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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대한 의료 데이터 강점 활용 서둘러야

도강호 기자

가천대 길병원에 설치된 IBM 왓슨 인공지능 암센터의 다학제 진료실에서 암환자의 치료 계획에 대한 다학제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가천대 길병원에 설치된 IBM 왓슨 인공지능 암센터의 다학제 진료실에서 암환자의 치료 계획에 대한 다학제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테크M = 도강호 기자] 지난해 12월 가천대 길병원에서 IBM의 ‘왓슨 포 온콜로지’가 첫 진료를 시작했다. 가천대 길병원은 여러 분야의 의료진이 암환자의 상태와 치료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다학제 회의에서 왓슨을 활용하고 있다. 사용 빈도는 일주일에 10~20건 정도다.


기본적으로 의료진이 환자의 상태에 대해 논의, 치료방침을 수립하고 왓슨은 이를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의료진과 왓슨 모두 암 치료 방향을 결정할 때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의 치료 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왓슨으로부터 특별히 새로운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주로 왓슨은 최신 논문에 대한 정보를 업데이트 해주거나 환자에게 설명할 때 도우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관심을 끄는 이벤트에도 불구하고 실제 의료 현장에서 인공지능(AI)이 활용되는 사례는 드물다. 하지만 헬스케어 업계 관계자들은 인공지능이 헬스케어 산업의 판도를 크게 바꿀 것이라는 데는 의견을 모으고 있다. 또 인공지능으로 인한 변화의 속도가 생각만큼 빠르지 않을 수 있다는 점, 올해가 인공지능과 헬스케어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라는 점에 대해서도 의견이 일치했다.


의료 인공지능 상업화가 관건
인공지능 딥러닝 기술을 이용해 의료 데이터를 분석하는 진단 보조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뷰노(Vuno)는 올해 실제 판매를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뷰노는 폐 영상에서 질병을 진단하는 연구로 잘 알려진 스타트업이다. 하지만 뷰노의 연구 영역은 폐 질환 진단에 그치지 않는다. 활용할 수 있는 의료 영상 데이터가 많기 때문에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을 뿐 다른 의료정보를 분석하기 위한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이예하 뷰노 대표는 “심전도, 호흡, 맥박 등 각종 생체정보뿐만 아니라 연령, 몸무게 등의 기본 정보, 생활습관 정보 등도 함께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올해는 구체적으로 무언가 나와야 하는 상황”이라고 헬스케어 업계 분위기를 설명했다. 지난해 말 미국에서 세계에서 가장 큰 영상의학회인 북미영상의학회(RSNA)가 열렸다. 이 학회에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인공지능을 이용한 영상 진단 연구가 다수 전시됐다.


이 대표는 “우리는 폐와 손 엑스레이를 분석하는 연구를 전시했는데, 인허가를 받았는지 물어보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연구 수준에서 인공지능을 이용한 영상 진단이 이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얼마나 상용화에 근접했는지가 주요 관심사였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올해는 아마도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정부의 승인을 받을 정도가 아니면 도태될 것”이라며 “내년에든 뭐가 됐든 상용 제품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예상에 따라 뷰노도 상용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뷰노가 준비하고 있는 제품은 골연령 측정기술이다. 골연령 측정은 아기의 손 엑스레이 사진에서 성장판을 확인을 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일반적으로 소아과에서 진행되는 검진이다. 실제 진단은 의사가 아기의 엑스레이 사진을 표준 이미지와 일일이 비교해 골연령을 판단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문제는 소아과 의사들이 엑스레이 영상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이다. 영상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단순히 영상을 비교하는 작업에만 5~10분 정도 소요된다.


이 대표는 “현재 준비 중인 기술로 골연령 측정시간을 20~3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며 “인허가를 받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뷰노가 골연령을 시작점으로 잡은 이유는 생명과 직접 관련이 없는 분야라는 점과 병원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생명과 직접 관련이 없는 분야라는 점은 인허가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생명과 연결된 진단에 인공지능을 도입하는 일은 아직까지 사회적 합의 등 해결해야할 과제가 많기 때문이다.


병원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은 비즈니스 모델 관점에서의 접근이다. 현재로서는 병원에 무엇을 팔아야할지 불확실성이 더 크다. 인공지능 제품으로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사례가 아직 없기 때문이다. 뷰노는 의사들이 익숙하지 않은 일은 빠르고 정확하게 대신할 수 있는 인공지능에 맡기고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게 하는 것이 상업적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눔은 사람이 직접 사용자를 관리한다. 인공지능은 사람이 효율적으로 일하도록 돕는다.
(눔은 사람이 직접 사용자를 관리한다. 인공지능은 사람이 효율적으로 일하도록 돕는다.)



