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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포스코 정규직 전환의 걸림돌 ‘사내하청’…정규직도 비정규직도 아닌

권순우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권순우 기자]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포스코 하청근로자의 직접 고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 언론에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규직 고용 확대 정책에 발맞추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포스코는 아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확정한 것은 아니라고 말을 아꼈다. 포스코 관계자는 “말 그대로 검토하고 있는 단계이며 정부의 방침이 나오면 그에 맞춰 실행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장담하지 못하는 것은 사내하청 문제 때문이다. 포스코의 직원 수는 1만 7016명. 이중 정규직(기간 제한이 없는) 근로자는 1만 6322명이며, 기간제 근로자는 684명로 4%에 불과하다. 4%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일은 본인이 원한다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포스코 소속이 아니면서 포스코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는 포스코 직원보다 더 많다. 포스코에서 일하는 사내하청, 협력업체 근로자는 1만 8247명이다. 만약 이들을 모두 포스코의 정규직으로 전환을 하게 되면 포스코의 직원은 2배 넘게 늘어나게 된다.

포스코 관계자는 “많은 수의 하청업체는 포스코가 처음 설립될 때부터 함께 성장해온 업체”라며 “그들의 직원을 모두 포스코가 고용을 하게 되면 포스코의 부담이 커질 뿐 아니라 협력업체들의 생존도 위협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사내하청 문제로 소송을 치르고 있다. 2011년 광양제철소 사내 하청 근로자 15명은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광양제철소에서 크레인 작업을 하는 사내 하청 근로자는 자신들의 작업이 원청 사업에 해당하기 때문에 포스코 정규직으로 전환해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포스코는 1심에서 승소했지만 2심에서는 패소했다. 광주고법은 “근로자들은 압연제품 생산을 위한 하나의 작업 집단에 실질적으로 편입돼 투입되고 포스코로부터 직, 간접적으로 명령을 받으며 생산업무를 수행해 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포스코는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재판부는 그동안 연속 공정에서 특정 작업을 떼어내 도급을 줄 수 없다는 잣대로 불법 파견 여부를 결정했으나 포스코의 경우 연속 공정이 아니더라도 일정한 흐름을 갖는 공정에서도 도급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포스코는 이들은 완성된 제품을 크레인으로 옮기는 작업만 위탁 받아 수행하기 때문에 생산 공정상에 있지 않다고 해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내하청 문제는 포스코만의 일이 아니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제철, 지엠대우,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여러 기업들이 도급업체 직원을 해당 기업의 정규직으로 볼 것이냐를 두고 소송을 진행하거나 진행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제조업의 비정규직 비중은 13.4%로 모든 업종을 통틀어 가장 낮다. 이보다 더 심한 곳은 전기,통신,운수,창고,금융업으로 비정규직 비중이 50%에 육박한다. 최근 인터넷설치기사를 모두 정규직으로 고용하겠다고 밝힌 SK브로드밴드가 여기에 속한다.

SK브로드밴드는 그동안 대리점(홈센터)과 계약을 맺는 형식으로 설치기사를 운영해왔다. 정부 기조에 따라 5200여명의 설치기사를 직접 고용하겠다고 밝혔지만 홈센터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SK브로드밴드는 홈센터 대표를 자회사 관리직으로 재고용을 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보상을 하겠다고 설득해 홈센터 80%의 위탁 계약 종료에 합의를 했다.

하지만 협력업체 대표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SK브로드밴드가 협력업체의 인력을 부당하게 유인, 채용하는 등 불공정 행위를 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서를 제출하며 갈등의 여지를 남겼다.

LGU+, 삼성전자서비스도 유사한 형태로 도급 계약을 맺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수리 기사 1300여명은 삼성전자서비스의 정직원으로 인정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은 “협력업체 실체가 형식적이라고 단정할 수 없어 근로자 파견 관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올해 초 소송을 기각했다.

법원은 개별 사건에 대해 업무의 특성에 따라 아웃소싱인지, 아웃소싱을 빙자한 위장도급인지 판단을 하고 있으나 재판마다 다른 결과를 내놓으며 고용 형태를 정의내리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방증해주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말 현재 전체 임금 근로자는 1923만명이며 이중 정규직은 13만 770만명으로 68%를 차지하고 있다. 10년전 989만명에 비해 318만명이 늘었고, 비중은 64%에서 4%p 늘어났다. 정규직 비중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정규직 전환의 목소리가 높은 것은 ‘정규직’ 전환이 아니라 대기업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김영배 경총 부회장이 “그들은 비정규직이 아니라 엄연히 협력업체의 정규 직원”이라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이라는 사회적 분위기를 기회로 삼아 열악한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으로 이동하고자 한다면 중소기업의 생존 자체를 위협할 것”이라고 말 한 맥락이다.

이용섭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김 부회장의 발언에 대해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책임을 느껴야 할 경총 부회장이 언론을 이용해 선전포고하는 식으로 정부를 공격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그들이 대기업 비정규직인지 협력업체 정규직인지를 어떻게 구분할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문제는 십수년 동안 진화하며 더 복잡한 형태로 자리잡고 있다. 비정규직을 줄인다는 맹목적인 정책은 비정규직이라는 단어를 사내하청, 위탁, 도급, 분사, 용역, 파견 등 여러 단어로 만들었고 고용 형태의 정의도 복잡하게 만들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과 관련돼 일하는 모든 사람을 정규직으로 고용해 평생 직장을 보장하라고 한다면 기업은 구조조정을 좀 더 강도 높게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업무 특성에 맞는 고용 형태와 보상 기준을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soonwoo@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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