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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너머를 봐야 혁신 가능

김태환 기자



[테크M = 김태환 기자] 2017년 블록체인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의 폭발적인 성장을 등에 업고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블록체인을 어디에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논의도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발히 진행됐다.

그럼에도 블록체인의 잠재력을 체감하기 위해서는 넘어야할 산들이 여전히 많은게 현실이다. 현재 시점에서 장벽은 크게 2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IT 원천기술로 블록체인을 바라봐야 하는데 지금은 가상화폐에 무게가 실려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블록체인 확대에 필요한 제도적인 뒷받침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원천기술 관점에서 접근해야

이더리움의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은 지난 9월 방한해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사람들이 이더리움의 기술과 철학 플랫폼에 더 많이 알았으면 좋겠다. 투자 관점에서의 관심이 블록체인 기술의 가능성과 운용성으로 연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더리움 기술 자체를 소개하고 싶은데 가상화폐를 중심으로만 질문이 쏟아지자 나온 답변이었다.

그에 따르면 이더리움은 가상화폐가 아니라 블록체인의 핵심인 스마트 계약(컨트랙트)을 활용하는 좀 더 차원 높은 개념의 플랫폼이다.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을 같은 선상에서 바라봐서는 안된다는 것이 부테린의 생각이다.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블록체인 적용을 모색하고 있는 SK주식회사 C&C의 오세현 전무도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원천기술을 활용한 하나의 서비스에 불과하며, 비트코인이 가진 단점이 블록체인의 단점이 될 수는 없다”면서 “원천기술이 있으면 설계에 따라 여러 가지 특징을 구현할 수 있는 만큼, 비트코인이 아닌 블록체인 그 자체를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블록체인은 분산원장기술이다. 원장이란 계약서를 의미한다. 지금까지 모든 계약은 정부나 중간 관리자 등을 통해 증명을 받아야 승인이 가능했다. 이를 위해 기업과 기관들은 원장을 중앙서버에 놓고 관리해왔다.

블록체인은 이 원장을 특정 중앙 서버가 아니라 거래 참가자 모두에게 분산 저장하는 개념이다. 해킹을 하려면 중앙서버가 아니라 네트워크 전체를 변경해야 하기 때문에 보안 측면에서 유리하다.

블록체인은 1.0 버전의 경우 원장 기능만 있었지만 2.0에 와서는 부테린이 강조한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 기능도 포함됐다.

스마트 계약은 계약서 안에 코드가 들어가는 개념이다. 일정조건을 블록에 입력하고 그게 충족됐을 때 자동으로 계약 사항이 이행된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아들에게 교재를 사라고 돈을 줬다고 치자. 아들은 받은 돈을 책 사는 대신 유흥비로 쓰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스마트 계약 환경에선 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 스마트 계약 기능을 활용해 코인(가상화폐)으로 교재비를 줄 경우, 그 코인은 교재 구입에만 써야 한다.

이러한 기능은 공공복지 분야에서 효율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수급자가 돈을 제대로 쓰는지 확인이 가능하다. 보험 분야에 적용할 경우 가입자가 보험금을 별도로 청구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지급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기업공개(IPO)와 유사한 개념인 가상화폐공개(ICO)를 활용하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수 있다.

작곡가가 새로운 음악 프로젝트에 돈이 필요하다면, ICO를 통해 새로운 ‘뮤직코인’을 발행하고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다. 프로젝트를 통해 나온 음악을 해당 뮤직코인을 통해서만 구매할 수 있게 한다면 음악 정품 인증도 가능하다.

뮤직코인을 통해 구매한 음악이 진품인 셈이다. 음악이 인기를 끌수록 코인의 가치는 올라가게 된다. 작곡가 입장에서는 제작비용과 판매채널을 확보하는 동시에 저작권을 보호받을 수 있다.



확산 대비한 제도 정비 필요

블록체인 확산에 대비한 제도 정비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블록체인은 기술적 특성상 정보가 블록에 저장되면 지워지지 않는다. 변경할 경우 변경했다는 기록이 계속 남는다. 보안 측면에선 강점이지만 정보 관련 실정법과 충돌하는 부분도 있다. 신용정보보호법이 대표적이다.

현행 신용정보보호법에 따르면 회사는 거래관계가 종료된 날부터 최장 5년내(해당 기간 이전에 정보수집·제공 등의 목적이 달성된 경우에는 그 목적이 달성된 날부터 3개월 이내)에 해당인의 개인신용정보를 관리대상에서 삭제해야 한다. 그러나 블록체인에선 이렇게 할 수가 없다.

서영희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현행 법제도상 기술적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주체가 모호한데다 개인정보보호법과, 신용정보법 등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상충되는 지점이 많지만 사례가 부족해 구체적 개정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장기적으로 관련법 제도 개선안을 고민하고 블록체인 활용 및 활성화 위한 새로운 법률을 추가하는 것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블록체인을 활용한 가상화폐와 관련해서도 제도적인 정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최근 한국 정부는 사실상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음에도 ICO를 전면 금지하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유사수신 문제로 피해가 먼저 커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블록체인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은 우려하는 모습이다. 시장이 형성되기도 전에 블록체인 기술이 무덤 속에 들어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구태언 테크앤로 대표 변호사는 “정부가 ICO를 전면 금지시킨 것은 도박이 문제를 일으키는데 도박한 사람을 잡는 것이 아니라 화투패를 만드는 제조업체를 잡아들이는 형국”이라며 “블록체인 시장에 참가하고 있는 기업과 규제당국이 함께 의견을 수렴해 제도를 정비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순선 서울대 법학과 교수는 “ICO의 구조나 형태가 다양하기 때문에 하나의 답을 찾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한국은 ICO를 IPO와 크라우드펀딩 중간 단계로 보고 있기에 이를 어떻게 규제해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테크M = 김태환 기자(kimthin@techm.kr)]

<본 기사는 테크M 제56호(2017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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