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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삼성, 한국 기업사 새로운 획 그어놓고 축배 못드는 이유는?

강은혜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강은혜 기자] 2018년 1월 9일, 어제 삼성전자는 연간 영업이익 50조 시대를 여는 창사 이래 최대의 실적을 발표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76번째 생일이기도 했다.

와병으로 올해도 병상에서 생일을 맞은 이 회장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는 사실을 알리는 없겠지만 그의 존재감은 다시금 빛났다.

◆ 이건희 회장 뚝심의 산물 '반도체'…실적 효자 노릇 톡톡

삼성전자의 4분기 잠정 실적은 매출 66조원, 영업이익 15조1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기간 보다 23.8%, 영업이익은 63.8% 늘어났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도 53조원을 넘었다.

실적을 견인한 일등공신은 단연 반도체였다.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초호황을 이어가고 있는 반도체 덕분에 실적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삼성이 반도체의 대역사를 쓰게 된 건 이 회장의 선견지명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회장은 '삼성의 미래는 반도체에 있다'는 믿음으로 선제적인 투자를 진행해왔다.

삼성이 본격적으로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건 이 회장이 한국반도체를 인수한 1974년이다. 당시 경영진의 반대에 부딪히자 이 회장이 사재를 털어 인수를 추진했다는 사실은 유명한 일화다.

이후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불확실성이 높아졌던 2008년에도 20조원 안팎의 반도체 시설 투자를 단행했다. 2년 뒤인 2010년에는 26조원을 투입해 화성 반도체 16라인 건설을 시작했다.

특히 당시엔 반도체 '치킨게임'으로 글로벌 기업인 인텔 등 대기업 경쟁사들도 투자를 줄이고 있던걸 감안하면 반도체에 대한 그의 믿음과 확신이 얼마나 강했는지 엿볼 수 있다.

그 뒤로도 이 회장의 주도 하에 삼성전자는 2010년부터 2016년까지 7년간 반도체 시설에 총 94조4,000억원을 투자했다.

이 회장의 주도하에 선제적이고 과감한 투자가 이어진 덕분에 4차 산업혁명으로 반도체 수요가 급증했을때 삼성은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다.

백지 상태에서도 미래의 큰 그림을 그렸던 이 회장의 용단이 있었기에 반도체 신화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반도체의 성공을 바라보는 삼성의 속내는 편치만은 않아 보인다. 정상을 향해 가는 과정인지 아니면 지금이 정점인지 그 누구도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도체가 빛을 보기 전인 2013년 삼성은 당시로선 전대미문의 괄목할 성장을 기록했다.

2013년 삼성전자는 7천만대 가량 팔린 것으로 추산되는 갤럭시S4의 돌풍으로 연간 영업이익 36조원 달성이라는 최대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2011년 15조원, 이듬해 2012년엔 29조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점을 감안하면 눈부신 성장이었다.

갤럭시S 시리즈는 업그레이드 기종마다 글로벌 출고량을 늘려가며 삼성 스마트폰의 세계 시장 점유율을 견인해왔다.

하지만 스마트폰 사업이 정체기에 빠지면서 2013년과 같은 실적 점프 영광을 재현하기란 이제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지난해 퀀텀점프를 기록한 반도체 역시 스마트폰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지난 2010년 이건희 회장이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10 전시회에 참석한 모습

◆ 스마트폰과 반도체 이후는? ...삼성의 고민

요즘 삼성전자의 분위기는 차분하다 못해 엄숙하다. 축제분위기라곤 느끼기 힘들다. 당장의 실적보다는 미래에 대한 근심이 짙게 깔려있는 분위기다.

반도체 신화의 주인공인 이 회장이 4년째 병상에 누워 상황이고 후계자인 이재용 부회장도 2년째구속수감중인 상황이다.

지금 미국 라스베가스에선 '스마트시티'를 주제로 세계 최대의 가전박람회 CES 2018가 열리고 있다. 연중 행사인데 기술발전의 속도는 눈부시게 빠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CES에 삼성 총수가 참석하지 않은 게 벌써 5년째다.

지난 2010년 이 회장이 이재용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 자식들을 데리고 직접 CES 개막식에 참석해 현장에서 글로벌 기업들과의 기술을 직접 비교해가며 미래를 고민하던 모습과는 대비된다.

올해 CES에 참석한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은 "당면한 위기를 돌파하려면 새로운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데, 지금은 제약이 많다"며 "큰 규모의 M&A(인수합병)를 하려면 회사 전체의 컨센서스(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제대로 풀어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고민을 드러냈다.

미래를 대비한 삼성의 투자는 2016년 이 부회장이 성사시킨 미국 전장기업 하만 인수가 사실상 마지막이었다.

이번 CES에선 전자업체들보다도 오히려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는 모빌리티 혁명이 더 눈길을 끌고 있다. 미래먹거리에 대한 방향성을 찾았고 과감한 투자로 올인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차업체들의 주도적인 변화에 비해 삼성-하만이 세계인을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혁신적인 기술과 제품은 아직 내놓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투자자들의 심정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삼성전자가 최대 실적을 내놓긴 했지만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이미 정점을 찍었고 다시 공급과잉 상황에 이를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들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대실적 발표에도 시장기대치에 다소 못미쳤다는 실망감이 쏟아지면서 삼성전자 주가는 오늘(10일)까지 이틀 연속 3%대 하락을 면치 못했다.

한 기업이 연간 벌어들인 이익이 무려 50조원을 넘기며 한국기업사에 한 획을 그은 날. 그 주인공인 삼성에 대해 걱정과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게 기우일까? 아무도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미래의 삼성을 시장은 냉정하게 걱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강은혜 기자 (grace1207@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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