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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새해 벽두부터 모두를 놀라게 한 현대차의 미래차 전략 'CASE'

정의선 부회장 "늦어도 확실하게 하려고 했던 것"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 기자2018/01/12 10:44

자율주행이 접목된 수소전기차 넥소(NEXO)

[머니투데이방송 MTN 권순우 기자] 2018년이 시작된 지 열흘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현대자동차그룹이 공개한 미래 자동차 전략이 놀랍기만 하다. 그동안 미래 자동차 개발이 부진하다는 세간의 평가를 무색하게 만들 정도다. CES에 참석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내부적으로는 계속 파트너들을 만나고 있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안하고 있는 건 아니고 제대로 하려고 늦은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미래 전략에 가장 약점으로 꼽혔던 부분은 글로벌 ICT 기업과의 협업이다. 미래자동차 분야는 ICT 기술이 매우 중요하다.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은 전자부품, 차량공유, 통신 등 다양한 업체들과 합종연횡을 하며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가고 있다. 동맹에 합류하지 못하면 속도를 낼 수 없을 뿐 아니라, 그들이 공동개발한 기술에 접근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일 신년사에서 “글로벌 ICT 기업들과 전략적 협업을 통해 자율주행 및 커넥티드카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10일도 채 되지 않아 그동안 준비해놓았던 다양한 협업 프로젝트를 잇따라 공개했다. 시스코, 오로라, 사운드하운드, 아마존, 그랩 등 미래 자동차 분야의 퍼즐이 되는 ICT 기업들과의 협업 프로젝트를 말 그대로 ‘쏟아’냈다. 봇물이 터진 건 '2018 CES'다.

미래자동차는 CASE(C:connectivity-연결, A:autonomous-자율주행, S:sharing-공유, E:electrification-전동화)로 요약된다. 현대차는 열흘동안 모든 분야에서 그동안 꽁꽁 숨겨놨던 협력 관계를 발표했다.

(사진)이더넷 차량 이미지

C:connectivity (연결)

현대차는 2018 CES에서 시스코와 공동 개발한 차량 내 네트워크 플랫폼의 4대 핵심 기술을 공개했다. 시스코는 세계 최대 네트워크 장비 기업이다.

차량 내 네트워크는 자동차를 운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의 흐름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고 커넥티드 기술을 구현할 수 있게 해주는 기본적인 토대다. 1초에 1기가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고, 보안성을 강화한 현대차의 차량내 네트워크 플랫폼은 미래 현대차의 혈맥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는 2019년 이후 출시될 신차에 이 플랫폼을 탑재를 하기로 했다.

또 다른 커넥티드 기술은 음성 비서다. ‘하이 현대’로 음성 비서를 불러 에어컨, 내비게이션, 음악 등을 조작할 수 있다. 사람의 음성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인공지능을 통해 명령을 수행하는 기술이다. CES에 전시된 음성 비서는 세계적인 음성인식 기업 사운드하운드와 협업을 통해 구현됐다.

(사진)사운드하운드 음성비서

운전을 하다보면 손이 자유롭지 않다. 운전 외 자동차 조작을 말로 할 수 있으면 편리할 뿐 아니라 안전성도 강화된다. 백순권 현대기아차 음성인식리서치랩 연구위원은 “자동차의 음성인식 기술은 IT 업체의 음성인식 기술과 달리 재미가 아닌 운전을 할 때 위험을 분산시키는 도구로 활용된다”며 “IT의 음성 인식 기술보다 기술력이 높고 무겁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기아차-SKT 5G 시연 콕핏

기아차는 외부와 연결을 위해 필수적인 5G 통신 서비스를 SKT와 함께 개발해 CES에서 선보였다. 또 아마존과 함께 만든 안면인식기술, 능동보행자경고 시스템도 커넥티드카를 구현하기 위한 기술이다.

자동차가 운전자의 상태를 파악해 환경을 조정하는 ‘웰니스케어’도 CES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웰니스케어는 시트, 운전대에 내장된 센서가 운전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그에 따른 편의 기능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심박수가 급상승하는 경우 정차할 것을 요구하거나 필요한 경우, 의료진과 영상통화, 진료 예약 등을 수행할 수 있다.

