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N NEWS
 

최신뉴스

[MTN현장+]금호타이어, 황당하게 사라진 1조원…누구의 책임인가

권순우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권순우 기자] 최근 금호타이어 매각 과정을 지켜보면서 1년 만에 기업 가치가 이렇게 급락할 수 있다는 사실에 당혹감을 느낍니다. 매각 대상과 조건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대략적인 구도를 보면, 채권단이 논의하고 있는 조건은 지난해보다 최소한 6천억원에서 최대 1조 7천억원까지도 불리한 내용입니다. 금호타이어 매각의 실패로 국민의 세금이 막대한 피해를 볼 수 있게 된 겁니다.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더블스타에 금호타이어를 다시 넘기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더블스타는 신주 방식으로 7천억원을 들여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단순히 생각해 보면 더블스타가 지난해 9550억원에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려 했으니 2550억원 가량 낮아진 수준입니다. 하지만 인수 방식을 뜯어보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지난해 더블스타가 사려고 했던 것은 채권단이 보유한 금호타이어 지분 6600만주로 주당 1만 4천원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더블스타가 사려는 주식은 채권단 보유 주식이 아니라, 금호타이어가 새로 발행하는 주식입니다. 7천억원을 투자해 액면가(5천원)으로 주식을 발행하면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전체 지분의 47%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더블스타는 7천억원을 금호타이어에 넣고, 7천억원이 들어간 금호타이어를 가져가게 됩니다. 거져 먹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아파트를 파는데 비유해 보겠습니다. 내부 수리가 필요한 아파트가 있습니다. 지난해 방식은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에게 돈을 받고 파는 겁니다. 아파트 내부 수리비는 새로 산 사람이 냅니다. 올해 방식은 아파트를 산 사람이 수리비만 내고 가져가는 겁니다. 아파트를 판 사람은 한 푼도 못 받습니다.



채권단은 보유하고 있던 금호타이어 주식은 한주도 팔지 못하고 1주당 1만 4천원에 달했던 주식 가치는 5천원으로 떨어지게 됐습니다. 총 지분 가치로 보면 9550억원이 3300억원이 된 겁니다. 손해가 무려 6200억원입니다. 지분율도 42%에서 22%로 쪼그라듭니다.

더블스타에 이렇게 거져 주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 걸까요?

해프닝으로 끝나긴 했지만 SK에 금호타이어를 매각하는 방안은 더 황당합니다. 7천억원을 투자해 신주 방식으로 금호타이어를 인수한다는 측면에서는 같습니다. 하지만 SK는 이에 더해 1조원 규모의 출자전환 및 채권단 지분 7:1 감자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방식이 시행이 된다면 채권단 보유 주식은 6637만주에서 약 3800만주로 줄어들고 총지분 가치는 2천억원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에 더해 1조원 규모의 대출채권이 사라집니다. 9550억원 기준으로는 1조 7천억원의 손실을 입게 되는 셈입니다.



9550억원을 받을 수 있었던 지분가치가 2천억원대로 쪼그라들고, 그에 더해 1조원 규모의 대출 채권이 사라지는 안을 채권단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산업은행은 “실효성 있는 제안은 없었다”고 말했던 겁니다.

다시 정리하자면 금호타이어 매각 실패에 따른 채권단이 손실은 최소 6200억원에서 최대 1조 7천억원에 달합니다. 납세자, 예금자의 손실입니다. 지난해 산업은행이 각계각층의 반대를 무릅쓰고 금호타이어를 더블스타에 매각하려 한 것은 이런 결과가 불보듯 뻔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매각에 성공했다면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지분 매각을 통해 수익을 얻고, 금호타이어의 재무적 책임은 더블스타가 오롯히 졌을 겁니다. 매각에 실패하면서 재무적 책임을 떠안게 됐고, 지분가치도 훼손됐습니다. 개탄스러운 상황입니다.

이런 당혹스러운 상황에 처하자 산업은행은 기존 금호타이어 매각을 담당하던 팀을 해체하고 이대현 수석부행장을 팀장으로 하는 금호타이어TF 팀을 꾸리게 됐습니다. 거래가 좀 더 진행이 되면 공개를 해야 할 텐데, 1년 만에 +1조가 -1조가 된 사실을 공개하기가 매우 부담스러울 겁니다.

최고의 가격에 매각을 하려고 했던 사람들은 매각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데 반면 매각에 반대한 사람들은 막대한 사회적 손실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금호타이어 매각 실패를 종용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우선 상표권을 무기로 금호타이어 매각을 지연시키고 실적 악화로 매각이 무산되게 한 금호아시아나 그룹과 박삼구 회장이 있습니다. 본인이 금호타이어를 인수하지도 못하고 매각도 못하게 한 결과가 지금의 상황입니다.

지역사회와 정치권도 금호타이어 매각 반대에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국민의당은 “금호타이어의 기술과 특허를 중국에 통째로 넘겨주는 국익을 해하는 행위가 될 것”이라며 연일 반대를 했습니다. 광주, 전남, 전북의 지방자치 단체장, 지방의회 의원들, 해병대 전우회까지 나서서 반대를 했습니다.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 “향토기업인 금호타이어 상황을 바라보는 호남인들의 마음은 착잡하다”며 매각 반대 의사를 표시했습니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도 떠오릅니다. 방위 산업체로 분류된 금호타이어는 매각을 할 때 최종적으로 산업부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 권한을 가진 백운규 장관은 박삼구 회장이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며 더블스타에 금호타이어를 매각하는 것을 사실상 반대했습니다.

금호타이어 노조도 매각에 반대했던 대표적인 세력입니다. 본인들이 원하던 대로 매각은 무산됐고, 그로 인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게 된 이런 상황에서도 노조는 고통 분담을 거부하고 24일 파업, 상경투쟁을 진행했습니다. 각자의 이해관계 때문에 반대하고, 그 결과 발생한 어마어마한 손실은 사회적 손실로 치부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soonwoo@mtn.co.kr)

머니투데이방송의 기사에 대해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하실 분은 아래의 연락처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고충처리인 : 콘텐츠총괄부장 ombudsman@mtn.co.kr 02)2077-6288

MTN 기자실

경제전문 기자들의 취재파일
전체보기

    Pick 튜브

    기사보다 더 깊은 이야기
    전체보기

    엔터코노미

    more

      많이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