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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외면받는 실손보험 신상품…보험사들 '시큰둥'한 이유는

최보윤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최보윤 기자] 새롭게 출시된 실손보험 상품이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외면받고 있는 모습이다. 금융당국의 대대적 홍보가 무색할 정도로 출시 초반 초라한 성적을 내고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실손보험 개편 이후 주요 보험사들의 실손보험 신규 가입자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A손해보험사는 지난 1일 실손보험 개편 이후 닷새 동안 신규 가입자가 고작 10명(온ㆍ오프라인 포함)에 불과했다. 기존에는 못해도 일 평균 30~50명 안팎이 실손보험 상품에 유입됐던 것과 대조적이다.

다른 보험사들 역시 마찬가지다. 대부분 보험사들의 일 평균 실손보험 가입자 수가 4월 들어 절반 이상 급감하고 있다.

그런데 신상품이 출시 되기 전, 3월에는 구(舊) 실손보험에 가입자가 대거 몰려들었다. 주요 손해보험사들의 3월 가입자 수를 취합해 본 결과 평달보다 실손보험 가입자 수가 두배에서 많게는 6배 이상 폭증했다.

이제 더 이상 기존 상품에 가입할 수 없다는 '절판 마케팅'이 통한 것이다.

정부는 실손보험을 악용한 과잉진료가 남발하자, 제도를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이로써 도수치료 같은 비급여 진료를 따로 특약으로 떼내고 그만큼 보험료를 크게 낮아진 새로운 실손보험이 지난 1일부터 출시됐다.

특약은 도수치료와 수액주사, MRI 등 3가지로 분리됐으며 기본형에 3가지 특약을 모두 붙여도 기존 실손보험보다 가격이 저렴하게 설계됐다. 또 신상품에 가입 후 2년 간 보험금 청구가 없으면 이듬해 10% 이상 보험료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같은 조치로 '착한 실손보험'이 나온다며 대대적인 홍보를 펼쳐왔다.

그런데 오히려 효과는 반대로 나타났다. 새 상품보다 옛 상품을 찾는 사람만 급격히 늘어난 것.

사람들은 왜 더 가격이 저렴해 진다는데도 옛 상품을 택한 것일까?

무엇보다 "보험은 옛 상품일수록 혜택이 많고 보험료도 저렴하다"는 고정관점을 깨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새 상품은 당장 보험료가 저렴하게 설계됐지만 특약의 보장 한도와 횟수가 크게 제한됐고 자기부담금도 30%로 10%p 상향됐다. 또 특약의 과잉진료가 계속해서 확대된다면 지금보다 더 가파르게 보험료가 오를 수 있다.

여기에 보험 설계사나 대리점 등 영업 현장에서 실손보험 신상품 외면 현상이 뚜렷한 것도 한 몫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통상 신상품 출시 전에는 기존 상품 가입을 유도하는 절판마케팅을 펼치고, 신상품이 출시된 뒤에는 실적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신상품 판매에 주력하지만 실손보험은 신상품 판매에 별다른 동력이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보통 신상품을 출시하면 실적 인센티브를 올리거나 특별 상금 등을 걸고 영업 프로모션을 확대한다.

이 때문에 대부분 상품의 가입자는 출시 초반 몰렸다가 서서히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번 실손보험 신상품에는 보험사들이 영업 프로모션을 내놓지 않았다. 게다가 가입자들이 내야 할 월 보험료가 1만원 안팎 수준으로 크게 낮아지면서 설계사들이 가져갈 수 있는 수수료도 대폭 줄어들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실손보험 신상품은 보험료를 내리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보험사들 모두 사업비를 낮춰 설계했다"며 "그만큼 설계사들에게 주는 판매 수수료가 다른 상품보다 낮아지면서 판매 유인이 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령 보험 설계사가 A보험을 하나 팔면 초회 보험료의 300~500%의 수수료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실손보험 신상품은 200% 선으로 낮아졌다는 설명이다.

월 1만원짜리 보험 가입 유치 후 2만원을 받아간다는 뜻으로 설계사들이 적극적으로 영업을 펼칠 동력을 잃은 것이다.

다만 금융위는 온라인을 통해 직접 실손보험에 가입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신상품의 효과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온라인은 설계사 수수료 등이 빠지는 만큼 보험료가 더 저렴한 이점이 있어 금융위는 보험사들에게 온라인 전용 실손보험 출시를 주문했다.

하지만 현재 온라인 상품이 구비된 곳은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 KB손해보험, 동부화재 등 4곳에 불과하다. 현대해상과 한화손보, 롯데손보, 흥국화재 등이 시스템을 구축 중에 있으며 동부생명과 DGB생명, 교보생명은 온라인 상품 출시 계획이 없다.

금융위는 보험사들의 온라인 상품 출시가 마무리되고, 경쟁 구도가 형성되면 자연스레 실손보험 신상품 판매와 가입도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워낙 보험은 설계사를 통한 판매가 보편화돼 있어 온라인 판매가 실익을 거둘 수 있을지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 금융당국은 기대와 달리 나타나고 있는 효과에 실망하기 보다 보험 가입자들이 설계사 의존도를 낮추고 본인 판단으로 보험 설계를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더 힘써야 할 것이다. 보험사들 역시 당장의 실익만 따지기 보다 실손보험의 구조를 더 탄탄히 만들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하고 '착한 실손보험' 만들기에 동참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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