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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대통령과의 첫 만남과 재벌정책의 향배

은연중 기업관 드러냈던 역대 대통령들의 말말말
권순우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권순우 기자] # 16대 노무현 대통령 “재벌 개혁 예정대로 추진”
16대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재계 총수들과 첫 만남을 가진 것은 취임 이후 5개월이 지난 후였습니다. 당시 노 대통령은 의원시절부터 즐겨 찾던 삼계탕집에서 손길승 전경련 회장을 비롯한 경제 5단체장과 이건희 삼성 회장 등 재계 인사 30여명과 만났습니다. 이 자리에서 법인세 인하, 수도권 규제 완화 등 경제 규제 완화 등 건의 사항도 전달이 됐습니다.

노무현 삼계탕 뉴시스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재계 총수들로선 개혁적인 대통령과의 편치 않은 자리였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나친 경제력 집중이 사회 통합을 해친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기업 투명성과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제도 개선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대통령과 재계 인사들의 만남 이틀 후 공정거래위원회는 6대그룹의 부당 내부거래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선포했습니다.

# 17대 이명박 대통령 “내가 해봐서 아는데…”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건 17대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 직후 전경련을 직접 방문해 재계 인사들을 만났습니다. 기업인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이 끝나고 가장 먼저 이곳을 찾은 이유는 ‘새 정부는 기업인들이 마음 놓고 기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드리겠다’는 약속을 전하러 온 것”이라며 기업인들을 치켜세웠습니다.

이명박 전경련 뉴시스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하지만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며 시작되는 은근한 압박은 굉장한 부담이었습니다. 이후 이명박 대통령이 “기름 값이 묘하다”고 말한 이후 회계사 출신 산업부 장관은 장부를 들여다보겠다고 압박했고 정유사들은 울며겨자 먹기로 기름값을 줄줄이 내려야만 했습니다. 누구보다 기업을 잘 안다던 MB정부의 공식/비공식적 압박은 비즈니스 프렌들리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 18대 박근혜 대통령 “저만 웃고 찍는 것 같네요”
18대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 직후 중소기업중앙회를 가장 먼저 방문해 '손톱밑 가시를 없애겠다"고
대기업을 향한 가시돋힌 발언을 했고 전경련을 마지막으로 찾았습니다. 경제민주화, 중소기업대통령을 강조한 박 전 대통령은 전경련을 방문해서는 “대기업도 변화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해 긴장감을 높였습니다. 대기업 총수들과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박 전 대통령이 했던 “저만 웃고 찍는 것 같네요”라는 말은 당시 분위기를 유추해볼 수 있게 해줍니다.

박근혜 당선 전경련 재계 총수 악수 뉴시스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부탁, 협조라는 단어로 표현된 여러 주문들. 이후 박 전 대통령은 재계 총수들과 ‘은밀한 만남’을 이어갔고 그 자리에서는 대가성 출연 압박 등이 이뤄졌다는 것이 지금까지 드러난 사항입니다.

재벌과 권력은 견제하면서도 협조하는 관계입니다. 범 4대그룹의 자산총액은 GDP의 51.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매출액 1조원 이상 상장사의 고용인원은 100만명 정도로 전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높지 않지만 취업자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는 대부분 대기업에서 나옵니다. 또 대기업에 납품을 하는 협력업체 등 생산유발효과를 감안하면 대한민국 경제성장과 대통령의 성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인수 위원회는 재벌 개혁을 외치며 집단소송제 도입, 내부 거래 조사 등 대기업을 겨냥한 규제안을 쏟아냈습니다. 하지만 출범 이후 수도권 규제 완화 등을 감행했습니다. 그 결과 LG그룹이 파주 LG디스플레이 클러스터를 만들어 총 18조원을 투자했고 삼성전자는 화성에 ‘세미콘 클러스터 반도체 복합단지’를 만들었습니다. 규제 완화는 순간이지만 일자리는 반영구적입니다. 파주와 화성의 지금도 경기도내 지역내총생산은 1위, 2위, 인구증가율은 1위, 3위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말기 지지 세력의 반대를 무릅쓰고 추진한 한미FTA 체결로 2011년 미국과 교역액은 2011년 1292억달러에서 2016년 1453억 달러로 12.5% 늘었습니다.

규제 완화가 곧장 경제성장률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노무현 정부 기간의 연평균 4.47%로 이명박 정부 3.2%, 박근혜 정부 2.96%에 비해 높았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의 경우 집권 초기에는 대기업을 적대시했지만 2~3년차 이후에는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을 위해 협력한 일이 많다”며 “불법적인 행동을 처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무조건 악으로만 보는 것은 정치나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겉으론 웃으면서도 음으로 양으로 이런 저런 요구를 했던 보수 정권보다 원칙을 정하고 그 외 경영활동은 간섭하지 않았던 노무현 정부가 더 기업하기 좋았다는 말도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역시 재벌개혁을 기치로 내건 문재인 대통령과 재계의 첫 만남은 과연 어떤 상징성을 띨까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후폭풍으로 대부분 재계 총수들은 수사선상에 올라 있습니다. 그만큼 숨을 죽이고 정책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정치는 명분으로 하지만 행정은 실리로 한다고 합니다. 재벌개혁과 경제성장은 반비례 관계가 아닙니다. 그 중간 어디에는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길 수 있는 해답이 있습니다. 그 답을 찾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통’일 것입니다. 취임초기 격식에 구애받지 않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문 대통령이 재계와의 만남에선 어떤 첫 인상을 남길지 자못 궁금합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soonwoo@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MTN = 권순우 기자 (progres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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