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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오해와 불신이 풀리지 않는다면…" 국민연금 의혹과 삼성의 운명

머니투데이방송 김주영 기자2017/08/08 15:27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결심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제공)

"제가 아무리 부족하고 못난 놈이라도 우리 국민들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에 손해를 끼치겠습니까. 오해와 불신이 풀리지 않는다면 저는 앞으로 삼성을 대표하는 경영인이 될 수 없습니다."


7일 '뇌물공여' 혐의 등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징역 12년을 구형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후진술에서 울먹이며 한 말입니다.


이 부회장은 법정에서 자신의 주장을 밝힐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최후진술에서 유독 국민연금 의혹을 해명하는데 상당부분을 할애했습니다.


이는 단지 해당 의혹을 해명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삼성이 국민들의 가장 큰 공분을 산 것이 바로 국민연금 의혹입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이 불공정해 서민의 노후자금원인 국민연금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고, 이로 인해 이 부회장 등 삼성 총수 일가가 이득을 취했다는 의혹입니다.


1938년 대구 삼성상회로 출발해 79년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은 우리나라를 반도체 강국으로 만드는 등 국가 발전과 궤를 같이 해 왔습니다.

사업을 통해 국가를 이롭게 한다는 '사업보국'은 고 이병철 선대회장부터 내려온 삼성의 경영철학이기도 합니다.


타국에서 삼성의 로고를 마주하면 애국심이 고취되는 등 때로는 국민의 자긍심으로 통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삼성이 국민을 배신하고, 국민에게 경제적 손실을 끼쳤다는 의혹은 이 부회장에게 있어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특경법)상 횡령, 재산 국외도피 등 중형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어떤 혐의보다도 감당하기 힘든 고뇌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자신에게 내려진 징역 12년 이란 구형보다 그간 쌓아온 삼성의 신뢰가 와르르 무너지는 게 아닌지, 앞으로의 삼성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걱정하는 그 중압감이 최후진술 곳곳에 녹아들었습니다.


실제 이 부회장의 걱정은 단지 기우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큽니다. 국민을 저버렸다는 의혹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부도덕한 기업으로 낙인찍히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삼성엔 지금 그렇지 않아도 곳곳에 위기 요인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2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가까스로 1위를 지키기는 했지만 중국 업체들의 맹렬한 추격에 언제 자리를 내어줘야할지 모르는 형국입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2분기 화웨이와 오포, 샤오미의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합치면 25.3%로 삼성 22.1%를 뛰어넘습니다. 특히 중국시장에선 이미 하위권으로 전락했고, 인도 등 아시아권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반도체 사업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유례없는 슈퍼 호황기를 맞아 연일 사상 최대 실적을 다시쓰고 있기는 하지만 세계적으로 '반도체 합종연횡'이 가시화하고 있어 선두를 계속 지킬 거란 보장이 없습니다.


애써 중심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 신뢰 상실, 글로벌 신인도 추락, 이런 가운데 장기 경영 공백 우려까지 더해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경영 공백의 휴유증은 당장은 아니어도 3~5년 후에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선행 투자가 마중물이 돼 2~3년 후 실적을 이끌고, 그로부터 2~3년 더 상승 탄력을 받는 게 경영의 핵심"이라며 "리더십 붕괴는 기업이 영속성을 잃어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부회장이 지난 2월 재판에 회부된 지 6개월, 그동안 삼성은 과감한 투자 결정 등 새로운 성장 키워드를 제시하기는 커녕 현상유지에 급급했습니다. 3월 9조원 대의 빅딜, '하만' 인수를 마무리 지은 이후 인수합병(M&A) 시계는 멈춰섰습니다.


일각에서는 90년 대 이후 긴 불황을 겪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에 빗대 '삼성의 잃어버린 6개월' 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하물며 수 년, 나아가 10년 이상 의사결정 부재가 지속됐을 때 그로 인한 파장은 상상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실제 징역 12년 구형 이라는 예상치 못한 공판 결과에 삼성은 그야말로 초비상에 걸렸습니다. 삼성의 한 고위 임원은 "선고가 내려지기까지 공식 입장을 내기 조심스럽다"며 "모두가 숨죽이고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제 벼랑끝에 선 삼성의 운명이 결정되기까지 17일이 남았습니다. 뇌물혐의가 인정되느냐 아니면 강요에 의한 희생자라는 쪽에 방점이 찍히느냐? 뇌물이 인정되면 나머지 혐의까지 셋트로 줄줄이 엮이는 만큼 중형이 불가피하고 반대의 경우라면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처럼 극단의
관측이 동시에 제기되는 경우도 보기 힘든 상황입니다. 25일 1심 선고 결과에 초유의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김주영 기자 (maybe@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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