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N NEWS
 

최신뉴스

[MTN현장+]SK하이닉스의 약진, 총수의 '미친 존재감'

김주영 기자


<일러스트 뉴스1 제공>


SK하이닉스가 장장 7개월 간의 긴 레이스 끝에 도시바 메모리 인수를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물론 도시바가 막판에 또 변심을 할 지 모르는 일이고, 경쟁 후보였던 미국 웨스턴디지털의 반발, 각국의 반독점 심사라는 산이 남아 있습니다.


SK하이닉스도 이런 우려로 "남은 절차에 따라 SK하이닉스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협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만 밝히는 등 섣불리 축배를 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도시바가 홈페이지를 통해 한미일 연합에 매각하겠다며 매각 금액까지 밝힌 것은 이례적이어서 이번에는 계약이 성사될 가능성에 어느 때보다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시장의 관심은 계약이 마지막까지 별 탈 없이 성사되느냐가 아니라, 계약 이후 SK하이닉스가 어떤 시너지를 낼 것인가에 쏠리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한미일 연합의 축인 미국계 사모펀드 베인캐피탈에 일부 자금을 빌려주는 형태로 이번 인수전에 참여했습니다.


직접 지분을 참여한 게 아니다보니 당장 경영에서 주요한 의사결정을 하거나 기술 공유를 이끌어내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하지만 간접적인 형태로나마 도시바와 한솥밥을 먹으며 공동의 연구개발, 영업망 공유 등 협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와 함께 중국 등 후발주자의 맹공을 한동안 막을 수 있게 된 점도 고무적입니다.


SK하이닉스가 이 같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 데는 무엇보다 최태원 SK 회장의 공이 컸다는 평가입니다.


최 회장은 이번 인수합병(M&A)을 전면에서 진두지휘했습니다. 지난 4월 경영에 복귀하자마자 일본을 찾은 최 회장은 도시바 경영진과 금융계 인사들을 만나 그룹의 반도체 사업 전략과 도시바 메모리 인수 의지를 피력하는 등 현장 경영에 나섰습니다.


또 사모펀드를 통한 우회적 자금 지원, SK하이닉스의 장래 의결권 15% 제한 등은 자금력 부족과 일본 내 반한 정서, 반독점 심사 가능성 등 걸림돌을 넘어서기 위해 최 회장이 구상한 맞춤형 전략이라는 관측입니다.


조급해하지 않는 최 회장 특유의 뚝심으로 M&A를 안정적으로 끌고 갔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SK하이닉스는 안갯속이었던 매각의 방향추가 사실상 웨스턴디지털 쪽으로 기울었을 때도 인수를 포기하지 않고 도시바에 새로운 인수안을 제시하며 계속 협상을 이어갔습니다.


재계에서는 기업들이 각종 규제 정책과 중국의 사드 보복 등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가운데 SK만 유독 자신감이 넘친다며 총수 복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 나옵니다.


실제 SK는 최 회장의 복귀 이후 반도체 중심의 그룹 사업 재편과 함께 미래 성장을 위한 M&A가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올해 반도체 소재ㆍ웨이퍼 제조회사인 실트론 인수에 성공했고, 중고차 사업 등 비핵심 사업에선 과감히 빠졌습니다.


반도체 업계는 도시바 메모리 인수 계약이 마무리되면 웨이퍼에서부터 특수가스, 메모리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 이르기까지 SK의 반도체 수직 계열화가 완성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SK의 약진에 재계 맏형 삼성전자는 이를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재계 관계자는 "과감한 사업 재편과 M&A는 지금까지 삼성이 주도적으로 해 왔다"며 "전략적 의사결정에 있어 총수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실감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 대표이사는 이 달 초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로 인공지능(AI) 관련 M&A가 막바지 단계에서 틀어지는 등 리더십 공백에 대한 세간의 우려가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굴지의 기업들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거침없이 합종연횡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삼성의 시계만 멈춰버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도시바 메모리 인수를 목전에 둔 SK하이닉스 사례가 총수 존재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상기해 주고 있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김주영입니다.

머니투데이방송의 기사에 대해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하실 분은 아래의 연락처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고충처리인 : 콘텐츠총괄부장 ombudsman@mtn.co.kr 02)2077-6288

MTN 기자실

경제전문 기자들의 취재파일
전체보기

    Pick 튜브

    기사보다 더 깊은 이야기
    전체보기

    엔터코노미

    more

      많이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