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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침체된 자동차 시장을 대하는 3개 차회사 노조의 대응

권순우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권순우 기자]

#1. 현대차 노조
“거기는 또 파업 할 거예요. (어떤 조건이 협상에 걸림돌이 되는 거죠?) 어떤 조건을 제시해도 거기는 파업을 할 거예요”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대자동차 노조의 파업을 기정 사실화하고 있습니다. 이미 노사 교섭은 결렬됐고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찬성 의결을 확보했습니다. 중앙노동위원회 조정도 중지됐고 냉각기간도 끝났습니다. 합법적으로 파업을 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이 갖춰진 셈입니다.

지난해와 똑같은 패턴입니다. 차이가 있다면 올해는 4차 산업 혁명과 자동차 산업 발전에 대비해 모든 조합원의 총고용을 보장해 달라는 사측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가 하나 더 추가됐을 뿐입니다.

그런데 진짜 주목할만한 차이가 있습니다. 1년 사이 현대차의 경영 상황이 더 악화됐다는 점입니다. 올해 상반기 현대차의 판매는 8.2% 줄었습니다. 주요 시장인 미국, 중국 시장 판매는 거의 반토막 났고 주력인 세단 시장은 수년째 내리막 길을 걷고 있습니다. 6년 전만 해도 두 자릿수였던 영업이익률은 줄곧 하락해 5.5%까지 떨어졌습니다.

뒤늦게 코나, 스토닉을 출시해 SUV 시장을 적극 공략해 보려하는데, 지난해 같은 파업이 발생할 경우 타격은 불가피합니다. 지난해 현대차 노조는 전면 파업 등 총 24차례의 파업을 진행해 3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 규모 생산 차질을 빚은 바 있습니다. 현대차 노조의 파업은 하청업체들에까지 영향을 미쳐 중소기업 중앙회가 불매 운동을 추진하기도 했습니다.

현대차 노조의 파업은 시간 문제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기아차 노조 역시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72%의 찬성률로 파업 결의가 됐습니다. 이미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 중지 결정을 확보했고 투표가 끝나면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게 됐습니다.

#2. 한국GM 노조
한국GM 노조 역시 협상 결렬, 조정 중지, 조합원 투표 등을 거쳐 합법적인 파업이 가능한 상황입니다.

한국GM 노사의 임금 협상은 어느 정도 가닥을 잡았습니다. 한국GM측은 노조측에 기본급 5만원 인상, 일시금 900만원 지급 등을 제시했습니다. 최근 3년 2조원 가까운 누적 적자를 낸 것을 감안하면 최대한의 임금 인상이라는 평가입니다.

그런데 노조는 갑자기 한국GM 철수를 하지 않겠다는 ‘미래 발전 전망’을 노사 협상 테이블에 올려놨습니다. GM 본사가 한국GM을 철수할지 여부는 한국GM 경영진이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한국GM 노조는 정치권, 산업은행으로 전선을 확대하며 투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산업은행이 한국GM의 철수를 막아달라는 겁니다.

산업은행은 다소 황당하다는 반응입니다. 산업은행은 GM과 2002년 주주간 계약을 맺으며 사업 철수 등 주요 사안에 대해 15년 간 ‘거부권’을 받았습니다. 거부권의 효력은 오는 10월 만료가 됩니다. 이후 GM이 한국GM을 철수하겠다고 하면 산업은행으로선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산업은행 보유지분은 17%로 10월 이후에는 주요 의사 결정을 반대할 권한이 없다”며 “당장 한국GM 지분을 매각할 생각도 없는데 왜 보유 지분 매각 반대 요구를 이 시점에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사측도 산업은행도 수용할 수 없는 '미래 발전 전망' 요구는 결국 파업으로 가기 위한 명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심지어 GM 미국 본사는 한국GM을 철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이미 밝힌 바 있습니다. 메리 배라 미국 GM 회장은 인도와 남아프라키공화국에서 올해 안에 철수하겠다고 밝혔지만 한국에 대해서는 “동남아시아와 호주, 뉴질랜드에 대한 비즈니스는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GM은 올해 상반기 자동차 판매량은 27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3%나 줄었습니다. 유럽 쉐보레가 철수한 여파가 있다고 하지만 판매 감소폭은 수출 6.5%, 내수 16.2%로 내수가 훨씬 더 많이 줄었습니다.

