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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남수칼럼] 기업의 시대, 권력의 시대

최남수 대표이사

사진 찍기를 좋아한다. ‘사진’ 하면 좋은 장비를 우선 떠올린다. 그런데 아니다. 무엇을 어떻게 볼 것인가가 사진의 핵심이다. 같은 피사체를 놓고도 구도에 따라 사진 자체가 달라진다. 시선이 문제다. 당연한 이 말은 경제에도 적용된다. 이런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한국 경제의 지평을 열어왔고 미래의 길을 닦아나갈 주역인 기업을 우린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가.” 단순한 하나의 답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정권에 따라, 또 상황에 따라 기업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진보정부가 들어섰을 때는 규제가 강화되면서 기업들이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CEO 출신 이명박정부의 출범으로 기업들은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해봐서 다 아는데’라는 경험준칙으로 몰아세워 답답한 시간이었다.” 한 기업인의 푸념 섞인 회고다. 박근혜정부의 기업 옥죄기는 퇴행적이다. 재단 설립을 위한 ‘수금고지서’가 기업들에 날아들었다. 문화융성을 내건 프로젝트에 전혀 문화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돈을 뜯겼다. 점지한 사람들을 찍어준 자리에 올려야 하는 인사압력도 있었다. 권력 앞에 기업은 그저 ‘고양이 앞의 쥐’ 신세였다. 보수정부의 배신이다. 권력에 팔목이 꺾인 기업들. 기를 펴게 해줘야 할 시점인데도 다시 기업들은 주눅이 든 채 거센 외풍을 견뎌야 하는 상황이 됐다.

2010년 중국의 국영방송사 CCTV는 10부작 다큐멘터리를 방송했다. 제작에 2년여 공을 들인 이 프로그램의 타이틀은 ‘기업의 시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이 간판방송사를 통해 ‘기업의 시대’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것만으로도 파격적이었다. “기업은 인류 역사상 가장 광범위하고 효율성이 높은 경제조직이며 인류가 얻어낸 최고의 성과.” “기업은 새로운 지식과 기술의 창조자이자 제도 혁신과 문화 개선의 조력자.”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뤄밍 CCTV 부사장의 평가다. 전통 굴뚝산업은 물론 제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신산업에서 약진하는 중국 기업들. 기업을 바라보는 중국 정부의 따뜻한 시선이 얼마나 힘이 될지 가늠이 된다.

바다 건너 대한민국의 분위기는 어떤가.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해본다. 우린 경제와 산업을 살리자고 총론적 얘기를 하면 한목소리를 낸다. 똑같은 얘기인데 “기업을 밀어주자”고 말을 바꾸면 “기업 편”이라는 불편한 딱지를 붙이지 않나. 이중적이다. 경제와 산업의 불쏘시개를 점화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뛰어나갈 주로(走路)에서 장애물을 치워줘야 한다. 문제만 생기면 한쪽 방향으로 쏠림이 일어나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 활동까지 몰아치듯 규제의 날을 세우는 것은 과잉 그 자체다. 문제만 정확히 해결하는 데서 힘을 절제하는 대신 기업의 도움닫기를 돕는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미국 실리콘밸리가 창업의 메카가 된 것은 정부의 간섭이 없기 때문이며 중국의 철강과 방적 생산량이 세계 정상에 오른 건 정부의 입김이 줄어든 덕분이라는 지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더구나 지금은 대기업조차 ‘영생’이 보장된 시대가 아니다. FOBO(Fears of Being Obsolete). 언제 경쟁자에게 일격을 당해 낡은 모습으로 퇴장할지 모르는 두려움을 기업들은 갖고 있다. 노키아와 모토로라의 쇠락이 이를 잘 보여줬다. 전례 없는 속도와 폭으로 진행되는 4차 산업혁명의 와중에서 방심은 곧 절벽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옆에서 도와주더라도 숨이 차오르는 절박한 경쟁에 기업들은 직면했다. 경제의 파이도 키우고, 일자리도 만들고, 분배를 위한 재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 “여전히 문제는 경제야, 멍청아.” 이단아 트럼프조차 강조한 말이다. 우린 어느 길을 선택할 것인가. 기업의 시대인가, 다시 권력의 시대인가. 기업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회복할 것인가, 아니면 기업을 힘들고 지치게 해 경제의 지반을 허약하게 만들 것인가.



[머니투데이방송 MTN 최남수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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