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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어드바이저 기획]금융권도 앞다퉈 진출... 계산법은 제각각

권순우 기자




4월은 1차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가 종료되는 시기다. 6개월간 검증 절차를 거치느라 잠잠하던 로보어드바이저 기업들은 검증된 성과를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금융소비자들에게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로보어드바이저 기업들은 우선 금융사들과 협업하는 형태로 금융소비자들에게 접근하고 있다.

스타트업인 로보어드바이저 기업들은 개별적인 영업망을 갖추기에는 인적, 물적 한계가 분명하다. 또 우리나라 금융 규제는 지나치게 복잡해 로보어드바이저 기업이 모든 자격을 갖추기도 힘들다. 로보어드바이저 기업들이 금융사들과 협업하는 부분은 자산관리와 상담이다.

대부분의 로보어드바이저 기업은 자산관리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사람들은 로봇이 전지전능한 능력으로 좋은 주식, 펀드를 선정해줘 대박이 나기를 기대한다. 만약 그렇게 해주겠다는 로보어드바이저 기업이 있다면 사기라고 보면 된다. 그런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있다면 굳이 사람들에게 공개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로보어드바이저의 근간에는 ‘퀀트’가 있다. 퀀트는 수많은 통계를 활용한 계량적 분석을 통해 투자하는 방식이다. 로보어드바이저 기업인 두물머리가 제공하고 있는 ‘불리오’의 ‘듀얼 모멘텀 전략’을 예로 들어보자.

보통 개미 투자자는 주가가 오르면 불안한 마음에 주식을 판다. 그런데 주식을 팔면 꼭 더 오른다. 주가가 내리면 손해 본 것이 아까워 보유한다. ‘바닥인줄 알았는데 지하가 있더라’라는 말을 증명하듯 꼭 더 내린다.

개미 투자자들의 이 같은 경험은 기분 탓이 아니다. 통계적으로 보더라도 상승 추세에 있는 주식이 더 오른다.

듀얼 모멘텀은 오르면 사고 내리면 파는 전략이다. 하락 추세에 있으면 팔기 때문에 폭락하는 것을 막을 수 있어 안정성이 높다. 오르면 사고 내리면 판다는 전략은 단순해 보이지만 실행하기는 생각처럼 쉽지 않다.

아예 컴퓨터가 자동으로 해주는 편이 낫다. 또 전 세계 어떤 자산이 오르고 어떤 자산이 내리는지, 그 자산들의 배분을 어떻게 할지를 사람이 분석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퀀트는 이런 계량적 분석을 하는 과정이며, 이를 로봇이 해주는 서비스가 로보어드바이저다.




좋은 전략 실행 옮길 기술이 경쟁력

모든 로보어드바이저 기업이 같은 전략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로보어드바이저 기업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최고의 퀀트 전략을 기반으로 알고리즘을 만든다. 어떤 로보어드바이저 기업을 선택할지는 결국 투자자의 몫이다.

또 전략은 좋지만 기술적으로 알고리즘을 제대로 구성하지 못하면 낭패다. 좋은 전략과 이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기술력이 결국 로보어드바이저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

은행과 로보어드바이저가 손을 잡는 가장 보편적인 패턴은 자문이다. 은행은 펀드를 판매해 수수료 수익을 올린다. 지금까지는 은행 내부 전문가들이 좋은 펀드를 선정해 판매하고 있다. 로봇이 좋은 펀드를 골라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힘입어 협업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로보어드바이저와 신한은행 전문가들의 추천 포트폴리오를 통해 자산관리를 할 수 있는 ‘엠폴리오’를 출시했다. 엠폴리오의 알고리즘은 로보어드바이저 기업인 디셈버앤컴퍼니가 제공하고 있다. 디셈버는 전 세계 자산군을 분류하고 댜양한 자산배분 전략 중 인공지능으로 현재 시장 상황에 적합하게 비중을 정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5개의 펀드가 추천된다.

국민은행은 로보어드바이저 기업인 쿼터백자산운용의 상품을 신탁 형태로 판매하고 있다. 쿼터백자산운용 역시 세부 전략은 다르지만 글로벌 자산을 배분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은 파운트에 직접 투자를 하는 등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자체적으로 로보어드바이저 ‘사이버PB’를 만들어 고객들의 자산관리를 돕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도 로보어드바이저 기업과의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주식매매를 통해 수수료 수익을 얻기 때문에 주식 추천 방식의 로보어드바이저에 관심이 많다.

키움증권, 대신증권, 하이투자증권은 뉴지스탁의 주식 추천 프로그램인 ‘젠포트’를 출시했다. 뉴지스탁은 국내 증권사 최초 홈트레이딩 시스템인 대신증권 ‘사이보스’를 개발한 금융공학 전문가가 대표로 있다.

자체 개발 인공지능 주식 매매 시스템 ‘티레이더’를 내놓은 유안타증권은 펀드형 버전 ‘펀드레이더’ 서비스를 1분기 중에 출시할 예정이다.

온라인 전문 키움증권은 로보어드바이저에 가장 적극적인 증권사 중 하나다. 오프라인 영업점이 없는 만큼 좀 더 적극적으로 로보어드바이저를 도입하고 있다. 키움증권이 개발한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에서 꽤 오랫동안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또 국내 증권사 최초로 로보어드바이저 자문형 공모펀드 ‘하이 ROKI1 글로벌 로보어드바이저 펀드’를 출시하기도 했다.



