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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성장'이라는 단어가 사라진 시대…일자리는 누가 만드나?

권순우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권순우 기자] A사는 직접 거래를 하는 1차 협력사뿐 아니라 2,3차 협력사를 지원하기 위해 500억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했습니다. 또 1차 협력사가 2, 3차 협력사에 ‘갑질’을 하지 못하게 하도록 협의체도 구성했습니다.

B사는 상시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계약직, 파견직 45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습니다. 또 2,3차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1인당 월 10만원씩 지급했습니다. 또 이들 업체 근로자들에게 명절 선물, 건강검진 등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요즘 재계에는 협력사 지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각종 미담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기업이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일은 칭찬 받을 만한 일입니다. 하지만 기업의 선행을 마냥 유쾌하게만 볼 수가 없습니다. 기업들의 선행을 압박하는 보이지 말아야 할 손의 존재가 너무나 뚜렷하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기업의 목소리는 사라졌습니다. 대기업의 목소리를 대변하던 전경련은 최순실 게이트 이후 존재를 부인당하고 있고 경총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해 “정규직, 비정규직 문제가 아니라 대중소기업간 문제로 봐야 한다”고 말 한마디 했다가 정부, 여당의 십자 포화를 맞았고 입을 닫았습니다.

그나마 대한상의가 정부와 기업의 소통창구 역할을 하고 있지만 박용만 회장 역시 새 정부의 정책이 ‘너무 이르다’는 말을 했다가 ‘판단하기에 너무 이르다는 표현이었다’며 정정하는 등 기업의 입장을 솔직하게 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문재인 대통령은 향후 국정 운영을 위한 5개년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5대 국정목표와 100대 과제가 제시됐습니다. 100개가 되는 국정 과제 중에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은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이같은 현실에도 불구하고 재계 단체들은 '더불어 잘사는 경제를 위한 새로운 성장 공식을 잘 제시했다(대한상의)', '일자리 창출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정한 것에 대해 공감한다(경총)', '국정과제의 성공적인 이행을 위해 힘을 보탤 것(무역협회)' 등 정부에 우호적인 입장만을 전달했습니다.

일자리 창출과 근로자의 여건 개선에 무엇보다 중요한 단어는 '성장'입니다. 김동원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성장’이란 단어 사용 자체를 극도로 기피한다고 할 만큼 사용하지 않고 있다”며 “아무리 부정하고 싶어도 성장의 뒷받침 없이는 무엇도 가능하지 않다”고 비판했습니다.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가 처음 만나는 간담회가 잡혔습니다. 이 자리에서도 허심탄회한 소통은 쉽지 않은 분위기입니다. 이날 간담회에는 재계 순위 100위권 밖인 오뚜기가 초청됐습니다. 오뚜기는 1500억원의 상속세를 자발적으로 납부했고 또 비정규직 비중이 낮은 ‘착한기업’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정부의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세금 많이 내고, 정규직 일자리를 늘려라'

정권 출범 이후 다양한 정책의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지만 기업인들은 ‘아직 구체적인 정책이 나오지 않아서 언급하기 부적절하다’고 말합니다. 솔직히 구체적인 정책이 나와도 말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닙니다.

연간 2천억원 이상 이익을 올리는 대기업에 대해서는 법인세를 인상하는 증세 방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증세 논란의 전선을 좁히기 위한 ‘표적 증세’라는 비판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증세의 대상이 되는 기업은 물론 이들을 대변해야 할 재계 단체들도 아무 말이 없습니다.

대기업 관계자는 “더불어 잘사는 경제라고 하지만 기업은 더불어의 대상이 아닌 것 같다”며 “소통의 대상이 아닌 적폐로 지목된 상황에서 애로 사항을 이야기 했다가는 오히려 더 탄압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업은 이익을 창출해 일자리를 만들고 세금을 납부하는 생산의 원천입니다. 올해 2분기 상장기업의 법인세 비용은 5조 45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0% 늘었습니다. 글로벌 경기 개선과 그에 따른 수출 증대로 좋은 실적을 올린 덕분입니다. 법인세율을 인상하지 않아도 기업이 성장하면 세수가 늘어납니다.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짝홀수 날자 배정을 두고도 기업들은 찜찜한 생각을 떨치기가 어려워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 총수들이 과연 속내를 여과없이 내비칠 것이란 관측도 어려워 보입니다.

열쇠는 정부가 갖고 있습니다. 일자리 정부가 일자리 창출의 주체인 기업과 진정하게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는 자리를 갖기를 기대해 봅니다. 선거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구도된 기업과 재벌의 분리, 반기업정서의 확산, 적폐청산 등의 관점이 아니라 진정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랍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권순우 기자 (progres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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