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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사면초가' 금호그룹…세대 교체로 위기 돌파할까?

권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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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방송 MTN 권순우 기자]

금호아시아나그룹을 둘러싼 환경이 심상치 않다. 금호타이어 매각을 두고 갈등을 빚은 산업은행은 금호홀딩스, 아시아나항공을 상대로 전방위적으로 대출을 상환 받고 있다.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려고 해도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저비용항공사(LCC)의 약진과 유가 상승은 주요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에 부담을 주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경제개혁연대가 요청한 금호그룹 계열사의 금호홀딩스에 대한 자금대여, LSG스카이쉐프코리아(이하 LSG)가 제기한 기내식 관련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멀어지는 산업은행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주채권 은행은 산업은행이다. 산업은행은 금호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자금을 지원하고 박삼구 회장의 경영권을 보장했으며, 우선매수권을 줘서 다시 그룹을 재건하는데 도움을 줬다. 그랬던 산업은행이 금호타이어 매각을 두고 갈등을 빚은 이후 대출 상환을 독촉하며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압박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회사인 금호홀딩스와 산업은행은 결별 수순을 밟고 있다. 내년 3월이면 완전히 정리가 된다. 금호홀딩스는 박삼구 회장이 금호산업을 인수하기 위해 만든 금호기업과 금호터미널이 합병하면서 만들어진 회사다. 산업은행은 약 1200억원 규모의 금호터미널 여신을 갖고 있었다. 금호기업과 금호터미널이 합병을 하려하자 이에 반발한 산업은행은 약 700억원의 여신을 회수했다. 금호터미널의 재무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이어 지난달 금호홀딩스가 금호고속과 또다시 합병하려 하자 산업은행은 또다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반대에도 불구하고 합병을 강행하자 산업은행은 나머지 대출도 모두 상환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3월 나머지 560억원을 상환을 하게 되면 금호홀딩스와 산업은행은 결별하게 된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산업은행이 재대출을 해준다면 좋고, 그렇지 않다면 다른 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해(리파이낸싱) 상환을 할 것”이라며 “담보가 있는 금호터미널이 하는 것이므로 준비가 다 돼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자금 압박도 이뤄지고 있다.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의 대출 만기가 돌아올 때마다 상환을 받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2015년 말 산업은행 여신은 약 1조 2천억원. 대출 만기가 돌아올 때마다 연장을 거부하면서 9월말 현재 6천억원 수준까지 내려갔고, 내년에도 지속적으로 상환을 받을 예정이다. 산업은행은 “만기가 된 여신을 상환 받을 뿐”이라며 감정적인 대응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우호적인 움직임은 분명 아니다.



금융권의 지원을 받기가 여의치 않은 아시아나항공은 시장을 통한 자금 융통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한 회사채, 자산유동화사채 규모는 9월말 현재 2조 35억원. 1년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 규모는 1조 1990억원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단기 차입금 비중도 2012년 말 26.3%에서 올해 9월말 현재 47.5%로 대폭 늘었다. 지난 10월 회사채 발행을 시도했지만 투자자들의 무관심 속에 철회됐다.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한 장래매출채권유동화사채는 1조 2382억원에 달한다. 만약 신용등급이 BB+로 한단계 떨어지면 신탁조기지급 사유가 발생한다. 이런 이유로 한국신용평가는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을 BBB-/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신용평가사에 CJ대한통운 주식 매각 등을 포함한 자구 계획안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평사 관계자는 "자구 계획이 없으면 재무 상황이 현재보다 더 악화될 것이라고 본다"며 "아시아나항공이 제시한 자구 노력들이 잘 시행이 되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전반적인 항공업황이 개선됐지만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약진함에 따라 아시아노선이 전체의 60%에 달하는 아시아나항공은 치열한 경쟁에 노출돼 있다. 또 항공사 비용의 20~40%에 달하는 유가가 최근 60달러를 돌파하며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 박삼구 회장 지배력 강화에 이용된 아시아나항공
박삼구 회장이 지배력을 강화하는데 아시아나항공이 이용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금호홀딩스는 박삼구 회장이 설립한 금호기업이 금호터미널, 금호고속을 인수해 설립한 지주사다.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금호터미널을 박삼구 회장의 개인회사인 금호기업에 넘길 때 아시아나항공의 2대주주인 금호석유는 반발했다. 3천억원 이상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매년 1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내는 우량 기업인 금호터미널을 아시아나항공이 금호홀딩스에 2700억원에 매각한 것은 저가 매각이라는 것이 금호석유의 지적이었다.

최근 금호홀딩스(금호기업+금호터미널)가 금호고속을 인수하는 과정에서도 아시아나항공이 동원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2015년 금호그룹은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금호고속을 사모펀드에 매각했다. 이후 금호홀딩스가 금호고속을 되사는 과정에서 사모펀드들은 금호고속의 자회사를 따로 떼어 되사줄 것을 요구했다. 자회사들이 금호고속의 기업가치를 떨어뜨린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호그룹은 금호고속의 자회사를 별도로 매각을 했는데, 이를 매수한 주체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투자회사인 케이에이인베스트먼트였다. 케이에이인베스트먼트는 아시아나IDT(40%)와 아시아나에어포트(24%), 아시아나세이버(16%) 등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다. 이 회사들은 금호고속 자회사 인수를 하는데 출자를 하고, 자금보충 약정도 제공했다.

즉, 박삼구 회장의 금호홀딩스가 금호고속을 인수하는데 장애물이 된 자회사를 아시아나항공 자회사들이 받아준 셈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알짜 자산인 금호터미널은 뺏기고, 원치 않는 금호고속 자회사를 떠안게 됐다”고 말했다.