국내 최대 IT 기업인 삼성전자와의 협업 계획도 언급됐다. 지영조 현대차그룹 전략기술본부장은 CES에서 “6개월 안에 현대자동차그룹과 삼성전자의 협력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만을 인수하며 전장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과연 어떤 커넥티비티 환경을 구현할지 벌써부터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 A:autonomous (자율주행)

현대차가 2018 CES에서 발표한 빅 이슈중 하나는 자율주행 전문기업 오로라와의 협업이다. 오로라는 구글과 우버, 테슬라 등 자율주행 연구개발을 선도하는 기업 출신 연구 책임자들이 만든 자율주행차 전문 기업이다. 특히 자율주행차의 핵심 기술인 로봇 공학과 기계학습에 강점이 있다.

(사진)정의선 현대차 부회장/크리스 엄슨 오로라 CEO

현대차는 오로라와의 전방위적 협업을 통해 완전자율주행차(레벨4)를 2021년 전세계 스마트 시티에서 상용화하겠다고 밝혔다. 자율주행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오로라와의 협업은 현대차가 좀 더 빠르게 선도 업체들을 추격하는 데 길잡이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오로라와의 협업으로 아직까지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은 연산처리 분야에 대한 밑그림도 짐작케했다. 연산처리는 자율주행차의 두뇌에 해당한다. 센서를 통해 인지된 수많은 데이터를 해석하고 그에 따라 명령을 내리려면 빠른 연산 능력은 필수다. 연산 처리 장치의 선두 기업은 엔비디아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말 초당 320조회 연산을 할 수 있는 자율주행차 전용 플랫폼을 개발했다.

(사진)젠슨 황 엔비디아 CEO

현대차는 아직 연산처리 분야에서 누구와 손을 잡을지 밝힌 바 없다. 다만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기조연설에서 “오로라와 협력해 ‘드라이브 자이베 플랫폼’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의선 부회장은 젠슨 황 CEO의 2시간에 걸친 브리핑을 끝까지 경청했고 이후 양사 경영진이 만난 자리에서 “엔비디아는 AI와 그래픽 인지·처리 분야 등에서 그동안 많은 성과를 보였고 높은 기술력도 갖추고 있다”며 “향후 두 회사가 협력해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S:sharing (공유)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CES가 성대하게 이뤄지고 있는 11일 지구 반대편 동남 아시아에서는 현대차의 차량 공유 분야의 협업 성과가 발표됐다. 현대차 그룹은 동남 아시아 최대의 카헤일링(차량 호출) 업체인 그랩(grab)에 상호 협력을 위한 전략적 투자를 하겠다고 밝혔다.



동남 아시아의 우버로 불리는 그랩은 현재 동남아시아 카헤일링 서비스의 75%를 점유하는 독보적인 회사다. 동남아 8개국 168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등록 운전자 수는 230만명, 하루에 350만 건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대차는 동남아 지역 카헤일링 서비스에 자동차 공급을 확대하고 아이오닉 EV 등 친환경차를 활용한 차별화된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을 개발 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 전략기술본부장 지영조 부사장은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축적된 그랩의 서비스 경쟁력과 현대자동차의 친환경차 기술 경쟁력이 결합돼 모빌리티 서비스에 혁신을 불러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랩에 대한 투자는 글로벌 차량 공유 동맹에 합류하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랩의 대주주는 중국 차량 공유 업계의 90%를 점유하고 있는 디디추싱이다. 디디추싱은 인도 1위 올라, 브라질 1위 구구, 미국 2위 리프트의 주요주주이기도 하다. 현대차는 그랩에 투자를 함으로써 복잡하게 얽힌 글로벌 차량 공유 동맹에 합류하게 됐다.

