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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어느 현대증권 소액주주의 이별기

KB금융 주식교환 후 수익률 두배↑..."현대증권 주주들에게 전화위복"
이대호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이대호 기자] 약 1년 전. 현대증권 주주들은 고민에 빠졌다.

현대증권 주식을 KB금융지주 주식으로 교환 받는 것이 나을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 나을지 선택의 기로에 놓였던 것.

지난해 8월 2일 KB금융그룹은 현대증권 주식을 KB금융지주 주식과 맞교환하기로 결정했다. KB금융지주가 현대증권 지분 100%를 모아 완전 자회사로 만들기 위함이었다. KB금융이 갖지 못한 나머지 주식 70.38%가 맞교환 대상이었다.

현대증권 주주들은 혼란스러웠다.

"장기적으로 보면 KB금융 주식으로 교환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현대증권 주가 올랐을 때 팔아버리자", 심지어 "KB가 현대증권을 헐값에 먹으려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결과는 어땠을까?

지난 24일 KB금융 주가는 6만원을 돌파했다. 지난 2011년 1월 이후 6년 반만에 처음이다. 올해 들어서만 약 40% 급등했다. 코스피(약 21%)의 두배 가까운 상승률이다.

주식교환 없이 현대증권 주식을 그대로 들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증시 대세 상승에 따라 증권주가 가파르게 올랐으니, KB금융보다 현대증권 주식을 보유했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

현대증권 주권이 상장폐지돼 현재 가치를 정확히 따져볼 수는 없다. 대신 KRX증권업 지수로 상승률을 가늠해볼 수는 있다.

현대증권과 KB금융지주 이사회에서 각각 주식교환을 의결한 작년 8월 2일 주가를 기준으로 지난 24일까지의 상승률을 비교해보면 이렇다.

KRX증권업 지수는 이 기간 약 35.55% 올랐다. 반면 KB금융지주 주가는 같은 기간 약 69.7%나 급등했다. (1주당 교환가액 3만 5,474원, 7월 24일 종가 6만 200원 기준)

결과적으로 현대증권 주식을 KB금융 주식으로 교환 받은 후 수익률이 두배 가까이 더 좋았다는 것이다.

물론, 교환비율 자체에 불만이 있었다면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론일 수도 있다. 당시 정해진 교환 비율은 1:0.1907312(1주당 교환가액 KB금융 3만 5,474원, 현대증권 6,766원)이었다. 현대증권 주식 약 5주가 KB금융 1주로 바뀐 것이다.

이 또한 결과론이지만, 당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현대증권 주주는 기관투자자 가운데 도이치뱅크가 유일했고, 개인투자자는 65명에 불과했다. 매수청구 대금도 총 12억 5,100만원 수준에 그쳤다. KB가 주식교환 무효 기준으로 삼았던 7,700억원 한도의 600분의 1도 되지 않는 규모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는 1억 2,153만원에 불과했다. 대부분 개인투자자들이 현대증권 주식을 KB금융 주식으로 교환 받았다는 뜻이다.

물론, '당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1주당 6,637원)이 너무 낮았기 때문에 울며겨자먹기식으로 교환한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또 결과적으로) KB금융으로 주식교환을 한 옛 현대증권 주주들은 더 큰 이득을 거뒀다는 계산은 성립한다.

당시 주식교환에 불만을 토로하는 주주들을 설득하기 위해 KB금융지주와 현대증권 고위임원들이 직접 뛰었다고 한다. 주주들을 만나 현대증권과 KB증권 합병 계획, 이후의 시너지 효과를 설명한 것은 물론이다. "경영진이 더 열심히 해서 KB금융 가치를 더 높이겠다."며 연신 주주들을 설득했다고 한다.

당시 KB금융 경영진에게 설득 당했던(?) 한 큰손 주주는 KB금융 주가가 5만원에 다다를 즈음 "밥 한번 사겠다."며 연락해왔다고 한다. 물론 김영란법 때문에 자리는 성사되지 않았지만...

지난 3월 14일 네이버 금융 종목토론실에 "구 현대증권 주주입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2년 정도 보유한 KB금융 주식을 아파트 잔금 납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매도했다는 한 소액주주의 글이었다. 주가 5만원을 넘어선 시점이었고, 배당까지 합해 50% 정도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이 개인투자자는 "(앞으로 KB금융 주가가)하락해서 다행이기보다는 6만원까지 찍어서 (자신이)배아프길 바랍니다."라고 적었다. 이 글에 많은 주주들이 "마음이 예쁘다.", "축하한다."는 답글을 남겼다. 그후 약 4개월만에 KB금융 주가는 마침내 6만원을 찍었다.

당시 이 글에 한 소액주주는 "물렸었던 현증(현대증권) 주주"라며, "맘고생 많았는데 결국 KB로의 인수합병은 현증 주주로써는 전화위복이었다."고 답글을 남기기도 했다. 또 다른 소액주주는 "현증(현대증권)에서 고생하신 분들 대박나자"고 응원하기도 했다.

지금은 상장폐지되고 KB금융지주 완전자회사가 된, 그리고 KB증권과 함병돼 이름도 남지 않은 현대증권. 그래도 옛 주주들과의 마지막 장면은 해피엔딩으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이대호 기자 (robin@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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