사람의 효율을 높이는 승부
글로벌 헬스케어 스타트업 눔(Noom)도 인공지능을 이용해 서비스의 효율을 높이고 있다. 눔의 핵심 서비스는 다이어트 앱이다. 살을 빼는 중요한 전략은 식사와 운동을 기록하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경우 지속적인 기록과 관리에 실패한다. 눔이 찾은 해법은 코치를 두는 것이다. 전문가가 사용자에게 칼로리를 제한하는 방법을 알려주거나 포만감은 높지만 칼로리를 낮은 음식을 추천하는 등 다이어트 가이드를 직접 제공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당뇨와 고혈압을 관리하는 서비스로도 확장했다.


눔이 선택한 코치를 도입하는 방법은 인공지능으로 자동화하려는 현재의 추세와 반대다.


의사로서 눔의 메디컬 디렉터를 담당하고 있는 김영인 차장은 “사람이 개입했을 때 효과가 더 좋다”고 단언했다. 인공지능을 이용해 사용자에게 가이드를 제시하고, 동기부여할 수도 있지만 사람이 직접 하는 것에 비해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결국 앱의 사용성과 결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사람이 개입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김 차장은 “헬스케어 분야에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인공지능이 사람으로 느껴질 만큼 발전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은 아직 인간을 돕는 수준이지 의사의 역할을 하거나 심리적인 부분을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동집약적인 방식은 효율을 높이는데 제한이 있다. 눔은 인공지능을 이용해 사람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고 나머지를 자동화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반복적인 일은 인공지능이 해결하고 코치들은 사용자에게 집중하도록 한 것이다.


눔 코치는 100명 정도의 사용자를 관리한다. 이를 위해 웹을 통해 사용자를 관리할 수 있는 툴을 제공받는다. 이 툴에 인공지능 요소들이 적용돼 있다. 가장 간단한 기능은 대시보드에 특정 활동을 하는 사용자를 표시해주는 기능이다. 식사를 기록한다든지, 며칠 동안 들어오지 않는 사용자가 확인되면 이런 내용에 대한 알림을 코치에게 제공한다. 코치는 이런 알림을 바탕으로 사용자들과 상호작용한다. 코치들이 일일이 사용자 상태를 살피는 수고를 줄이고 사용자들과 만나는 시간을 늘릴 수 있게 한 것이다


김 차장은 “현재 사용하는 인공지능은 전통적인 인공지능”이라며 “앞으로 코치들의 행동을 중심으로 머신러닝 기법도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차장은 “핵심은 엔진이 아니라 데이터”라고 단언했다. 인공지능 특히 머신러닝 기반의 인공지능은 학습 데이터가 가장 중요하며 헬스케어 분야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김 차장은 사용자에 대한 균일한 데이터를 쌓아가고 있는 눔의 방향이 틀리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한국은 의료 데이터 강국
서준범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의료 데이터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강점을 갖고 있다고 강조한다. 양질의 방대한 의료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지능형 기술 개발에서 상대 우위에 있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외국의 경우 대형병원에서 외래 진료가 거의 없다”며 “대학병원은 입원 중심으로 운영하고 외래는 지역 병원으로 돌리기 때문에 같은 형태의 디지털화된 데이터를 모으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또 “우리나라 의료 데이터가 양뿐만 아니라 질의 측면에서도 우위에 있다”고 말했다. 중국, 인도 등도 우리나라와 같은 큰 병원을 운영하고 있지만 질은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다른 나라들이 협력을 통해 약점을 극복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최근 중국의 베이징대와 미국의 하버드대가 협력해 중국 전역에 데이터센터를 두고 양질의 의료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서 교수는 “데이터가 부족한 미국과 중국이 협력을 시작한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지능형 기술로 헬스케어 산업에서 성공할 수있는 시간은 향후 5년에서 10년에 불과할 것”이리고 전망했다.


서 교수는 이런 측면에서 1월 17일 출범한 ‘인공지능 의료영상 사업단’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정부와 민간에서 5년간 100억 원의 사업비가 투자되는 이 사업은 인공지능 기반의 의료영상 관리 및 처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사업에는 서울아산병원을 중심으로 분당서울대병원, 한국과학기술원, 울산대가 참여한다. 이외에도 뷰노, 코어라인소프트, 메디컬 스탠다드 등 의료 분야 전문기업들도 함께 한다.


서 교수는 “이번 사업은 우리나라에서 인공지능과 관련해 의료 산업을 지원하는 첫 번째 과제라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서교수는 이번 사업을 통해 영상 데이터 관련 기술뿐만 아니라 음성인식 기술, 병원 물류와 재고 관리 기술 등 인공지능을 이용해 전체 시스템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현재 인공지능 지원을 위한 실행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헬스케어 분야에서의 인공지능 기술 수요조사를 시작으로 헬스케어 분야의 인공지능 개발을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관용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연구원은 “인공지능을 병원에 적용하려면 정제된 의료 데이터, 데이터 표준화 작업, 클라우드와 같은 데이터 저장소, 인력 등 준비해야 할 요소가 많다”며 “내년도 연구개발 예산이 이런 부분이 반영될 수 있도록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테크M = 도강호 기자(gangdogi@techm.kr)]

<본 기사는 테크M 제46호(2017년 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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