-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사업 넘기고, 돈은 금호홀딩스가 챙기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중인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사건도 아시아나항공이 그룹 재건에 이용된 사례로 지목된다. 이 사건은 아시아나항공이 하이난항공그룹에 기내식 사업권을 팔았는데, 돈은 금호홀딩스가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사건이다.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사업장(LSG 공장)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말 하이난항공그룹의 계열사인 게이트고메스위스와 기내식 사업을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게이트고메는 2018년부터 아시아나항공에 기내식을 납품할 수 있는 사업기회를 얻게 됐다. 그러면서 하이난항공그룹은 금호홀딩스가 발행한 16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했다. 만기가 30년으로 초장기인데다, 금리도 0%인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에 기내식을 납품하고 있는 LSG스카이쉐프는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 납품 계약 연장을 위해 금호홀딩스에 투자를 하라는 제안을 받았다”며 “아시아나항공에 기내식을 납품하는데 금호홀딩스에 돈을 주는 것은 배임의 위험이 있어 거절했다”며 공정위에 아시아나항공을 신고했다.

채권단 역시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거래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금호홀딩스가 받은 1600억원을 아시아나항공의 자본확충에 쓰라고 압박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기내식을 계기로 받은 자금은 아시아나항공을 위해 쓰이는게 맞다”며 “아시아나항공도 자금 사정이 안좋기 때문에 금호홀딩스가 자본확충에 나설 것을 권했다”고 말했다.

- 금호타이어 계열분리…내부거래 우수수 단절
금호타이어 매각에 실패한 채권단은 박삼구 회장을 금호타이어 대표이사에서 해임하고 계열분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면서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사들과의 거래를 잇따라 끊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비용 절감을 위해 지나친 고비용 거래를 변경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금호타이어로부터 과도한 이익을 얻은 것으로 보이는 거래들이 다수 드러났다. 금호타이어는 전산업무를 하고 있는 아시아나IDT와의 거래를 끊을 예정이다. 금호타이어는 전산비용으로만 연간 351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또 금호타이어가 베트남 공장에서 고무 원재료 납품을 받는 과정에서 수수료를 챙긴 금호산업과의 거래도 정리할 예정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사들이 금호타이어을 통해 사업을 영위하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에는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죽호학원 등 공익재단 2곳이 있다. 공익재단 산하에는 케이에이, 케이에프, 케이오, 케이알, 케이아이, 케이지, 에이큐, 티엘 등의 회사가 있다. 그 회사들은 계열사의 청소나 보안, 건물관리, 보험, 용품납품(MRO), 통근버스 등 계열사를 상대로 손쉽게 수익을 얻을 사업을 하고 있다.

금호 계열에서 분리된 금호타이어는 그동안 손쉽게 일감을 받아갔던 케이아이, 케이지, 티엘 등과의 거래를 끊을 예정이다. 이밖에도 박삼구 회장의 친인척을 비롯한 계열사, 관계사 수십여곳 과의 거래도 찾아내 정리하고 있다.

산업은행과 금호그룹의 불편한 관계는 박삼구 회장의 퇴직금 지급을 두고 표면화됐다. 박삼구 회장은 금호타이어 대표이사로 13년 6개월간 근무했고, 그에 대한 퇴직금은 21억 9400만원에 달한다. 금호타이어는 3분기 공시를 통해 박삼구 회장에게 퇴직금을 지급 사실을 밝혔지만, 실제로는 지급하지 않고 있다.

표면적으로 금호타이어는 현금 사정이 원활하지 않아 자구 계획을 수립한 후 퇴직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채권단 측에서 부실 경영에 대한 책임을 물어 퇴직금 지급을 막고 있다는 것이 속내다. 박삼구 회장은 “산업은행과 관계가 나쁠 것도 없는데 나쁘다고 하는 것 같다”며 “약간의 의견 차이는 있을 수 있었지만 오해할 일도 없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 공정거래위원회의 압박…계열사 부당지원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도 금호아시아나그룹에는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경제개혁연대가 요청한 ‘금호계열사들의 금호홀딩스에 대한 자금 대여’를 조사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금호홀딩스가 금호산업 등 계열회사로부터 996억원을 차입하는 과정에서 이사회의 승인을 받지 않고 공시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시장금리보다 현저히 낮은 2~3.8%의 이자율을 적용해 부당 지원을 했다고 강조했다. 경제개혁연대는 “금호홀딩스는 금호산업 등으로부터 차입한 자금이 전액 상환됐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차입금이 전액 상환했다는 것이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앞서 언급한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사건 역시 공정위 조사가 진행중이며 내년 중에는 결론이 날 전망이다.

- 박삼구 회장의 복안은…세대교체?
지난달 28일 박삼구 회장은 돌연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박 회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전달한 메시지는 두가지다. 하나는 금호타이어 재인수를 포기하겠다는 것, 두 번째는 항공, 운수, 건설을 중심으로 내실 있는 경영을 하겠다는 것이다. 박삼구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에 대해서도 이제 그룹에서 올인 할 테니 많이 도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금호홀딩스와 금호고속간의 합병을 통해 지배구조가 대체적으로 완성이 됐으니 추가적으로 계열사에 부담을 줄 수 있는 행태를 보이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해석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계열사 위험에 노출됐다는 이유로 채권 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내실 경영을 할 테니 자금 조달에 협조해달라는 메시지로 읽혔다”고 말했다.



세대 교체를 통해 경영쇄신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재계는 이번 연말 인사에서 박삼구 회장의 장남 박세창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장(사진)이 전면에 나설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세대교체를 통해 그룹 재건 과정에서 발생한 이런 저런 일들을 정리하며 새로운 얼굴로 시장의 신뢰를 되찾고자 하는 의지도 보여줄 수 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soonwoo@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MTN = 권순우 기자 (progres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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