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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원톱'아닌 '투톱' KB금융...시험대 오른 허인 행장

김이슬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김이슬 기자] 조선시대 세종이 오늘날까지 성군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건 역설적이게도 상왕이었던 태종의 그늘 아래 있었기 때문임을 부인할 수 없다.

혹자는 세종을 허수아비 왕과 다르지 않다고 깎아내리지만, 군사 권력을 전적으로 태종에게 넘겼기에 학문에 집중할 시간을 벌어 한글 창제라는 희대의 업적을 남길 수 있었을 것이다.

권력 집중이 가져오는 효과와 역효과는 분명하지만, 그 안에서 취할 것과 버릴 것을 아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실질 권력을 넘긴 상황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방법을 찾은 것은 분명히 세종의 능력에서 비롯됐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우여곡절 끝에 연임에 성공했다. 윤 회장은 지난 3년간 KB국민은행장을 겸직하는 업무 과중 속에서도 실적 개선이란 분명한 성과를 내면서 연임에 안착했다.

적극적인 M&A를 통해 신한금융을 밀어내고 1위 금융사로 우뚝 선 것은 자신감의 밑천이었다. 뚜렷한 성과 속에 대다수 주주들은 윤 회장의 연임을 당연지사로 받아들였지만 전부의 뜻이 같지는 않았다.

노동조합의 반발은 참 거셌다. 모두를 품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윤 회장은 직원의 전적인 신임을 얻는 부분에서는 부족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내부 직원들은 단기 성과주의에 매몰된 업무 행태를 적극 비난하며 윤 회장 연임을 반대하는 과정에서 노사간 갈등의 골이 깊게 패었다. 결국 반대로 무산되긴 했으나 노조의 경영 참여 요구까지 주총 안건으로 상정되는 형국까지 갔다.

20일 KB금융 임시 주주총회에서 마이크를 잡은 한 주주는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더니 김정태 전 회장 때 조화롭던 KB금융이 왜 이렇게 험난하고 살벌하게 변했냐"고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반대 의견으로 고성이 오가는 주총장 분위기 속에서 나온 말이었지만, 내부 직원을 잘 다스리지 못했다는 뼈있는 질책으로 들렸다.

KB금융은 이제 다시 지주 회장-행장 분리 체제로 돌아섰다. 윤 회장의 연임을 결정지음과 동시에 KB국민은행장 자리가 다시 생겨났다. 2014년 전임 KB금융 회장과 행장의 분란을 잠재우기 위한 방편으로 윤 회장의 겸직체제가 시작된 지 3년 만의 일이다.

과거 트라우마 때문에 우려감도 크지만 기대도 적지 않다. 그런 점에서 21일부터 공식 임기에 들어간 허인 신임 국민은행장은 취임 일성은 남다르게 다가왔다.

허 행장은 "경영자가 자기 임기내 뭘 하겠다고 욕심을 내는 게 큰 무리를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뜻을 전하면서 "자리에 있는 동안 무엇을 꼭 이뤄내기 보다 고객 중심이라는 KB금융의 꾸준한 철학을 후임 행장에게 물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경영자의 핵심 권력이라 할 수 있는 인사권에 대해서도 지주와 분리해 진행하지 않는 게 혼란을 막는 방법이라고 했다. 허 행장은 최대한 자신을 낮췄지만 윤 회장과의 잦은 사전 소통을 통해 은행의 독립성을 갖춰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윤종규 회장이 이끄는 KB금융, 그리고 허인 행장을 수장으로 맞은 국민은행을 바라보는 시선은 우려반 기대반이다. 새 출발선에 선 KB금융의 쳇바퀴가 잘 굴러가려면 누구보다 허 행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다시 갖춰진 KB 투톱진영에서 허 행장이 존재감을 드러낼 '한끗 차이'가 무엇일지 궁금하다.

머니투데이방송 김이슬 기자(iseul@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MTN = 김이슬 기자 (iseul@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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