신한은행은 자산관리를 지원하는 로보어드바이저 ‘엠폴리오’를 출시했다.(위) 키움증권은 국내 증권사 최초로 로보어드바이저 자문형 공모펀드 ‘하이 ROKI1 글로벌 로보어드바이저 펀드’를 출시했다.(아래)
(신한은행은 자산관리를 지원하는 로보어드바이저 ‘엠폴리오’를 출시했다.(위) 키움증권은 국내 증권사 최초로 로보어드바이저 자문형 공모펀드 ‘하이 ROKI1 글로벌 로보어드바이저 펀드’를 출시했다.(아래))



퇴직연금도 로보어드바이저 검토

규모가 크고 투자기간이 긴 퇴직연금, 연금저축도 로보어드바이저 도입이 적극적으로 검토되고 있는 분야다. 현재 퇴직연금은 낮은 수익률로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농협은행 DC형조차 수익률이 1.65%에 불과하고 수익률이 1%가 안 되는 곳도 수두룩하다.

80~90% 이상 예금과 같은 원리금 보장상품에 넣어뒀으니 수익률이 좋을 리가 없다. 좀 더 적극적으로 펀드에 투자한 사람도 마찬가지다. 펀드는 그때그때 시장 상황에 맞춰 교체를 해줘야 하는데 개인의 펀드 교체주기에 맞춰 조언을 해줄 정도로 은행의 인력이 충분치 않다. 로보어드바이저가 안정적인 자산관리를 해 준다면 충분히 공략할 여지가 있다.

아예 로보어드바이저가 운영하는 펀드를 만드는 일도 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파운트와 손잡고 퇴직연금 전용 ‘로봇펀드’를 출시했다. 인간보다 낮은 비용으로 연 4~6% 정도 수익률을 기대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로봇펀드를 확정기여형, 개인형퇴직연금 근로자들에게 독점 판매할 계획이다. 우리은행과 한국투자증권은 키움자산운용과 쿼터백운용이 함께 만든 '키움쿼터백글로벌로보어드바이저 펀드'를 퇴직연금 상품 라인업에 추가하기도 했다.

연금자산은 매우 장기로 운용되고 고수익보다는 안정성을 중시한다. 안정적인 목표 수익률을 추구하고 수수료 비용이 낮은 로보어드바이저는 연금 상품에 적합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다만 고객들이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분야인 만큼 검증된 성과가 없다는 점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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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어드바이저와 기존 금융사는 수익률을 놓고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다.

공짜 점심은 없듯 영원히 높은 수익을 내는 마술은 없다.

결국 어떻게 금융소비자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할지가 관건이다.



저금리 저수익 기조가 이어지면서 비용이 저렴한 로보어드바이저가 영역을 넓힐 수 있는 기회는 열려 있다. 고금리 시대에는 투자자들이 체감하는 수수료 부담은 상대적으로 적다. 5% 수익을 낼 때 0.5%의 수수료는 크게 부담이 없다.

하지만 수익률이 1~2% 수준으로 내려오면 0.5%의 수수료는 치명적인 부담이 된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사람보다 훨씬 비용이 덜 들기 때문에 수수료를 낮출 수 있다. 로보어드바이저가 도깨비 방망이 같은 수익이 아니라 최소한의 수익만 안정적으로 낸다고 하더라도 빠르게 시장에 안착될 수 있다.

다만 기존 금융사와 로보어드바이저의 동거는 불안하다. 최첨단 기술이 더 높은 수익을 안겨 줄지는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투자의 세계에서 예측하기 힘들다. 로보어드바이저의 가장 큰 장점은 누가 뭐라고 해도 저렴한 수수료다. 수수료가 주요 수익원인 기존 금융사들은 로보어드바이저와 경쟁 관계에 있다.

기존 금융사들은 자신들의 수익을 위해 로보어드바이저에 관심을 갖는다. 은행은 고객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자산관리를 해주기보다 더 많은 펀드를 팔아 수수료를 받고자하는 유혹을 받는다. 증권사 역시 고객들의 수익률과 별개로 더 많은 주식 매매를 일으켜 주식 매매 수수료를 받고자하는 유혹에 빠진다.

더 많은 펀드, 더 많은 주식 매매를 일으키는 기재로 로보어드바이저가 활용되는 모습은 초기지만 곳곳에서 나타난다.

로보어드바이저 자체의 불투명한 운용구조도 극복해야할 과제다. 로보어드바이저의 복잡한 알고리즘을 일반인들에게 이해시키기란 쉽지 않다. 때로는 검증되지 않은 ‘대박주 추천’ 알고리즘을 하겠다는 업체가 나타나 업계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

로보어드바이저와 기존 금융사들은 궁극적으로 수익률을 놓고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다.

공짜 점심은 없듯 영원히 높은 수익을 내는 마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어떻게 금융소비자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할지가 관건이다.

자신들의 수수료 이익을 위해 로보어드바이저를 이용하는 금융사들은 결국 배제될 것이다. 금융사의 영업망을 이용하기 위해 그들의 이익 극대화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돈을 버는 로보어드바이저 기업도 마찬가지다.



<본 기사는 테크M 제48호(2017년 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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