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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한국선 홀대, 세계는 인정 '한국 원전의 아이러니'

박경민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박경민 기자]한국전력공사가 영국 북서부에 새로 건설되는 무어사이드 원자력발전소의 사업권 인수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아직 한국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와 영국 정부의 승인과 최종 지분 인수 등 절차가 남아있지만 큰 이변이 없는 한 원전 수주가 확실시 된다.

특히 이번 성과는 최근 '원전굴기'를 천명하며 정부 차원의 원전 세일즈와 자금지원을 통해 원전 수출 확대에 열을 올려온 중국을 꺾고 이뤄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세계 최초로 원전을 건설한 원전 종주국 영국에서 우리 원자력 산업의 기술력과 안전성을 인정받았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실제로 한국 원전의 안정성과 효율성, 설계와 공사능력은 세계 최고로 평가된다.

원전의 평균 건설기간은 약 7년이 소요되지만 한국이 현재 건설중인 UAE 바라카 원전의 건설기간은 약 4년 6개월에 불과하고, kW(킬로와트)당 건설단가는 약 1,556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원전 총 가동시간 중 발전소 고장 등으로 발전소가 정지한 시간을 의미하는 고장 정지율도 1.1%로 전 세계 원전의 고장 정지율 평균인 5.9%의 5분의 1도 채 되지 않는다.

설계와 건설, 운영과 정비까지 그동안 잘 갖춰온 원전 생태계 덕분이다.

하지만 현재 국내 원전 생태계의 사정은 녹록치 않다.

일단 무어사이드 원전 수주를 위해선 거쳐야 할 절차가 남았다. 특히 무어사이드 원전 프로젝트는 사업자가 직접 건설비를 조달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예비타당성 조사 등을 통해 혹시 챙기지 못한 리스크는 없는지 파악해야 한다.

한전이 최종적으로 뉴젠 컨소시엄 인수에 성공한다고 해도 건설에 필요한 21조원의 자금 조달 방안도 세워야 하고, 영국 정부와 협상을 통해 35년동안 얼마의 가격에 전기를 판매할지, 투자비는 어떻게 회수할지에 대한 치밀한 고민도 필요하다.

한전이 혼자 해내기엔 벅찬 일이다. 원전사업권 인수에 마지막까지 혼신의 노력을 다한 조환익 사장이 임기를 석달 앞두고 사퇴한다. 박수 받으며 떠날 때를 고려한 측면이 크겠지만 너무 빡빡한 일정에 몸과 마음 모두 지친 것으로 보인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각) 체코 프라하 클라리온호텔에서 열린 한국 원전 설명회에서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영국, 체코 등을 차례로 방문해 지원사격을 펼친 것처럼 지속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아직까지 국가적 차원에서 나서는 것에 더 많은 신뢰를 부여하는 국가들이 많다.

하지만 안에서는 탈원전을, 밖에서는 원전 수출을 외치는 정부의 투트랙 전략이 언제까지 균형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원자력계에서는 "자국에선 더 이상 신규원전을 건설하지 않겠다고 하는 국가의 원전을 선뜻 수입하는 나라가 몇이나 되겠냐"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수출이 마지막 원전 수출이 되어서는 안된다. 현재 세계 18개국에서 약 160기의 신규 원전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자국이 원자력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 프랑스 등을 제외하더라도 70기 정도의 시장이 열려있다. 충분히 한국경제의 새로운 먹거리로 삼을 수 있는 규모다.

원전 수출은 단순히 기기 하나를 파는 것이 아닌 플랜트, 즉 설계와 건설, 운영과 사후관리까지를 수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정부는 국내 탈원전 정책이 해외 원전 수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과도한 해석이라고 말한다. 앞서 언급했듯 이번 수주전에서도 정부의 역할이 컸다.

하지만 탈원전 정책 이후 국내 원전 생태계가 휘청이고 있다는 점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현장

지속되는 탈원전 정책으로 직접적인 원자력 기술 개발은 물론 기자재 공급망, 인력양성 자체가 중단된다면 우리나라도 1995년 이후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해 해외 기술을 들여와 원전을 건설하는 '원전 종주국' 영국의 전철을 밟게 될 지 모를 일이다.

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기자와 인터뷰에서 "탈원전정책은 대통령의 고집이라기보다는 그동안 국민들이 가지고 있었던 원전 안전 우려에 대한 정치적 표출이라고 본다"며 "국민들이 원자력에 대한 신뢰를 보여준다면 정책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제가 있다면 고쳐야겠지만, 근거 없는 불신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 이번 무어사이드 원전 수주전이 국내 원자력 기술과 안전성에 대한 인식 변화의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박경민 기자 (pkm@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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