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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김상조가 꼬집은 재벌개혁…'공익재단'이 뭐길래

권순우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권순우 기자]



- 사회공헌의 심장 ‘공익재단’
공익재단은 재산이 본인의 본체인 특수한 형태의 법인이다. 돈이 주인이기 때문에 배당을 받을 사원도 없고, 사원 총회도 없다. 재단은 출연 받은 재산을 기반으로 공익적인 업무를 수행한다. 설립 목적에 따라 연구개발, 교육, 복지사업 등을 수행하며, 정관과 다른 사업을 할 경우 설립허가가 취소될 수도 있다.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미르재단은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해 설립허가가 최소됐다. 공익법인은 정부가 해야 할 공적 기능을 대신 수행하기 때문에 공익법인에 재산을 출연하는 경우 상속, 증여세가 면제 된다.

재단은 법상 주인이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최대 출연자가 사실상 주인 역할을 한다. 재단의 의사결정은 이사회를 통해 이뤄지는데, 최대 출연자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인사로 구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재단으로 꼽히는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의 이사는 빌게이츠와 아내 멜린다 게이츠, 그리고 21억 달러를 기부한 워런버핏이다.

- 공익재단 전수 조사하겠다는 공정위원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5대 그룹과 가진 간담회에서 “공익재단의 설립 취지에 부합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의결권 제한 등의 제도 개선방안을 강구할 생각"이라며 “대기업 집단이 운영하는 공익재단”을 전수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조사대상 공익재단은 삼성문화재단, LG연암문화재단, 행복나눔재단(SK), 롯데문화재단 등 20개 그룹에 소속된 40곳이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삼성문화재단, 삼성생명공익재단, 삼성복지재단,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호암재단 등 6개 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문화재단은 리움미술관, 호암미술관을 운영하고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삼성서울병원을 운영한다. 장학 사업은 물론이고, 미술관 사업은 수익성이 매우 낮아 재단의 후원이 없으면 운영이 불가능하다. 기업이 사회공헌 차원에서 출연한 재원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문화경험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의 경우 현대차정몽구 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차정몽구재단은 교통사고 피해 가정, 순직 소방관 자녀 등에 대한 장학 사업과 북한이탈 청소년에 대한 지원사업, 문화예술 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다.

SK그룹은 장학사업을 하는 한국고등교육재단과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는 행복나눔재단을 운영하고 있고, LG그룹은 LG연암재단, LG상록재단, LG상남언론재단, LG복지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경기도 곤지암 리조트에 가면 볼 수 있는 화담숲은 LG상록재단이 조성한 수목원이다. 롯데그룹은 롯데문화재단, 롯데삼동복지재단, 롯데장학재단 등 3개 재단을 보유하고 있다.



- 지배권 강화 편법의 온상으로 지목된 재단
좋은 일을 하겠다며 재산을 내놓은 기업들에 대해 공정위가 칼을 휘두르게 된 것은 재단을 통한 편법승계, 총수 지배력 강화 등이 이뤄질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공익재단에 재산을 출연하면 상속, 증여세가 면제 된다. 재단은 주인이 없기 때문에 재단에 출연된 주식 역시 주인이 없다. 하지만 사실상 출연자가 주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의결권을 총수 일가에게 우호적으로 행사함으로써 지배력 강화, 세습, 계열사 우회 지원 등에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5대그룹의 15개 재단 중 9개는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문화재단의 경우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전자 등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규모가 2조원(시가기준)이 넘는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삼성생명과 삼성물산 지분을 약 9천억원 규모로 보유하고 있다. 삼성의 공익재단들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의 지분은 6.86%로 이건희 회장과 삼성물산에 이어 3대 주주다. 최근까지 논란이 되고 있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삼성물산 주식 200만주를 사들임으로써 총수 일가에게 우호적인 지분이 1% 넘게 증가했다.

