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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혹부리 영감' 아프리카TV…생살 도려낼 수 있을까?

허윤영 기자


<사진=한 BJ가 다른 BJ들에게 콜라를 붓고 머리를 때리는 모습. 이 BJ는 '청소년유해' 사유로 방송 정지 처분을 받고 7일 뒤에 복귀했다. 아프리카TV 캡쳐>

[머니투데이방송 MTN 허윤영 기자] 주식시장에 콘텐츠 업종의 '표현의 자유' 논란이 서서히 스며들고 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콘텐츠 산업이 그만큼 발전하면서 유발되는 논란"이라는 긍정적 시각도 있지만, "뚜렷한 기준이 없어 투자자들이 혼란스러울 수 있다"는 의견으로 양분되는 모습입니다.

발단은 지난 13일 진행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국정감사입니다. 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은 "아프리카TV의 욕설과 폭력성, 음란성의 정도가 도를 넘었다"고 질타했습니다. 그러면서 "BJ(방송 진행자)들이 자극적 컨텐츠를 유도하는 '별풍선' 제도가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아프리카TV의 주가는 다음 거래일(16일) 16.96% 폭락했습니다. 이는 '아프리카TV'라는 사명을 사용하기 시작한 2013년 이후 최대 낙폭(종가 기준)입니다. 문제가 된 '별풍선'이 아프리카TV의 주요 수익원이라는 점에서 규제가 강화될 경우,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별풍선'이 많이 나올수록 아프리카TV의 실적도 좋아지고, 그러면서 주가가 오르는 구조입니다. 쉽게 말해 BJ들의 '표현의 수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수익률이 좋아지는 종목인 셈입니다. 정치권에서 말하는 제재는 이 선정성과 폭력성에 대한 표현의 자유를 어느 정도 제한해야 한다는 규제 리스크로 볼 수 있습니다.

주식시장에서 규제 리스크는 어느 업종에나 존재합니다. 하지만 콘텐츠 업종의 규제는 애매모호한 측면이 있습니다. 제재의 근거가 '숫자'가 아닌 '정성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가장 최근 정부의 규제로 주가가 급락했던 SPC삼립의 예를 들어보죠. 이 회사는 지난달 고용노동부로부터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5,378명을 25일 안에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체불임금 등 110억1,700만원을 지급할 것"을 지시 받았습니다. 다음날 SPC삼립의 주가는 10% 넘게 빠졌습니다.

제빵기사를 정규직으로 전환했을 경우의 비용, 체불임금이 일시적으로 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 등 규제로 인한 손실 규모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이 '숫자'에 근거해서 주가 전망을 내놓습니다. 투자자들에게 이 주식을 매도할 지, 더 살 지 결정할 수 있는 정보가 제공된다는 거죠.

하지만 콘텐츠의 경우 '숫자'로 규제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도를 넘는 폭력성, 선정성 수위가 어느 지점인지 숫자로 판단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국감에서 "청소년의 별풍선 결제 한도를 50만원으로 낮춰야 한다"는 구체적 숫자가 나오긴 했지만 이는 선정성과 폭력성을 제재하기 위한 우회적 방안이지, 이를 기반으로 향후 아프리카TV의 실적을 전망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실제로 이번 국정감사 이후 아프리카TV의 증권사 보고서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입니다. 종종 도마에 올랐던 선정성과 폭력성, 그리고 그로 인한 규제 강화를 잠재 리스크(Risk)로 보고 있었는데, 이번 국감을 계기로 그것이 현실화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물론 규제보다는 시장경제를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더 우세한 듯 합니다. 증권가, 자본시장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별풍선 제재가 아프리카TV에서 건전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BJ들에 대한 '역차별'이란 의견도 있습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제도가 산업 발전을 못 따라가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평했습니다.

아프리카TV가 자정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높습니다. 새 정부들어 주목 받고 있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즉,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중요하다'는 관점입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건전한 컨텐츠도 많이 생산되고 있는 만큼 이번 기회에 선정성, 폭력성 논란에 대한 이슈를 완화하고 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자극적인 개인방송과 BJ들은 아프리카TV에게 '매혹적인 노래가 나오는 혹'과 같습니다.

그 혹은 제3자가 보기에 아름답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프리카TV와 투자자에게는 더 없이 소중한 혹일 수 있습니다. 아프게 생살을 도려내지 않으려면 '사회적으로 용인될 정도의 수위'와 '회사의 수익성에 큰 부담이 되지 않는 수위' 그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지점을 찾아내야 하는 데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이번 논란은 단기간에 결론을 내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부분은 주식시장과 동떨어져있다고 생각한 '표현의 자유' 논란이 이제 주가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밀접해졌다는 사실입니다. 콘텐츠 업종과 자본시장의 동행을 위해서라도 보다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허윤영 기자 (hyy@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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