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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지성으로 만든 '오픈소스 맵', 대안의 지도 될까

강진규 기자



[테크M = 강진규 기자] 과거 지도는 정부와 특정 세력에 의해 철저히 제작, 관리됐다. 지도는 국방, 경제, 사회 등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고려, 조선시대에도 지도는 철저히 정부가 관리했다.

근대, 현대에도 이런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부가 지도 제작, 관리를 지휘하고 정밀 지도는 국가 기밀로 관리했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고 민주주의가 확산되면서 지도를 둘러싼 권력의 일부가 정부에서 기업으로 넘어갔다.

대기업들이 지도 데이터를 만들고 지도 소프트웨어(SW)를 만들어 상업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용자들은 구글맵, 네이버맵, T맵 등 기업들이 제공하는 다양한 지도 정보 서비스를 사용해 길을 찾고 있다.

지도의 발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개방, 공유, 협업을 모티브로 한 오픈소스 형태로 시민들의 손에 의해 진화하고 있다.



포켓몬고와 오픈스트리트맵


지난 1월 24일 위치정보서비스와 증강현실(AR) 등을 적용한 게임 ‘포켓몬고(GO)’가 국내에 상륙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포켓몬고 열풍과 함께 지리정보시스템(GIS)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졌다.

포켓몬고에 기존 지도 서비스가 아니라 오픈소스 지도 서비스 ‘오픈스트리트맵(OpenStreetMap)’이 탑재됐기 때문이다.

오픈소스 공간정보는 두 가지 분야로 나눠볼 수 있다. 오픈소스 지도 데이터와 오픈소스 지도 SW다. 오픈소스 지도 데이터는 말 그대로 지도에 들어가는 데이터를 협업을 통해 제작, 수정하는 것이다.

오픈소스 지도 SW는 지리정보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툴을 오픈소스 형태로 제공한다. 둘은 다르면서도 긴밀한 관계다.

오픈소스 지도 데이터의 대표적인 사례는 오픈스트리트 맵이다. 오픈스트리트맵은 2005년 설립된 영국의 비영리기구 오픈스트리트맵 재단이 운영하는 오픈소스 방식의 참여형 무료 지도 서비스다. 집단지성 방식으로 등록, 로그인을 통해 누구나 편집하고 활용할 수 있다.

이 같은 오픈소스 지도 데이터는 국내에서는 활동이 활발하지 않았다. 지도 데이터를 정부가 관리, 통제하고 기업들이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일부 전문가와 사용자들이 오픈스트리트맵에 참여했지만 소수에 불과했다.

그런데 포켓몬고를 통해 국내에 본격적으로 알려지면서 활동이 늘고 있다.

오픈스트리트맵은 점(Point), 선(Line), 면(Area) 편집이 기본인데, 점은 특정 장소를 표시할 때, 선은 도로 등의 편집에, 면은 건물이나 장소를 지정할 때 쓰인다.

유럽, 미국 지역에서 널리 쓰이고 있으며, 일본,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도 활용이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오픈스트리트맵 프로젝트가 시작된 유럽에서는 상업용 지도들과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고품질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오픈스트리트맵에 나타난 서울의 모습
(오픈스트리트맵에 나타난 서울의 모습)




공간정보 SW도 오픈소스 바람

공간정보 SW 분야에서는 미국 에스리(ESRI)가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에스리는 한때 지도 분야의 마이크로소프트(MS)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현재도 전 세계 공간정보 SW 시장 1위로 약 40%의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공간정보 SW 분야에도 오픈소스 바람이 불고 있다. 국토연구원이 지난해 12월 19일 발행한 국토정책 브리프에는 ‘4차 산업혁명기의 SW 기술동력, 오픈소스 공간정보 해외동향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가 수록됐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오픈소스 공간정보재단(OSGeo)을 비롯해 여러 기관이 오픈소스 공간정보 SW를 제공하고 있다. 사용 가능한 SW는 QGIS, uDIG, OpenLayers, Map Window, World Wind, PostGis, GeoServer 등 다양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오픈소스 공간정보 SW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 미국 국립지리정보국, 미국 항공우주국(NASA) 등이 오픈소스 공간정보 SW, 서비스 등의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또 유엔(UN)은 평화유지 현장에서 작전수행에 필요한 현장지도를 취득하고 이를 분석해 의사결정을 한 후 작전을 지시, 수행하기 위해 공간정보를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유엔은 비용절감, 확장성, 기술변화 등을 고려해 오픈소스 공간정보 SW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는 한국 전문가들도 참여하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오픈소스 지도 서비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오픈소스 지도 서비스)


한국에서도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오픈소스 공간정보 SW가 활용되고 있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행정자치부는 생활공감지도에 OpenLayers를, 국토지리정보원은 국토공간영상정보서비스에 PostGIS, GeoServer, OpenLayers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아리랑 위성영상 유통서비스는 GeoServer, GWC, OpenLayers 등 오픈소스 공간정보 SW를 활용했다.

오픈소스 지도 SW가 빠르게 기존 공간정보 SW를 대체,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오픈소스 지도 SW 커뮤니티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OSGeo는 지리공간 기술과 데이터의 공개 협업 개발을 지원하고 알리기 위한 비영리, 비정부 단체다. 지리공간 분야의 자유 SW와 오픈소스 개발을 폭넓게 재정적, 조직적, 법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2006년 2월 설립됐다.

한국 공간정보 전문가들은 2007년 9월에 캐나다 빅토리아에서 열린 글로벌 오픈소스 지리정보시스템(GIS) 컨퍼런스인 ‘FOSS4G 2007’에 참석한 후 OSGeo 한국 지부 설립을 추진했다. 2008년 초 본격적인 준비에 나선 전문가들은 2009년 3월 공식 지부로 인증을 받았다.

OSGeo 한국 지부는 세미나 개최, 관련 교육자료 제작 등 오픈소스 공간정보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1년부터는 지난해까지 매년 FOSS4G 코리아 행사를 열어 해외 오픈소스 GIS 현황을 알리고 한국 사례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위키피디아가 인터넷 지식 서비스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잡은 것처럼 오픈소스 공간정보도 향후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오픈소스 지도 SW는 미국 국방부에서 30% 이상 사용되고 UN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잘 드러나 있지는 않지만 한국에서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지도 데이터도 유럽에서는 오픈스트리트맵뿐만 아니라 해도를 만드는 오픈시(SEA)맵, 자전거 도로를 만드는 오픈사이클맵 등 다양한 서비스가 나오고 있다.”

신상희 OSGeo 한국지부 대표(가이아쓰리디 대표)의 말이다.

“위키피디아가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이 모여서 무슨 사전을 만들 수 있냐고 했지만 뛰어난 서비스가 만들어졌다. 지도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동남아시아에 태풍 피해 때도 오픈소스 지도 서비스에 많은 사람이 참여, 단기간에 피해 지역 정보를 반영할 수 있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참여해 바로 정보를 반영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신 대표는 국내 오픈소스 공간정보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사용자들의 참여와 정부, 관련 기관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대표는 “국내에서 오픈소스 공간정보가 발전하려면 사용자들이 오픈소스를 사용만 해서는 안 되고 받은 만큼 기여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며 “정부도 오픈소스는 부족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는 선입관을 버리고 전문가들과 커뮤니티 등의 의견을 많이 경청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테크M = 강진규 기자(viper@techm.kr)]

<본 기사는 테크M 제47호(2017년 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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