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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디지털과 창구사이 외줄타는 은행원

김이슬 기자

<서울 종로구 다동의 씨티은행 본점. 사진=뉴시스>

[머니투데이방송 MTN 김이슬 기자] 지난 겨울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관리비 절감을 위해 경비원 감축 계획을 발표했다가 하루 만에 백지화된 일이 기사화된 적이 있다. 주민들이 나서 경비원들의 일방적인 해고를 막아달라며 구청에 민원까지 제기해 결사 반대에 나선 까닭이다.

주민들은 '입주민들 대신 택배를 받아주고, 쓰레기 분리수거도 열심히 도와주시는 분들'의 가치를 금액으로만 따질 수 없다면서 항의했다고 한다. 이 일은 갈수록 각박해지는 이웃 문화에서 모처럼 발생한 따뜻한 에피소드였다.

문득 아파트 경비원의 복직 사연이 떠오른 건 최근 씨티은행의 지점 통폐합 사례와 겹치는 구석이 있어서다.

최근 외국계 은행인 씨티은행이 지점 80%를 폐점하는 파격적인 실험에 나서면서 은행권이 술렁이고 있다. 씨티은행의 계획대로라면 현재 126개 지점 중 25개만 남기고 문을 닫게 된다.

비대면 거래가 90%를 넘고 있는 상황에서 디지털 채널로의 투자 확대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게 회사의 주장이다. 하지만 씨티은행 직원들은 원래 살던 지역에서 벗어나 콜센터 업무를 하든지, 퇴사를 하든지 결론을 내려야 할 처지다.

갑작스럽게 회사와 결별할 지도 모를 직원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잠시 접어두고 보면, 씨티은행의 결단처럼 은행권의 디지털화는 이제 피할 수 없는 기류다. 지점이 많아야 승부를 낸다는 건 이제 옛말이 됐다. 실제 인터넷은행처럼 오히려 점포를 없애는 데서 발생한 비용을 운용해 다른 쪽에 투자하는 시중은행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통계만 봐도 그렇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국 은행영업점 수는 7103곳으로 1년 전보다 175곳이 줄었다. 같은 기간 총임직원 수도 11만4775명으로 2248명이 줄었다. 디지털 금융 혁신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은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불가피한 결말인 셈이다.

현재 창구거래와 자동화기기 등 은행업무 오프라인 거래는 겨우 15%에 불과하다고 한다. 80% 이상 대다수가 인터넷뱅킹을 사용하면서 은행 점포를 찾을 일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핀테크의 발전으로 기존에 대출업무 등 은행원들이 대신 해줘야 할 금융거래들은 이제는 모바일이나 온라인을 통해 스스로 할 수 있게 됐다.

은행원과 대면할 기회가 현저하게 줄어든 디지털 금융 시대에서 경비원 해고를 저지했던 아름다운 동화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디지털과 창구 사이에서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은행원들의 현실은 더이상 남의 일로만 치부할 일은 아니다. 전 산업에 걸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든 지금, 얼마든지 내 일자리를 정복할 대체재들이 서슬퍼런 경고를 보내고 있어서다. 시대적 흐름으로 치부하기엔 섬뜩하다.

머니투데이방송 김이슬 기자 (iseul@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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