국내에서 차량 공유 서비스는 택시업계의 반발로 대기업이 차량 공유 서비스를 개발하는데 한계가 있다. 현대차는 카풀 업체인 럭시에 50억원을 투자하고, 기아차는 지난해 8월부터 카쉐어링 시범 서비스 ‘위블’을 선보이긴 했지만 국내에서 적극적으로 사업을 벌이기 쉽지 않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여건상 적극적으로 진출을 할 수 없더라도 글로벌 자동차 패러다임이 소유에서 공유로 넘어가는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면 글로벌 차량 공유 연합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E:electrification (전동화)

현대차는 차세대 수소전기차 ‘넥쏘’의 차명과 제원을 2018 CES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넥쏘는 5분 충전으로 590km를 갈 수 있고, 수소 전기차는 내구성이 떨어진다는 한계를 극복하고 내연 기관 자동차 수준의 10년 16만km의 내구성을 갖췄다.

(사진)니로EV 선행 콘셉트

수소 전기차는 에너지 발생 후 부산물로 물만 나오고 배출가스가 전혀 배출되지 않으며 고성능 필터를 사용해 미세먼지를 99.9% 제거하는 공기 청정 기능도 있어 궁극의 친환경차로 불린다.

기아차는 올해 3월 제네바 모터쇼를 통해 공개될 니로EV의 선행 콘셉트를 CES에서 공개했다. 니로EV는 1회 충전으로 380km 이상을 갈 수 있다.

현대차의 넥쏘와 기아차의 니로EV는 2018 CES에서 유력 언론사들이 뽑는 ‘에디터의 선택상’을 수상했다. CES에 전시된 수백개의 제품을 대상으로 10개 분야로 나눈 ‘에디터의 선탁상중 자동차 부분에서는 넥쏘와 니로EV만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 많은 고민의 흔적 보인 정의선 부회장

2018 CES에서 정의선 부회장의 행보는 거침 없었다. 정의선 부회장은 “누가 먼저 하느냐가 살아남느냐 죽느냐의 갈림길이 될 것”이라며 “ICT 업체보다 더 ICT 업체 같아 지는게 굉장히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현대차가 미래 모빌리티에 대해 부진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오로라와의 협업이 이번 CES에서 발표되긴 했지만 사실 오랜 기간 만나 협업해온 결과”라며 “제대로 하고 실속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래 자동차 시대가 열렸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디테일한 위험에 대해 언급해, 그동안 많은 고민의 흔적을 보여줬다.

우선 차량 공유가 확산될 경우?

“차량공유가 확산되려면 위생이 전제가 돼야 한다. 차도 그렇고 전 세계에 전염병이 돌게 되면 그 파장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자기가 운전하는 차와는 다르다.

차는 더 많이 팔릴 것 같지만 다양한 종류의 차를 생산해야 하기 때문에 고정비가 많이 늘 것 같다. 자율주행이 많이 되면서 차체 자체가 강할 필요는 없을 테니 그런 부분에서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미래차로 변환이 빠르게 가속화되면 부품사는?

“협력사 대표 분들을 만나면 전환을 하셔야 한다고 말씀 드린다. 그 과정이 빨리 되겠느냐고 생각하시지만, 협력사의 2,3세 분들의 생각은 또 다른 것 같다. 우리도 너무 급하게 가지 않고 같은 방향으로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새해가 밝고 10일 밖에 되지 않았는데 수많은 글로벌 ICT 기업과 협업 성과가 발표된 것은 그만큼 현대차그룹이 준비가 돼 있었다는 것인데 달리 보면 그만큼 폐쇄적으로 활동해 왔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정의선 부회장은 이에대해 "소비자들이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을 너무 모르고 있다"며 "우리끼리만 알아도 소용이 없고 회사 이미지에도 좋지 않기 때문에 홍보를 좀 많이 하도록 방침을 잡았고 금년부터는 많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이번 CES를 전후해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그동안 보여준 미래 자동차 ‘CASE’에 대해 확실한 방향성, 상당한 수준의 연구개발, 다각적인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 등 착실하게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해줬다.

세계자동차 시장은 차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산업간 영역이 무너지고 기업간 협업이 필수가 된
무한경쟁의 시대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새로운 기회로 삼고 또 한번 도약하기 위해 묵묵히 준비해온 현대차의 노력이 어떻게 빛을 발휘할 지 주목된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soonwoo@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MTN = 권순우 기자 (progres9@naver.com)]

권순우기자

soonwoo@mtn.co.kr

상식적의 반대말은 욕심이라고 생각하는 상식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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