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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비트코인 광풍과 그래픽카드 대란…'코인 신기루' 위험주의보

조은아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조은아 기자]

"이곳 상가에 컴퓨터 부품 파는 매장만 500곳이 넘는데, 전체 매장에서 받는 그래픽 카드 물량이 일주일에 겨우 30개 수준이에요. 이젠 부르는 게 값이 됐어요." (용산전자상가 컴퓨터 판매점 사장 A씨)

용산전자상가를 찾은 20일 오후, 컴퓨터 부품을 판매하는 매장들을 둘러보며 '그래픽 카드'를 묻자 고개를 대부분 절레절레 내저었다. 지난 두 달 내내 그래픽카드를 찾는 문의전화가 하루종일 끊이지 않는다는 용산전자상가. 하지만, 판매상들도 그래픽 카드 구하기가 어려워 발을 구르는 상황이 됐다. 모두 '가상화폐 채굴'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최근 비트코인을 비롯해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 가격이 폭등하면서 그래픽 카드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는 온라인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해 사고팔 수도 있지만,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듯이 컴퓨터 프로그램을 돌려 암호화된 문제를 해결하면 일정량의 비트코인을 얻을 수도 있다. 이러한 과정을 '채굴'이라고 부르는데, 난이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채굴이 어려워지자 연산 능력이 뛰어난 고성능 그래픽카드가 주목받은 것이다.

A씨는 "처음에는 20~30만원대의 그래픽카드가 팔려나갔는데, 수요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가격이 올라갔고 그 다음에는 40~50만원대 가격의 그래픽 카드가 팔리기 시작했다"며 "이제는 80~100만원대의 그래픽카드도 없어서 못파는 수준으로 전반적으로 가격이 다 올랐다"고 말했다.

문제는 그래픽카드가 불티나게 팔려나가면서 엉뚱하게 피해를 보는 사람도 늘어났다는 점이다. 조립형PC를 구매하려는 사람들은 원하는 그래픽 카드를 손에 넣을 수 없게 됐고, 해당 모델을 쓰고 있는 PC방에서도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발을 구르는 상황이 됐다.

용산전자상가에서 컴퓨터 부품 매장을 운영하는 B씨는 "최근 잘 팔리는 그래픽 카드가 보통 PC방에서 게임 풀옵션으로 할 때 화면 그래픽이 끊기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수준의 것들인데 코인용으로 팔려나가면서 PC방으로 나가야 할 물량도 구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 경기가 안좋았던 이곳 판매상들이 아예 돈벌이가 되는 코인 전문으로 돌아서는 곳이 생겨날 정도"라고 덧붙였다.

아예 '코인용' 장사에만 집중하는 가게들이 생겨나면서 그래픽 카드 시장은 더욱 기형적으로 바뀌고 있다. 코인용 그래픽 카드만을 취급하는 곳들은 일반 문의는 취급하지 않고 있는대로 그래픽카드를 쓸어모아 공장형 채굴에 뛰어드는 '꾼'들을 대상으로 판매한다.

가정에서 프로그램을 돌리면 전기세 폭탄을 맞기 십상이기 때문에 전문 채굴꾼들은 전기세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농가 비닐하우스나 비어있는 지방 공장에서 수십~수백대 컴퓨터를 돌리는 '작업장'을 차려놓고 24시간 채굴을 한다. 이들과 연계된 곳이 늘어날 수록 시중 그래픽카드는 씨가 마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다단계 코인 업체들까지 끼어들어 판을 키우고 있다.

다단계 코인업체들은 원코인, 케이코인 등 비트코인과 유사한 가상화폐를 내세우며 다단계 방식으로 투자자를 모집해 해당 코인에 투자하게 만들고, 또다른 투자자를 모집해오면 성과수당을 지급한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같은 가상화폐는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거래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것과 달리 유사코인은 소스코드를 숨긴다는 차이가 있다.

B씨는 "다단계 업체들을 통해 위탁형태로 코인에 투자하기도 하지만, 돈을 내고 채굴용 PC를 구입하는 경우도 있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언제 PC를 받게 될 지 모른다"며 "판매상들도 그래픽 카드 구하려면 2~4주 가까이 걸리는 상황이라 돈만 내고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회사가 잠적하면 피해자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래픽 카드 제조사들은 아예 '코인용' 그래픽 카드를 내놨다. 엔비디아가 모니터 연결을 위한 연결단자를 하나로 줄인 그래픽 카드를 선보인 것. 문제의 그래픽 카드는 AS기간도 짧다. 다른 그래픽카드은 3년이지만 코인용은 3개월밖에 안된다.

용산 전자상가에서 총판업을 하는 C씨는 "코인용으로 나온 그래픽 카드는 부품도 줄어들고 AS기간이 짧아졌으니 가격이 저렴해져야하는데 오히려 가격은 올랐다"며 "수요가 많으니 당연히 가격이 뛸 수밖에 없지만 피해자들이 늘어나는 상황을 업체들이 방관 내지 악용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채굴 욕심에 그래픽 카드를 찾아다니는 사람들 뿐 아니라 풍선효과로 그래픽 카드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까지 코인 광풍에 휘말리고 있는 셈이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조은아 기자 (echo@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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