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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금속노조 2500억짜리 '꼼수'…진정 일자리 양보 의지 있나?

권순우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권순우 기자] 금속노조 현대기아차그룹사 지부가 ‘노사공동 일자리 연대기금’을 조성하자고 회사측에 제안을 했습니다. 노사가 함께 5천억원의 자금을 조성하고 매년 2백억원씩 적립하자는 겁니다.

현대기아차 노조는 중소기업 청년 2배 채용시 추가 고용 1명 임금 국가 지원이라는 정책과 연동하면 정규직 1500명을 매년 늘릴 수 있는 기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일자리는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할 가장 큰 당면 현안중 하나입니다. 기득권으로 인식되는 대기업과 대기업 노조가 함께 기금을 조성해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해 쓰겠다고 하니 훈훈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기업이야 2500억원을 어떻게든 마련한다고 하지만, 노조는 어떻게 2500억원을 마련하려 했을까요?

노조는 통상임금 관련 소송에서 이기게 되면 받게 되는 인당 2100~6600만원을 기반으로 2500억원을 조성하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통상임금 관련 소송은 현재 2심까지 패소한 상황이라 못 받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소송을 중지하고 돈을 달라. 그러면 그 돈의 일부를 기금에 출연하겠다’ 그게 웬 뚱딴지 같은 소리입니까.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금속노조가 실체가 없는 자금을 마치 실제로 마련할 수 있는 것처럼 과대 포장하고 있는 이유는 통상임금 소송을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일자리 문제는 근본적으로 따지고 들면 밥그릇 문제, 부의 분배의 문제입니다.

1차적으로는 창출된 부가가치를 기업과 근로자가 어떻게 나눌지, 2차적으로는 전체 임금을 근로자들이 어떻게 나눠 가질지의 문제입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당 GDP는 2만 7천달러, 임금 수준은 3만 7천달러입니다. 1인당 GDP가 3만 7천달러인 일본의 임금은 3만 4천달러입니다. 1차적인 문제, 경제 규모에 비해 임금이 낮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2차적인 문제는, 1987년 300인 이상 기업에 다니는 사람은 연간 480만원을 받았고, 이하 기업에 다니는 사람은 438만원을 받았습니다.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그러던 것이 2015년 6123만원과 3581만원으로 엄청나게 벌어졌습니다.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기업이라고 다 같은 기업이 아니고, 근로자라도 다 같은 근로자가 아닌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일자리는 기업과 근로자, 근로자와 근로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중장년층과 청년이 치열하게 밥그릇을 두고 다투는 전쟁터입니다. 누군가는 양보를 해야만 누군가의 일자리가 생깁니다. 누군가 양보를 해야 한다면 그나마 여유가 있는 사람이 양보를 해야 할 겁니다.

양보의 주체는 1차적으로 기업일 테고, 2차적으로는 고임금 노동자가 됩니다. 기업은 자신들이 지목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노동계는 아직 인식조차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일자리위원회는 최근 대한상의, 경영자총협회 등 재계 단체를 만나 일자리 확충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고 기업들은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일자리 정책이 나오지 않아 실행에 옮기지는 못하고 있지만 대부분 기업들이 채용 확대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20일 일자리위원회는 노동자 대표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만난 자리에서 양보를 당부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의 밥그릇을 지켜줄 것을 요청 받고 왔습니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기존 일자리를 지키는 것도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한국노총 산하에는 구조조정 위기에 놓인 노동자들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기업을 압박해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비효율적으로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면 기업의 국제 경쟁력이 약해지고, 결국 우리나라 경제 성장을 저해하게 됩니다. 그 한계를 극복하고 더 많은 사람이 괜찮은 일자리를 얻게 하려면 경제 주체간 양보와 타협이 반드시 동반돼야 합니다.

그런데 기업 돈으로 일자리 창출의 생색만 내려한 금속노조의 ‘꼼수’를 보며 노동계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양보와 타협을 할 준비가 돼 있는지 우려스럽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soonwoo@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MTN = 권순우 기자 (progres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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