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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철수설로 베팅하는 GM...'자구계획'부터 내놓는게 순서

권순우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권순우 기자]

- 글로벌 GM 한국 정부에 청구서를 제시하다
GM이 한국 정부에 일자리 제공에 대한 비용을 요구했습니다. 자신들의 경영 전략상 발생한 구조조정 비용을 ‘일자리’를 명목으로 한국 정부에 요구한 셈입니다.

잊을만하면 한번씩 불거지는 ‘한국GM 철수설’이 또다시 제기됐습니다. 이번에 불씨를 제공한 것은 메리바라 GM 회장입니다. 바라 회장은 실적이 부진한 해외 사업 부문, 특히 한국GM에 대해 “지금과 같은 비용 구조로는 사업을 이어가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한 것만큼은 분명하다”고 언급했습니다.

바라 회장의 발언은 전혀 놀라운 말이 아닙니다. 그동안 한국GM의 비용 절감을 이야기 했던 카허카젬 한국GM 사장의 발언과 일치합니다. 그런데 한국은 매우 예민하게 반응했습니다. 언론은 정부 지원 방침과 구체적인 3조원 증자설, 1조원 금융지원설 등 억측을 쏟아 냈습니다. 그런 중에 정부가 GM의 지원 요청이 있었음을 확인해주며 논란이 일었습니다.

한국 정부는 매우 난처한 상황입니다.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자동차 회사의 어려움은 챙겨야합니다. 하지만 한국GM이 정부 지원이 필요한 상황인지, GM이 대주주로서 역할을 충분히 했는지 판단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GM은 한국GM에 지원을 하면 그 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도 명확히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연구개발비, 이전가격, 업무지원비 명목으로 한국GM이 본사로 송금하는 돈의 실체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어 자금 지원의 명분이 약하다”면서도 “지방 선거도 얼마 남지 않았고 일자리가 워낙 중요한 화두라 부담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복스홀/오펠 GM 유럽법인

- 한국GM 부실은 GM 본사의 선택
한국GM은 GM의 주요 생산기지입니다. GM 본사가 한국GM의 물량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기 때문에 한국GM이 어려움에 처한 겁니다. 지난해 한국GM 전체 판매량(반제품:CKD 포함)은 107만대입니다. 이중 내수는 13만대로 12%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수출+반제품 수출(94만대)입니다. 즉 12%만 한국GM이 소화를 하고 나머지 88%는 GM 해외 판매 법인 및 생산공장이 소화를 해야 합니다.

2013년 GM이 유럽에서 철수하면서 한국GM의 주요 수출처가 사라졌습니다. 2013년 전체 판매량은 197만대로 지금보다 두배 가까이 많았습니다. 당시 내수 판매 물량은 15만대로 현재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반면 해외 물량은 181만대에서 94만대로 반토막이 났습니다. 자동차를 팔 곳이 사라졌는데 인건비 등 고정비는 그대로이니 경영이 정상일 리가 없습니다. 한국GM의 어려움은 본질적으로 GM이 선택에 따른 것입니다.

치명타를 입은 곳은 군산공장입니다. 단종을 앞둔 올란도와 SUV 열풍에 최대 피해자인 소형 세단 크루즈를 생산하는 공장입니다. 한 때 26만대를 생산하던 군산공장의 생산량은 3만대 수준으로 줄었고, 지난해 한달에 겨우 5~7일 정도만 가동을 했습니다. 일주일에 하루 이틀 나와서 일하는 근로자에게 임금의 80%가 지급됐습니다. 자동차를 안 만들어도 임금의 80%를 지급하니 비용 부담은 클 수밖에 없습니다.

GM호주법인 홀덴 마지막 자동차

- 일자리 위협을 걷어내면 보이는 현실
호주에서 GM이 철수한 사례는 한국과 자주 비교가 됩니다. GM은 한 때 호주 시장 점유율 50%를 차지하던 GM 홀덴을 지난해 10월 정리했습니다.

GM홀덴이 문을 닫게 된 원인은 한국GM과 마찬가지로 차량 경쟁력 부족과 높은 인건비입니다. 지난해 영국 정부가 발간한 국가별 자동차 산업 국제 경쟁력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는 시간 당 보수는 47.7달러로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GM뿐 아니라 포드, 도요타 등도 호주 공장을 폐쇄했습니다. 호주에서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는 없습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호주는 인건비도 비싸고 지형적 특성과 독특한 자동차 문화 때문에 호주에서 생산한 자동차를 수출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호주 정부는 일자리 유지를 위해 현지 생산 물량에 대한 보조금, 친환경차 개발기금 등의 명목으로 수조원 쏟아 부었습니다. 하지만 안팔리는 차를 만들기 위해 높은 인건비를 주는 구조는 유지하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글로벌 GM은 전 세계적으로 몸집을 줄이며 수익성 위주의 경영을 지속해 오고 있습니다. 또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한 돈을 미래 자동차에 투자해 체질 개선을 꾀하고 있습니다. 한때 전 세계에서 1천만대 넘게 자동차를 팔았던 GM은 지난해 960만대를 판매해 4위로 내려앉았습니다. GM의 전략을 보면 한국GM은 명백하게 구조조정 대상입니다.

- 협상 테이블로 끌려 들어오는 한국 정부
전략적 타당성을 떠나 한국GM이 어려움에 처한 근본 원인이 GM 본사에 있는 만큼 그 책임도 자신들이 져야 합니다. 투자가 필요하면 대주주인 GM이 먼저 움직이고 나머지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해야 합니다. 인건비 부담이 과중하다면 한국 정부에 손을 내밀 것이 아니라 노조에 고통 분담을 요구해야 합니다.

올해 1월 한국GM 노사는 해를 넘긴 임금 교섭을 마무리했습니다. 기본급 5만원 인상과 격려금 등 105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평균임금 9천만원에 연말 보너스를 1천만원 넘게 지급하는 한국GM이 국민들에게 손을 내밀 명분은 너무나 부족합니다. 호주의 선례를 보면 경쟁력이 없는 사업장에 무작정 자금을 지원하는 것으로는 일자리를 지킬 수 없으며, 차라리 그 돈을 실업자 구제나 미래 산업 육성에 쓰는 편이 낫습니다.

GM이 한국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할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한국GM에는 GM의 미래차 볼트EV를 디자인한 디자인 센터가 있고 한국은 GM의 글로벌 8위 규모의 판매 시장입니다. 부평, 창원 공장은 넉넉하진 않지만 충분히 가동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한국에서 철수할 정도는 아닙니다. 가짜 철수설은 결국 GM과 한국GM 노조가 한국 정부의 지원을 이끌어 내기 위해 만들어낸 협박에 불과합니다.

한국 정부는 아직 협상 테이블에 앉을 때가 아닙니다. 한국GM의 구조조정은 GM과 한국GM, 한국GM 노조 등 이해관계자들이 고통을 분담하며 최대한의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정부가 호들갑을 떨고 섣불리 협상 테이블에 뛰어 들었다가는 이해 관계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 일으켜 최선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데 방해만 될 수 있습니다. 또 현재 협상이 진행중인 한미FTA에도 약점이 될 수 있습니다. 때로는 전략적 인내가 필요한 법입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권순우 기자 (progres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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