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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대기업 SK의 중고차 시장 철수…소비자 피해는?

권순우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권순우 기자]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허위매물로 구매자를 끌어들인 뒤 폭언·협박으로 중고차를 판매해온 중고차 판매원들을 적발했다.

이들은 허위 매물로 계약서를 작성한 뒤 구매자에게 추가금을 요구했다. 구매자들이 엔진 결함 등을 이유로 계약을 취소하면 욕설과 위협을 가해 자신들이 보유한 저가의 중고차를 비싸게 강매했다. 또 자신들이 중개하는 고금리의 할부금융을 이용하도록 강요하기도 했다.

100일 특별단속기간중에 이렇게 적발된 사람만 426명에 달한다.

중고차는 사기 굉장히 찜찜한 물건 중에 하나다. 본인이 사려는 차가 사고가 났었는지, 침수가 됐었는지 일반인은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중고차 매매업자의 횡포도 무섭다. 평가를 하기도 어렵거니와 깐깐하게 물건을 보려고 할 때 판매자의 매서운 눈초리를 견뎌야 한다. 저렴한 차가 있다는 광고를 보고 매매단지에 찾아갔다가 사려던 물건은 없고, 폭언과 폭행을 당한 사례도 종종 신문지면을 장식한다.

중고차 매매에 대한 신뢰 부족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에 정보가 비대칭적으로 주어져 우량품은 없고 불량품만 남아도는 시장을 경제학적으로 ‘레몬시장’이라고 한다. 대부분 경제학 교과서에서 레몬시장의 사례로 중고차 매매 시장을 꼽는다.

지난해 국내 중고차 판매대수는 370만대다. 중고차 시장은 신차보다 2배 이상 크다. 구조적인 신뢰부족 시장에 SK엔카는 2000년 ‘TRUST SK엔카. 대기업이 하면 다릅니다!“라는 구호로 뛰어들었다. 국내 최초로 차량 진단과 보증 서비스를 도입해 악명 높은 중고차 매매 시장에 신뢰의 바람을 불어 넣었다.

지난해 SK엔카는 전국 26개 직영점을 통해 6만 8천대의 중고차를 거래했다. 중고차 유통 시장의 유일한 대기업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낮은 시장 점유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K엔카의 사업 확장성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2013년 중고차 유통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확장을 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결국 SK는 SK엔카를 매각하기로 하고 입찰을 진행하고 있다.

중고차 관련 사업은 현대차그룹 계열의 현대글로비스도 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중고차 경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중고차를 매입해 품질을 평가한다. A면 무사고차량, F면 전파, 침수 경력이 있는 차량이다. 현대차 그룹 계열사인 글로비스가 직접 평가를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신뢰도가 높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글로비스 중고차 경매장에서 자동차를 살 수 없다. ‘업자’들만 참여할 수 있는 도매 시장이기 때문이다. 일반인의 참여를 막는 이유는 경매 낙찰 이후 변심에 대한 위험을 줄이는 등의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본질적인 이유는 아니다.

글로비스 중고차 경매를 통해 중고차를 사려면 중고차 매매 자격이 있어야 한다. 그 자격은 중고차 매매업자들의 협회를 통해 주어진다. 도매업이라고는 하지만 글로비스에서 중고차를 사고 싶은 사람을 대신해 경매를 해주는 사람도 있다. 도매업자라기보다는 중개업자에 가깝다. 즉 대기업 중고차 경매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지고 통행세를 받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경매 절차가 복잡한 것도 아니고 굳이 수수료를 지급하면서 중개인을 통할 필요는 별로 없다"며 “대기업이 개인에게 중고차를 파는 것을 규제하다보니 중개업자에게 수수료를 내고 사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이 신규 시장에 진입할 경우 가장 큰 문제는 기존 사업자, 골목상권과의 갈등이다. 대기업은 기존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 소비자를 유인하는 효과가 크고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여력이 있다. 자본력이 약한 소상공인들은 대기업으로 인해 시장을 빼앗길 수 있다.

소상공인들을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대기업이 진출할 수 있는 업종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반대하기 쉽지 않은 명분이다. 하지만 정부가 규제를 통해 대기업의 진출을 제한할 경우 소상공인들이 경쟁력을 향상 시킬 유인이 부족하고, 규제의 테두리안에서 자격을 획득한 ‘업자’들은 손쉽게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할 수 있게 된다.

‘경쟁법은 경쟁을 보호하는 것이지 경쟁자를 보호하는 것은 아니다’는 경쟁법 격언이 있다. 품질에 대해 소비자가 알기 힘든 중고차 시장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신뢰 경쟁이다. 하지만 신뢰 경쟁을 촉발할 수 있는 ‘메기’의 진출을 규제로 가로 막다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이 입게 된다. 신뢰 경쟁을 촉진해온 대기업 중고차 유통 사업자의 퇴각이 씁쓸한 이유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soonwoo@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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