공약이기도 하지만 대한민국의 바람이기도 합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soonwoo@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MTN = 권순우 기자 (progres9@naver.com)]

머니투데이방송의 기사에 대해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하실 분은 아래의 연락처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고충처리인 : 콘텐츠총괄부장 ombudsman@mtn.co.kr 02)2077-6288

MTN 기자실

경제전문 기자들의 취재파일
전체보기

    Pick 튜브

    기사보다 더 깊은 이야기
    전체보기

    엔터코노미

    more

      많이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