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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어드바이저, ‘개인 최고투자책임자’로 진화할 것

김태환 기자

[인터뷰] 천영록 두물머리 대표

천영록 두물머리 대표


[테크M = 김태환 기자] 나름 시장과 종목을 분석했는데도 자신이 산 종목만 주가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손해를 감수하고 팔고 나면 거짓말처럼 주가가 오른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증권사 보고서도 보고 추천 상품에 투자를 해보지만 상황은 마찬가지다.

천영록 두물머리 대표는 현재 투자 시장은 개인 투자자들이 돈을 잃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지적한다. 기본적으로 올바른 투자방법을 배울 시간이 부족한데다 제대로 된 정보를 얻을 창구도 없다.

수수료로 수익을 올리는 금융사 위주의 시스템에서 소액 투자자는 관심밖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형 금융사에게 소액 투자는 큰 돈벌이가 되지 못한다.

천영록 대표는 로보어드바이저가 소외 받는 개인투자자들의 구원투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시뮬레이션을 지속적으로 운용하고 새로운 데이터를 꾸준히 늘려 수익률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설명.

궁극적으로는 개인의 모든 자산을 관리하는 전문가인 최고투자책임자(CIO, Chief Investment Officer)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천영록 대표는 KTB증권에서 프랍 트레이딩 담당 트레이더로 일했다. 프랍 트레이딩은 금융사가 고객 자본이 아닌 자기자본을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기관에 소속된 트레이더는 천 대표에게 그렇게 만족스러운 자리가 아니었다. 금융시장 시스템 구조 자체에 염증을 많이 느꼈고, 결국 창업의 길에 나서게 됐다.

“증권사를 비롯해 대부분의 금융사들이 판매하는 상품은 수수료 기반입니다. 금융사들은 금융상품을 제공하는 서비스업이기 때문에 고객 중심 사고가 필요한데, 실제로는 수수료 중심으로만 생각합니다. 본질에서 벗어났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수수료 중심의 시장 환경에서는 고액자산가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고객이 많은 돈을 투자할수록 금융사가 가져가는 수수료도 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금융사가 소비자를 1시간 만나는데 10만 원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했을 때, 100만 원을 투자하는 소비자에게 수수료를 1% 받으면 수익은 1만 원이다.

반면 1억 원을 투자하는 소비자로부터는 100만 원의 수익이 발생한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10만 원을 투자해 1만 원을 벌면 손해고, 100만 원을 벌면 이득이기에 고액자산가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자본가가 계속 부를 유지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계속 가난해지는 구조가 위험해 보였어요. 언젠가 상상도 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무너질 수도 있겠다고 느꼈고, 금융인으로서 상황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많이 고민했습니다. 답은 로보어드바이저였습니다. 고액자산가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로보어드바이저로 되돌려 놓을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두물머리가 개발한 로보어드바이저 ‘불리오’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 아니라 ‘로우리스크 하이리턴’을 추구하는 알고리즘을 탑재했다.

“많은 사람들이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라는 공식을 알고 있지만 사실 하이리스크를 감수한다고 해서 무조건 하이리턴이 따라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리턴이 높아지게 되죠. 더 안전한 것이 결국 돈을 더 많이 벌어다 주게 됩니다. 때문에 불리오 알고리즘은 로우리스크 하이리턴을 추구하도록 설계 됐습니다.”

불리오는 시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한 뒤 1개월에 한 번 유리한 종목을 다시 선별한다. 1개월 단위의 단기투자를 장기적으로 반복하는 방법을 통해 통계적 이점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월 1만 원의 정액제로 운영되며 수수료는 전혀 없다. 수익률은 지난 2년간 평균 11.37%, 최대 35%까지 나올 때도 있다.

“통계적으로 봤을 때 최근 견고하게 상승한 종목이나 상품이 앞으로 한 달간 추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종목들이 주요한 예측척도가 된다고 볼 수 있죠. 이 예측지표를 한달 단위로 확인하고 추천합니다.”



“시뮬레이션 통해 새로운 데이터 생성·축적”

천 대표에 따르면 로보어드바이저는 데이터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단순히 과거 데이터들을 기반해 결과물을 내놓는 것을 뛰어넘어 새로운 시뮬레이션을 통해 끊임없이 추가 데이터를 생성·축적하고 이용해야 한다.

“과거 기록은 한계가 있습니다. 수천 가지 방법 중 우연히 한 가지 방법을 통해 결과가 나온 건데 이 사실 자체만으로는 의미가 없습니다. 과거 데이터를 포함해 알고리즘을 통한 새로운 데이터를 생성해내고 이를 시뮬레이션으로 돌려 다양한 방법을 찾아내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천 대표는 이해를 돕기 위해 알파고를 예로 들었다.

“알파고의 성공은 기본적으로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했기 때문이지만, 알파고 자체적으로 기보를 기반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바둑을 두면서 새로운 기보 데이터를 축적했습니다.

불리오 역시 금융시장의 과거 데이터를 확보한 뒤 지속적으로 앞으로의 시장을 시뮬레이션해왔습니다. 제한된 시간 내에 다른 목표를 가진 각각의 알고리즘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싸워왔는지, 또 결과적으로 승리(가장 높은 수익률)한 방법이 무엇인지를 계속 분석하고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두물머리는 불리오와 소프트웨어 알고리즘과 소비자자 채팅으로 소통하는 ‘챗봇’과의 접목도 시도하고 있다.

최근 두물머리는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고려대학교 ‘데이터 인텔리전스랩’과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두물머리는 투자자 성향이나 심리 차이를 반영한 자문형 챗봇을 고려대 데이터 인텔리전스랩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금융 데이터를 검색할 때 굉장히 일반 소비자들이 접근하기 어렵게 구성돼 있습니다. 특정 사이트에 들어가서 전문용어로 검색해야 하는데 굉장히 오래 걸리죠. 챗봇과의 접목을 통해 이런 과정을 생략하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 주식이 지난 6일간 얼마 올랐는가’라고 물으면 바로 챗봇이 대답해주는 형식으로 말이죠.”

천 대표는 로보어드바이저의 궁극적인 진화 형태는 개인들이 고용할 수 있는 최고투자자(CIO)의 모습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사람들 대부분이 각자의 일로 바쁩니다. 자산관리가 힘든 이유 중 하나가 시간부족이죠. 현재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펀드만 5400여개나 됩니다.

이 중에서 무엇을 언제사서 어떻게 팔지 선택하는게 일반인들로선 굉장히 힘들죠. 블리오를 통해 마치 투자를 다 위임하고 적재적소에 지원해주는 CIO를 고용한 느낌을 받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특히 장기적으로는 투자를 넘어서 예금, 보험, 부동산 등 자산을 종합적으로 관리해주는 로보어드바이저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테크M = 김태환 기자(kimthi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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