5대 그룹은 아니지만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산업을 인수할 때 공익재단이 활용됐다. 박삼구 회장은 개인회사인 금호기업을 설립해 금호산업을 인수했다. 그때 금호재단과 죽호학원은 금호기업에 각각 400억원, 150억원을 출자했다. 문화, 교육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재단이 오너의 지배력 확보를 위해 이용됐다는 비판이 제기 됐고, 경제개혁연대는 박삼구 회장을 비롯한 19명의 재단 이사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지금은 사라진 한진해운그룹의 양현재단(현재 유수홀딩스가 운영)도 증여세 회피 논란이 있었다. 고 조수호 한진해운그룹 회장이 보유한 지분은 6.87%였다. 지분을 모두 물려주게 되면 막대한 증여세가 불가피했다. 한진해운그룹은 양현재단을 설립해 조 회장이 보유한 지분중 2.25%를 출연했다. 양현재단의 이사장은 최은영 회장이다. 최 회장은 나머지 지분에 대해서만 증여를 받음으로써 세금을 아끼고 한진해운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 기업 활동의 성과로 사회공헌을 하는 계열사 지분 보유
재단이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는 것을 무조건 나쁘게만 볼 것은 아니다. 재단은 공익사업을 위한 자금이 필요하다. 주식을 보유하면 배당을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현대차정몽구재단은 약 4천억원 규모의 현대글로비스, 이노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정몽구재단은 지난해 글로비스와 이노션으로부터 배당금으로 227억원을 받았다. 그 자금을 기반으로 저소득층과 청소년 교육 활동에 197억원을 지원했다.

삼성문화재단의 경우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으로부터 총 262억원의 배당금을 수령했고 그 돈은 공익적인 목적에 쓰였다.

기업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돈을 배당을 하고, 배당을 받은 돈으로 공익사업을 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수행할 수 있는 아름다운 선순환 고리다. 모범적인 대기업 집단으로 꼽히는 스웨덴 발렌베리 그룹은 재단을 통해 지배되고 있다. 발렌베리 재단은 발렌베리 그룹 계열사로부터 배당을 받아 20%는 계열사에 재투자하고 나머지는 과학기술, 의료, 연구 사업 등에 사용하는데, 규모가 매년 2700억원에 달한다. 덴마크의 레고그룹 역시 커크 가문이 세운 레고재단이 지분의 25%를 보유하고 있다. 레고재단은 공익적인 목적으로 교육 보조 용품에 대한 연구를 지원한다.

- 배당도 없고 매매도 없이 총수 일가의 지배력만 유지
하지만 공익법인이 보유한 대기업 계열사 지분은 효율적으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 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공익재단이 보유하고 있는 2015년 현재 조사대상 157개사의 평균 배당률은 1.31%였다. 차라리 그 지분을 팔아 은행에 넣어두면 더 많은 이자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수준이다. 배당을 전혀 하지 않는 계열사는 33.5%에 달했다.

공익재단은 출연 받은 주식을 매매함으로써 수익을 얻을 수 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주식수가 줄어든 것은 13건에 불과 했고 그나마 9건은 회사 분할 및 합병 등으로 주식 수가 변동된 경우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재단에 주식을 출연하는 것은 주식을 팔아서 돈을 마련해 사업을 하라는 것”이라며 “재단에 출연한 지분을 매각하지 않는 것은 지배력 강화를 위한 목적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재단을 통해 세금을 안내고 지배력을 강화하는 꼼수를 막기 위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용진,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재단이 보유한 주식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같은 당 최운열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목적 사업비 지출이 50% 미만을 보이거나 재단 자산을 활용해 총수 일가를 지원하는 공입법인이 많다”며 “재벌총수의 지배권 강화를 위해 이용하는 공익법인에 대해 공정위가 더 이상 관대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 재단에 대한 규제…사회공헌 위축 우려
반면 재단에 대한 규제가 재단의 사회공헌을 제한하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미애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기업들의 기부 문화 확산과 유인 제공을 위해 의결권은 보호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5대그룹 CEO를 직접 만나 대기업 공익재단에 대한 전수조사를 선언하자 대기업들은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대기업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주식을 출연해 재단을 설립하고 이를 통해 많은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런 점은 외면하고 지배권 강화만을 목적으로 한다며 잠재적인 범죄자 취급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공익재단은 사회의 것이라 재무상황, 활동 내용이 모두 투명하게 온라인을 통해 공시되고 그동안 여러 차례 문제제기를 통해 견제와 감시를 많이 받고 있다”며 “사회공헌을 하는 방식까지 간섭을 하다보면 공익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soonwoo@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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