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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은근슬쩍 돌아온 폭스바겐…그래도 차는 팔린다?

권순우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권순우 기자] 배출가스 조작 사건으로 2년여간 사실상 영업이 중단됐던 폭스바겐이 신형 파사트 GT를 출시하며 다시 판매에 나섰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2천만대 이상 팔린 베스트셀링 모델인 파사트의 신형 모델이라는 점, 폭스바겐의 판매 재개 행사라는 점 때문에 100여명의 취재진이 몰렸습니다.

폭스바겐 강남 대치 전시장

판매 재개를 알리는 첫 행사였는데 행사장은 조촐했고, 어수선했습니다. 평소 자동차 판매장으로 쓰는 좁은 공간에 파사트 2대가 놓여 있었고, 취재진들은 뒤엉켜 촬영을 했습니다.

2년여 만에 재개한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행사장에는 아우디폭스바겐 관계자들이 거의 없었습니다. 차량 소개도 그리 적극적이지 않았을뿐 아니라 차량 이야기 말고는 어떤 말도 대답해줄 사람이 없었습니다. 사과와 2년간 보완한 내용, 앞으로의 각오 등 판매를 재개하면 당연히 있을줄 알았던 입장 표명은 없었습니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홍보대행사 관계자는 “크고 화려하게 축제 분위기에서 행사를 준비하기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었다”며 “조용하게 행사를 진행하는게 좋겠다는 내부 의견이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신형 파사트 GT

폭스바겐의 재판매를 두고 이중적인 감정이 교차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한국 정부와 소비자들을 무시하는 듯이 스리슬쩍 판매를 재개하는데 따른 불편함입니다. 디젤게이트가 터진 후 미국 소비자에겐1200만원의 현금을 한국 소비자에겐 100만원짜리 쿠폰을 쥐어줬습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요하네스 타머 사장은 재판을 받다가 출국한 후 ‘아파서 못 온다’며 재판에 불응하고 있습니다. 18개월 안에 85% 리콜 이행률을 달성한다는 정부와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제재할 방법도 없습니다.

최근에는 독일에서 자신들의 배기가스가 안전하다는 것을 홍보하기 위해 원숭이와 사람을 상대로 배기가스를 흡입하게 하는 실험을 했습니다. 크리스챤 슈미트 독일 교통부 장관은 “명백하게 자동차 홍보 목적으로 진행된 실험이며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력히 규탄했습니다.

2년만에 돌아온 폭스바겐은 지난 일은 물론, 최근 일에 대해서도 폭스바겐은 가타부타 말이 없었습니다. 좋은 차가 나왔다. 그것만 알아라. 어차피 차는 팔린다.

두 번째 감정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는 잘 팔릴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자동차 커뮤니티에는 신형 파사트 GT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폭스바겐이 올해 내놓기로 한 티구안, 아테온도 글로벌 베스트셀링 차종입니다.

디젤게이트가 드러나기 전인 2015년 아우디와 폭스바겐은 수입차 시장 점유율이 28%(아우디:13.3%, 폭스바겐 14.7%)로 1위였습니다. 독일 명차의 이미지와 뛰어난 가성비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폭스바겐의 판매재개를 적지않은 소비자들은 기다리고 있었을 지 모릅니다.

최근 아우디는 배출 가스 조작으로 인증이 취소돼 평택항에 1년 넘게 보관돼 차량을 ‘은밀하게’ 팔았습니다. ‘평택항 아우디’로 불리는 이 차량은 30%까지 할인을 해준다고 하더라하는 소문과 함께 불티나게 팔렸습니다. 항구에 오래 방치된 차량의 안전도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더 관심을 끈 건 ‘가격’이었습니다.


토마스 쿨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왼쪽), 요하네스 타머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이 2015년 10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사진=뉴스1

폭스바겐이 무슨 일을 했는지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폭스바겐의 잠재적 소비자들의 관심사는 아닌 것 같습니다.

한국의 제도와 인프라를 무시하는 듯한 태도는 폭스바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BMW는 본사에 재시험을 요구하기 귀찮아서 인증 서류를 조작했고 벤츠는 다른 브랜드들이 대부분 타카타 에어백 리콜을 하는데 홀로 거부를 하다가 “실험 결과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고 믿겠느냐”며 뒤늦게 리콜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래도 자동차는 팔립니다. 지난해 벤츠와 BMW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전체 수입차 시장 점유율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습니다. 폭스바겐 판매재개와 관련해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윤리적인 부분은 흐지부지 되고 한국 시장을 만만하게 보는 것 같은 느낌이 있어 찜찜한 기분을 남긴다”며 “시민단체의 전문성을 키우고 소비자들도 냉정하게 아닌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에 있어 한국 시장은 더 이상 작은 시장이 아닙니다. 오히려 세계 12위인 경제 규모에 비해 고급차가 많이 팔리는 시장입니다. 한국은 벤츠의 전체 시장 중 6위 시장입니다. BMW 5시리즈의 경우 미국에 이어 한국이 글로벌 2위 판매량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페라리, 포르쉐, 롤르소이스, 벤틀리 세계 최고급 브랜드에게도 한국은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입니다.

노동 문제를 다룬 웹툰 <송곳>에서는 프랑스 경영자들이 본국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서 한국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행태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여기서는 그래도 되니까. 여기서는 법을 어겨도 처벌 안받고 욕하는 사람도 없고 오히려 이득을 보는데…"

전 세계적인 물의를 일으키고 입장 표명 한마디 없이 은근슬쩍 판매를 재개한 폭스바겐의 태도를 유쾌하게 보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행가도를 이어갈 것 같다는 예감이, 정확하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찝찝함을 남깁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soonwoo@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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