한국GM 관계자는 “한국GM 철수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바뀌지 않게 하려면 해외 다른 공장보다 경쟁력이 높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파업을 해서 오히려 철수를 부추기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습니다.

#3. 쌍용차 노조
쌍용차는 소형SUV 티볼리의 범퍼 디자인을 바꾼 ‘티볼리 아머’를 선보였습니다. 현대, 기아차가 코나, 스토닉을 각각 출시하자 이에 대한 대응책을 내놓은 겁니다.

티볼리 아머의 바뀐 외형보다 더 눈에 띈 것은 ‘주문 제작형’ 트림입니다. 티볼리 아머의 기어 트림은 컬러와 사이드 미러, 전방후드, 천장 후드 등 8부분을 고객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주문 제작으로 만들 수 있는 조합은 수십만 가지에 달합니다.

주문 제작형 자동차는 판매량이 적은 최고급 차종에서만 선보이는 방식으로 국내 양산형 차종에서는 처음입니다.

주문 제작 방식이 흔치 않은 것은 생산 공정이 매우 복잡해지기 때문입니다. 양산형 자동차는 정해진 방식에 따라 만들지만 주문 제작형은 주문이 들어온 대로 일일이 확인하며 만들어야 합니다. 생산직 근로자를 매우 피곤하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신차를 출시하기 위한 생산 라인 변경도 노조와 갈등을 빚는 자동차 업계의 현실을 감안하면 생산직 근로자들이 공정을 복잡하게 만드는 주문형 제작 방식을 수용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타협입니다.

쌍용차 관계자는 “주문 제작은 생산 라인의 협조가 없으면 불가능한 방식”이라며 “쌍용차에게 티볼리가 얼마나 중요한 모델인지에 대한 노사간 공감대가 있기 때문에 생산 라인에서도 적극적으로 협조를 해줬다”고 말했습니다.

쌍용차는 파산 위기까지 갔다가 티볼리의 성공으로 회생의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올해 상반기 쌍용차의 판매량은 7만여대로 전년 대비 5.7%가 줄었습니다. 그와중에 티볼리는 3만 6천여대가 팔리며 전체 판매량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쌍용차는 직장을 지키기 위한 노사간 협력으로 2010년 이후 7년 연속 무분규 교섭을 이어왔습니다.

현재 쌍용차 노사도 임금협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쌍용차 관계자는 “교섭이 진행중이라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분쟁 없이 타결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노조도 회사가 정상화될 때까지 동조하기로 했고 회사도 경영 여건이 허락되는 한 임금 인상을 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4. 자동차 공장 근로자의 경쟁상대는 다른 나라 공장 근로자
한미FTA 재협상 논란이 뜨겁습니다. 미국은 한미FTA가 불공정하게 맺어져 자국 자동차 산업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볼멘 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미국 자동차의 한국 수입은 37%나 늘었는데도 말입니다.

미국이 자동차를 강조하는 이유는 자동차 산업이 전후방 효과가 크고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 자동차 공장들은 일감을 얻기 위한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습니다. 각국 정부는 어디에서 팔리냐보다 자국 공장에서 생산을 하느냐에 더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자동차 공장 생산직의 생계를 위협하는 경쟁자는 다른 브랜드의 자동차 공장이 아니라 자기 회사 해외 공장 생산직’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가운데 전 세계 공장 중 가장 생산성이 좋은 공장에 일감이 몰릴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일감이 없는 공장은 폐쇄될 수밖에 없고, 일감 따기 경쟁에서 승리를 하기 위해서는 생산성을 높여야 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사활을 건 공장간 일감 따기 경쟁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자동차 노조는 파업 전야를 맞고 있습니다. 쌍용차 같은 극단적인 경험을 해야만 노사간 협력이 가능해지는 것인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soonwoo@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MTN = 권순우 기자 (progres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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