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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문어와 큐브, 나무와 도끼

이대호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이대호 기자] "문어가 사라졌다"는 것이 뉴스가 된 적이 두 번 있습니다.

하나는 독일 점쟁이 문어 '파울(Paul)'이 2010년 10월 죽었다는 소식.

또 하나는 우리투자증권이 지난 2016년 자산관리 브랜드 '옥토(Octo)'를 버린다는 소식이었습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의 승부를 귀신같이 잘도 맞췄던 문어 파울은 글로벌 스타였고, 2007년부터 9년동안 우리투자증권의 마스코트였던 옥토는 금융시장의 스타였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파울은 수명을 다해 죽었고, 옥토는 인위적으로 버려졌다는 것.

옥토는 과거 우리투자증권 '1등 증권사' 마케팅의 성공을 이끈 대표 브랜드였습니다. 그러나 NH농협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이 합병해 탄생한 NH투자증권에서는 용도폐기 됐습니다.

이유는 한 가지.

"문어는 수산물이라 농협과 어울리지 않는다", "농협보다 수협이 떠오르지 않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새삼 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당시 옥토를 버리고 새로 만든 브랜드 'QV'가 1년 넘게 인지도를 제대로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입체적인 자산관리를 강조하며 큐브 형태로 표현한 QV(Quality & Value)에 대해 증권업계에서는 여전히 낯설고 정체성도 모호하다고 지적합니다. 워낙 친근했던 옥토 이미지의 역효과라는 말도 나옵니다.

브랜드 가치를 정확히 따져보긴 어렵지만 옥토가 갖는 상징성과 인지도는 업계에서 매우 높게 평가됐습니다. "우리투자증권은 몰라도 옥토는 안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2014년 우리투자증권이 우리금융지주에서 매각될 때도 "옥토만큼은 계속 사용하자"는 내부 의견이 많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브랜드 가치와 인지도 평가는 "옥토=문어, 문어=수산물, 수산물=수협"이라는 연상작용 앞에 무력화 됐습니다. 일각에서는 "농협의 우리금융 색채 지우기 일환 아니냐"는 말도 나왔습니다.

옥토를 대신해 만든 큐브 모양의 'QV'는 농협스러울지 모르겠습니다. QV 브랜드를 옥토만큼 알리려면 더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NH투자증권은 모바일증권 서비스 이름을 '나무(NAMUH)'라고 지었습니다.

영어 약자 속에 NH가 들어가고 브랜드이미지(BI) 나무 그림도 농협과 어울린다는 판단에서입니다. 농협이 '나무(NAMUH)'를 보고 '산림조합중앙회' 이미지를 걱정하지 않은 것은 다행인 일입니다.

최근 NH투자증권은 나무 광고모델로 랩퍼 '도끼'를 선정하고 "생활이 투자다"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도끼라는 이름을 보고 나무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연상하지 않은 점도 다행인 일입니다.

"농협스럽다"는 말이 있습니다. 융통성 없는 의사결정을 꼬집는 말입니다.

그것이 농촌의 촌스러움을 놀리는 말이라면 배격해야 하지만,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지적하는 말이라면 새겨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머니투데이방송 MTN = 이대호 기자 (robin@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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