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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규제 막혀 중고차 포기한 SK…차량 공유 규제는 극복할까

권순우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권순우 기자] SK가 17년만에 중고차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기로 했습니다. SK는 호주 합작사인 카세일즈 홀딩스에 SK엔카닷컴 보유 지분 전량을 매각한다고 공시했습니다.



SK는 국내 최대 온라인 중고차 중개 사이트인 SK엔카닷컴과 전국 26개 오프라인 매정을 보유한 중고차 유통업체 SK엔카직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SK엔카직영을 이달초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매각한데 이어 SK엔카닷컴까지 매각을 하면서 SK는 중고차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됐습니다.

SK는 대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중고차 사업에 진출해 악명 높은 중고차 시장의 투명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사업을 하는 내내 ‘골목상권침해’ 논란에 휩쌓였고,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이 되면서 성장성은 크게 둔화 됐습니다.

SK는 중고차 사업을 포기하는 대신 차량 공유 사업에 집중할 예정입니다. SK는 미국의 카셰어링 업체인 투로에 약 400억원을 투자했습니다. 또 국내 1위 카셰어링 업체 쏘카에 918억원을 투자했고, 5월에는 쏘카와 손잡고 말레이시아에 합작 법인을 설립하기로 했습니다

중고차를 포기한 SK의 도전은 성공 할수 있을까요?



SK가 투자한 카풀업체 ‘풀러스’에 대해 서울시는 최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 수사의뢰했습니다.

풀러스는 운전자가 하루 24시간 중 원하는 시간을 출, 퇴근 각각 4시간씩 선택해 주5일 카풀 서비스를 제공하는 ‘출퇴근 시간 선택제’를 출시했습니다. 서울시는 아침 출근, 저녁 퇴근 시간이 아니라 자유롭게 4시간을 선정할 수 있게 한 것을 문제 삼았습니다.

운수사업법은 자가용 자동차의 유상운송을 금지하면서 ‘출퇴근 때 승용차를 함께 타는 경우’를 예외로 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카풀은 허용을 한다는 겁니다. 서울시는 “카풀은 평일 오전과 늦은 오후, 출퇴근 시간에 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자가용의 유상 운송이 금지된 상황에서는 카쉐어링, 더 나아가 소비자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 차를 제공하는 카헤일링 등 차량공유 서비스는 불가능합니다.

자가용 유상운송을 허용할 경우 26만만명에 달하는 택시운전사의 생계를 위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차량공유 기술의 발전상을 보면, 그들의 생계를 지켜주려 하다가 국내 운수사업 자체의 경쟁력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중국은 지난해 차량공유 서비스를 합법적으로 인정했습니다. 2012년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이 출범하자 중국에서도 역시 택시기사들이 일거리가 없어진다며 파업을 하고 폭력 시위까지 벌였습니다. 리커창 총리는 차량공유사업을 합법화하면서 이를 규제하려는 지방 정부의 시도까지도 무력화하며 차량공유 서비스를 육성했습니다.

디디추싱은 세계 최고의 차량공유업체 우버와의 치열한 경쟁 끝에 우버의 중국법인, 우버차이나를 인수하며 승리했습니다. 디디추싱은 중국 차량공유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으며 기업가치가 5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디디추싱은 실리콘밸리에 연구소를 설립하며 10년 안에 완전 무인자율주행차를 개발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고 일본 시장에도 진출해 일본 택시기사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습니다.



동남아 여행의 필수 애플리케이션은 차량공유 애플리케이션 그랩입니다. 그랩은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65개 도시에서 절대적인 지배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도에서는 우버의 공격을 현지 업체인 ‘올라 캡스’가 막아내며 현지 점유율 80%를 차지하고 있고, 브라질에서는 ‘99택시’와 ‘이지택시’가 우버를 밀어내고 1,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에스토니아의 ‘택시파잉’, 중동의 최강자 ‘카림’도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여러 차량공유업체의 공통점은 일본 손정의 회장(사진)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가 직간접적으로 투자한 회사라는 점입니다. 소프트뱅크는 디디추싱(중국), 그랩(싱가포르), 올라(인도), 99(브라질) 등 각 국의 1위 차량 공유업체의 최대 혹은 주요주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강력한 라이벌로 보였던 우버까지도 소프트뱅크 동맹에 합류하게 될 전망입니다. 소프트뱅크는 우버에 100억 달러를 투자해 최대주주 지분을 취득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차량 공유 업체의 합종연횡은 출혈경쟁을 방지하고 플랫폼의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섭니다. 중국에서 디디추싱과 우버가 경쟁할 때 우버측은 “디디가 연간 34억 달러(약 3조 7천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보조금”을 쓰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차량공유 플랫폼은 얼마나 많은 고객을 유치하느냐가 경쟁력이고 먼저 시장을 선점하는 측이 절대적인 지배력을 갖습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시장 선점을 위해 출혈 경쟁을 하는 것보다는 글로벌 제휴를 통해 상호간의 영역을 구분하고 시장을 배분하는 것이 상호간의 이익이라는 점을 경험적으로 체득하게 됐다”며 “그에 따라 전략적 제휴, 지분 교환 등을 추진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은 지금까지는 차량 공유 서비스를 규제를 통해 막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고, 결국 규제를 완화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차량공유서비스는 택시 기능을 넘어 자율주행차와 같은 미래 자동차 산업의 플랫폼입니다. 미국에서 우버와 리프트를 중심으로 구글, GM, 포드 등 IT, 자동차 회사들이 협업을 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만약 토종 차량공유업체가 없다면 글로벌 공룡들이 국내 시장을 선점하게 되고, 국내 업체는 싹도 틔워보지 못할 위험도 있습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차량 공유 업체들로부터 한국 시장을 지키고 그들과 제휴를 통해 글로벌 시장을 진출하려면 우선 국내의 지배적 사업자가 있어야 한다”며 “규제로 인해 국내 업체를 육성하지 못하면 결국 국내 시장을 빼앗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국내에서 차량 공유 서비스에 투자를 하고 있는 업체는 쏘카와 풀러스에 투자하고 있는 SK그룹과 카카오에서 분사해 카카오택시 등을 운영하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 등이 있습니다. 업력은 어느 정도 되지만 시장 규모는 글로벌 업체에 비해 미미합니다.

규제에 막혀 중고차 사업을 포기한 SK그룹은 차량공유 사업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택시 운전사의 일자리를 보호하려다가 한국 미래자동차, 운송사업 자체를 놓치게 되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됩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soonwoo@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MTN = 권순우 기자 (progres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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