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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남들은 일감없어 난리인데…팔자 좋은 현대차 코나 파업

권순우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권순우 기자] '네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그리던 내일이다’

현대차 노조의 파업을 보며 한 시인의 저 문구가 생각이 났습니다. 일감이 없어 공장에 나가지 못하고 있는 한국GM 군산공장,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누구는 일감이 없어 출근도 못하고 있는데 잘 팔려서 추가 생산이 필요한 자동차를 생산을 안하겠다니, 참 '팔자 좋은 파업이다' 싶습니다.

현대차 윤갑한 사장은 28일 담화문을 내고 "최악의 판매 부진으로 대부분의 공장이 물량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 그나마 수요가 있음에도 노사문제로 생산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을 과연 누가 이해할 수 있겠느냐"고 밝혔습니다. 사측의 주장이라고는 하나, 피부에 와닿는 표현입니다.

소형 SUV 코나는 올해 현대차가 내놓은 가장 '핫한' 차 중에 하나입니다. 소형 SUV 출시가 다소 늦었다는 평가를 받긴 했지만 출시 직후 국내 판매 1위로 올라섰습니다. 9월에는 유럽시장에 진출해 현지 판매 1위인 르노 캡쳐(QM3), 푸조 2008 등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고, 다음달에는 미국에도 진출합니다.

갈길이 바쁜 코나의 발목을 잡은 것은 파업입니다. 현대차는 미국 수출 초도 물량을 맞추기 위해 기존에 코나를 생산하던 울산1공장 1라인에 더해 2라인에서도 생산을 하려 했습니다. 2라인은 벨로스터, 엑센트가 생산되는 라인입니다.

신형 벨로스터가 나오면서 기존 벨로스터 생산은 중단이 됐고, 2라인은 엑센트만 생산을 하고 있습니다. 손이 비는 2라인에서 잘 팔리는 코나를 추가 생산하려고 했던 겁니다.

노조는 노사 합의 없는 신차 투입은 단체협약 위반이라며 쇠사슬로 라인을 묶고 파업을 단행했습니다.

코나의 추가 생산을 두고 벌어진 파업은 이틀 만에 종료가 됐습니다. 노조가 양보한 듯 보이지만 사측이 잃은 것이 더 많습니다. 현대차 노조는 파업을 철회하는 조건으로 2라인에 투입됐던 코나를 뺄 것을 요구했고, 사측은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한달여의 논의에서도 결론을 내지 못해 전격적으로 투입됐던 코나는 라인에서 다시 내려오게 됐습니다.

사측은 불법 행위에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며 물러선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지만, 코나 추가 생산이 무산 됐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오히려 이틀간 라인이 중단되면서 1230여대, 174억원 상당의 손실만 생겼습니다. 여전히 공장이 아닌 협상 테이블만 바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손이 비는 시점에 잘 팔리는 코나를 생산하겠다는 것은 당연한 경영 판단조차 제때 시행하지 못하는 것이 현대차 노사 문화의 단면입니다.

올해는 현대차로서는 참 암울한 한해 였습니다. 3월부터 사드 보복의 여파로 중국 판매가 반토막이 났고, 미국에서는 신차 부재로 매달 20~30%씩 판매가 감소했습니다.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으로 1조원 넘는 비용이 발생하기도 했고 대규모 리콜을 맞기도 했습니다. 한해 내내 악재에 시달리다가 그나마 숨통이 트인 것은 3분기입니다.

중국과의 관계가 개선됐고 제네시스 G70, 소형SUV 코나 등 신차가 출시돼 선전을 하고 있습니다. 영업이익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플러스로 나온 것은 14분기 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이제 좀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나 했더니 역시나 노사 관계가 발목을 잡습니다.

올해도 한달여가 남았는데 수월하게 넘기진 않을 것 같습니다. 현대차 노사는 올해 32차 교섭까지 벌였지만 마무리가 되지 않았고, 해를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코나 파업도 지연된 임단협의 그림자가 비칩니다. 하부영 현대차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위원장은 이번 코나 파업을 2017년 임단협 투쟁을 승리로 이끄는 선봉 투쟁이라고 규정한 바 있습니다.

현대차 노사 관계는 정말 자동차가 안팔려 생산 물량이 부족한 상황을 겪어 봐야 개선이 되려나 봅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soonwoo@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MTN = 권순우 기자 (progres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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