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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교육 이상무? 해결 과제 수두룩

강진규 기자

소프트웨어 교육 준비 현황과 숙제 ①

소프트웨어 교육 선도 학교인 이태원 초등학교에서 SW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소프트웨어 교육 선도 학교인 이태원 초등학교에서 SW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테크M = 강진규 기자] 정부는 2015년부터 소프트웨어 교육 의무화를 준비해왔지만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1시간의 딜레마에서 파생되는 문제들이 적지 않다.

우선 오래된 PC와 정비되지 않은 인프라 등으로 일부 학교에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학생들을 가르칠 정보 교사도 부족한 실정이다.

이로 인해 자칫 학교별로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교육 수준이 상이해질 경우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소프트웨어 교육 교재와 과정에 대한 수준을 둘러싼 논란도 수그러들 기미가 없다. 소프트웨어 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오해, 고액 사교육 시장이 커지는 것도 문제다.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을 경우 소프트웨어 교육에 대한 대한 인식이 나빠져 정부의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지적들이 쏟아지고 있다.



미흡한 인프라와 전문 교사 부족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2017년 6월 공개한 ‘2016년도 초·중등학교 교육정보화 실태 조사 분석’ 자료에 따르면 전국 1만1528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가 보유한 학생용 PC는 86만3854대로 집계됐다.

이는 학교별로 74.9대를 보유한 것으로 학생 1인당 PC 보유 대수는 0.46대로 분석됐다. 이 같은 통계만 보면 학생용 PC가 잘 준비돼 있는 것으로 착각할 수도 있지만 좀 더 파고들면 문제가 드러난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조사에 따르면 86만3854대의 학생용 PC 중 구입한지 4년 이상 된 PC가 45.3%에 달한다. 6년 이상된 PC도 21.5%였다. PC 하드웨어가 1~2년 마다 세대 교체되고 있고, 관련 소프트웨어도 그에 맞춰 업그레이드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수 학생용 PC가 최신 교육에 부적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장부상 기록된 것과 달리 실제 사용되고 있는 학생용 PC는 적을 수도 있다. 전국 학교에 설치된 컴퓨터 학습실을 조사한 결과 1만1528개 학교 중 374개(3.2%)만이 3개의 실습실을 갖췄다.

2318개(20.1%) 학교는 2개 학습실을 보유했고 8492개(73.7%) 학교는 단 1개의 학습실만 갖추고 있었다. 344개(3.0%) 학교는 아예 학습실이 없었다. 무선인터넷이 가능한 교실도 18.9%에 불과했다.

일선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최만 교사는 “소프트웨어 교육을 하라고 하지만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컴퓨터가 오래돼서 최신 프로그램을 돌리기 어렵다. 학교들의 유선 네트워크도 느리고 와이파이 등 무선 네트워크도 안 되는 실정이다. 이렇게 인프라가 안 갖춰진 상황에서 교육을 하게 되면 교사들이 영상 자료를 틀어 놓고 소프트웨어를 가르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성을 갖춘 교사를 많이 확보하는 것도 예전이나 지금이나 문제로 거론된다.

조기성 계성초등학교 교사는 “정보 교사가 부족하다”며 “과거에 정보 교사가 너무 많다고 다른 과목으로 바꾸라고 해서 바꾼 경우가 많다. 그런데 막상 소프트웨어를 가르치려고 하니 정보 교사가 부족해서 다시 교사를 뽑고 다른 과목 교사를 대상으로 교육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교를 제외한 학교 중 정보, 컴퓨터 정교사 자격증을 소지한 교사는 총 6972명 인데 이들 중 현재 정보 교과를 담당하고 있는 교사가 3858명으로 전체의 55.3%였다. 3114명의 정보 교사가 다른 과목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중·고등학교 정보, 컴퓨터 교과 담당 교사는 6090명인데, 앞서 말한 자격증 소지 교사는 3858명(63.3%) 뿐이다.

2232명의 교사는 정보 분야 정교사 자격증이 없다. 오락가락하는 교육 정책이 정보 교사가 다른 과목을 가르치도록 하고 다른 과목 교사가 정보 과목을 가르치게 만든 것이다.



소프트웨어 교육에 대한 오해 여전

소프트웨어 교육에 대한 오해도 여전하다. 모든 학생들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자리잡으면서, 사교육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최은순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장은 “소프트웨어 교육이 꼭 필요한지에 대해서 의문”이라며 “학부모들 입장에서는 의문을 나타내고 싶어도 교육기관에서 가르치라 하면 따를 수밖에 없다. 소프트웨어 교육이 경제 논리에만 치중돼 진행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학원만 성행하고 학부모들에게는 부담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교육에 담긴 취지를 정부 차원에서 정확히 알려 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이재호 경인교대 컴퓨터교육과 교수는 “카센터 사장을 하려고 해도 코딩을 알아야 하는 시대가 됐다. 또 코딩을 배우면 학생들이 앞으로 더 쉽게 창업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도 있다”며 “코딩 교육이 이같이 미래지향적인 사고를 갖출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 모든 학생들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코딩 언어 자체에 치중된 교육을 해서는 안 되며 언어에 치중하는 사교육이 확산되는 것도 우려스럽다”며 “소프트웨어 교육은 이런 것이라는 것을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 교재와 과정에 대한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조기성 교사는 “아직 소프트웨어 교육 체계가 안 잡혀 있다 보니 어떤 부분에서는 이미 학생들이 아는 너무 쉬운 내용이 담기는 것 같다”며 “교과 과정을 세밀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호 경인교대 컴퓨터교육과 교수는 “학부모들의 부담을 줄여준다고 해서 전체적으로 교과서 분량을 줄이고 있다”며 “소프트웨어 교육이 한 단원 수준인데 교과서 분량을 줄이는 것에 영향을 받는다면 내용이 줄고 제한적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테크M = 강진규 기자(viper@techm.kr)]

<본 기사는 테크M 제55호(2017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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