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N NEWS
 

최신뉴스

[MTN현장+] "데이터가 없어요"...논의 참여부터 제한되는 소상공인 현실

도강호 기자

강갑봉 수퍼연합회 회장(가운데)이 지난 5월20일 기자회견에서 대기업 유통점의 골목상권 침해를 규탄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도강호 기자] 지난 5월 23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는 대기업의 골목상권 말살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를 중심으로 복합쇼핑몰, 대형마트, 기업형슈퍼마켓(SSM), 편의점 등 대기업 유통점의 전방위 확산 문제를 지적하고 골목상권 보호를 촉구하는 자리였다.

특히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최근 생겨나기 시작한 이마트의 노브랜드 전문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저렴하고 다양한 PB 상품으로 무장한 노브랜드 전문점은 골목상권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대형마트 등은 출점이나 영업시간 등의 제한이 있지만 노브랜드 전문점이라는 새로운 유통점은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점을 걱정하며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오늘로 기자회견 이후 딱 1달이 지났다. 그사이 대기업 문제를 지적하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했다. 시장의 공정 거래 질서가 확립되고, 대기업의 갑질에서 보호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기대감도 높아졌다.

하지만 수퍼연합회는 우호적인 정치·사회적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기자회견 이후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일에 열린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중소기업인들과의 대화에서 어려움과 대책 마련을 호소한 정도에 그쳤다.

수퍼연합회의 관계자는 "저희도 뭔가 행동을 취하고 싶지만 데이터가 없어서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라고 지금 상황을 명료하게 정리했다.

대형마트 영업 시간 규제와 관련해 가장 큰 논란은 규제의 실효성이다. 대형마트 영업을 금지해도 소비자들이 골목 상점을 찾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업종이나 품목 규제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당사자 가운데 하나인 수퍼연합회가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를 제시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형마트 휴업으로 소비자들의 소비 상품이나 구매 패턴이 어떻게 변하는지, 실제로 골목 상점의 매출이 늘었는지, 늘지않았다면 이유가 무엇인지 등에 대해 막연한 추정은 가능하지만 구체적인 수치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수퍼연합회는 중소기업청에 카드 사용 데이터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해둔 상태다. 하지만 카드회사로부터 협조를 받을 수 있을지, 언제 가능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상품 판매가격이나 카드 수수료에 대해서도 데이터 부족 문제가 있다.

최근 노브랜드 같은 PB 상품이 인기를 끄는 것은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골목 상점들이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대기업 유통점 만큼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판매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대기업 유통점이 상품 가격이나 판매장려금, 카드 수수료에서 골목 상점보다 더 우대를 받고 있다.

골목 상점들이 문제를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기 위해서는 장려금이나 수수료 차이와 그로인한 시장 영향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데이터가 필요하다. 데이터가 있어서야 차이를 어느 정도 완화하고 대기업과 골목 상점 사이에 균형점을 찾을 수 있을지 근거를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퍼연합회는 장려금이나 수수료 관련 데이터도 부족하다.

이에 자체적으로 데이터 확보나 시장 조사가 어려운 수퍼연합회는 지난 20일 공정위에 유통업체와 제조업체간의 판매장려금 현황, 대형마트의 카드 가맹점 수수료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

하지만 공정위도 수퍼연합회의 요청에 응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답변했다. 명백한 규정이나 법규 위반이 아니면 공정위가 개입하기 힘들고, 단순한 데이터 조사라고 해도 소관 부처가 다양해 범부처 차원의 협조가 없으면 당장 조사가 어렵다는 것이다. 공정위도 소상공인의 어려움에 도움이 되고 싶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에 가로막혀 있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판매장려금 제도는 대량 유통에 따른 가격 할인이라는 시장 경제의 일반적인 원칙이 적용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공정위 개입이 어렵고, 카드수수료의 경우 금융 관련 부처에서 관리하는 부분이라 협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정책이나 법안 수립 과정은 철저히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데 주요 당사자의 데이터 부족은 정책과 법안을 만드는 과정에 논의를 위축시키는 문제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그만큼 데이터가 부족한 골목 상점들은 논의의 테이블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불공정한 경쟁에 놓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에서 범부처 차원의 대응 해야만 대기업과 소상공인 사이에 균형을 잡을 가능성이라고 생기는 상황이다.

강갑봉 한국수퍼마켓협종조합엽합회 회장은 "골목상권이 이렇게까지 빠르게 붕괴된 것은 재벌 대기업들이 '돈 놓고 돈 먹기' 식의 이른바 머니게임에 열중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자본에 의해서 시장을 좌지우지 하게 되면 대기업과 재벌 밖에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새정부가 노력한 만큼 잘 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중소유통인으로서 감사한 일"이라며 계속적인 정부와 국민의 관심을 호소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도강호 기자 (gangdogi@mtn.co.kr)]

머니투데이방송의 기사에 대해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하실 분은 아래의 연락처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고충처리인 : 콘텐츠총괄부장 ombudsman@mtn.co.kr02)2077-6288

MTN 기자실

경제전문 기자들의 취재파일
전체보기

    Pick 튜브

    기사보다 더 깊은 이야기
    전체보기

    엔터코노미

    more

      많이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