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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리포트]"종환아 너같은 사람 찾은 것 같아"

이대호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이대호 기자]
지난 2월 1일 한국거래소 코스닥 상장식. 이상훈 대표(왼쪽)와 서종환 대표 / 사진=한국거래소

"종환아 너같은 사람 찾은 것 같아"

'래시가드 배럴의 성공, 또 그 뒤를 잇는 벤처투자의 시작'. 이 두 가지를 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이다.

서종환(43) 배럴 대표는 최근 배럴 최대주주 젠앤벤처스 이상훈(53) 대표의 이같은 말을 전했다. 스타트업 신규투자처를 찾으면 외치는 일종의 "유레카" 같은 표현이다. 그만큼 벤처투자에서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

이상훈 대표는 서종환 대표를 만났을 때 그랬듯 '인성'을 보고 최종 투자결정을 내린다. "기획이든 재무든 부족한 부분은 도와줄 수 있지만, 인성이 돼있지 않으면 오래 같이 할 수 없다"는 게 지론이다.

이 대표가 서 대표를 만난 것은 지난 2013년. 한 후배가 "나를 인간으로 만들어 준 분"이라며 서 대표를 소개했다. 만나보니 스포츠의류사업에 대한 아이디어와 열정이 보였다. 무엇보다 예의가 있고 성실했다.

이 대표는 "서종환 대표는 무일푼 시절에도 봉제공장 찾아갈 때 절대 빈손으로 가지 않고 박카스 하나라도 사갔다"며, "어려운 시절에도 공장 사장님들과 아주머니들이 서 대표를 믿어준 것은 그의 성실함과 인성 덕분"이라고 전했다.

서 대표를 눈여겨 보고 투자한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투자 직후인 2014년 배럴의 매출은 36억원으로 올라서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리고 2017년에는 약 350억원대 매출을 기록했다. 3년만에 10배 급증한 것. 이같은 성장을 바탕으로 배럴은 지난 1일 코스닥에 입성했다. 주가는 상장 1주일도 안돼 공모가 두배를 웃돌고 있다.

이상훈 젠앤벤처스 대표. 인터뷰를 보는 사람들 시선이 뒷쪽 '배럴걸' 포스터에 맞춰질 것 같다고 하자 "그럼 더 좋은 것"이라며 웃어보였다. / 이미지=MTN 기업탐탐 영상 캡쳐.


◆ 11개 벤처기업 투자...인성 나쁘면 스타도 "떠나라"

이상훈 대표는 국내 벤처1세대 출신이다. 지난 1996년 이기형 회장과 인터파크 창립을 함께 했다. 이후 이네트라는 IT솔루션 기업을 거쳐 2003년 유젠(UZEN)을 창업해 경영하고 있다. 이커머스 컨설팅과 솔루션 등을 제공하는 IT벤처다. 15년 경험을 바탕으로 삼성과 롯데, 나이키 등 굵직한 고객사를 두고 있다. 유젠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또 다른 벤처투자를 위한 재원이 된다. 전문적인 벤처투자를 위해 설립한 법인이 '젠앤벤처스'다.

개인 자금과 젠앤벤처스를 통해 투자 중인 벤처는 11곳에 달한다. 배럴과 유젠 외에도 아웃도어 브랜드 제로그램으로 유명한 '젠아웃도어' 유기농 화장품 편집숍 오가닉박스를 운영하는 '젠코스메티코스' ▲치매 위험도 예측과 조기진단을 위한 '인포메디텍' ▲외식브랜드 남고집, 엘 이베리코 등을 운영하는 '티케(tyche) f&b' ▲드라마 제작사 '젠프로덕션' ▲영화 제작사 '젠픽쳐스' ▲배우 매니지먼트사 '젠스타즈' 등이 있다. 엔터 쪽은 특히 리스크가 높아 젠엔터테인먼트라는 홀딩스컴퍼니를 두고 별도 관리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사람을 보고 투자했다'는 것이다. 스타트업 아이템은 물론 창업자의 벤처기질과 열정, 사람 됨됨이를 특히 눈여겨 본다.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인성이 좋지 않으면 가차없이 퇴출이다. 젠스타즈 소속 연예인도 예외가 아니다. 몇년 전 한 배우의 경우 회사 수익에는 도움이 됐지만 매니저들을 너무 힘들게 해 파트너십을 끝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중국어 통역사 한명을 뽑는 데도 이런 기질이 발휘됐다. 중국 투자사 관계자들과 미팅 때 중국어 통역사 테스트도 겸하게 됐는데, 통역사가 미리 관련 내용을 모두 공부해 온 것. 미팅이 원활하게 이뤄졌고 중국 업체들도 이 통역사에게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이 대표는 이 사람을 놓치지 않기 위해 "단순 통번역이 아니라 비즈니스를 같이 하자"며 설득했고 결국 젠앤벤처스에 합류시킬 수 있었다.

서울 반포동에 위치한 '배럴 강남플래그십스토어'. 배럴의 매출은 3년새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올해는 해외진출 등을 통해 매출 500억원 이상을 목표하고 있다. / 이미지=MTN 기업탐탐 영상 캡쳐

◆ 성장 돕는 액셀러레이터...성과도 함께

사업 성과는 함께 나누는 것이 원칙이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기 위한 투자이기 때문이다. 창업자의 지분율을 적정하게 유지할 수 있게 해주고 필요하면 스톡옵션 등으로 동기부여를 한다. 스타트업 창업자가 현금투자를 하지 못해도 경영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지분율을 보장한다.

이 대표는 "책임은 투자회사가 지고 CEO들은 사업에 전념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한번 실패하면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배럴의 경우에도 창업자 서종환 대표의 경영권을 확실히 보장했다. 코스닥 상장 후에도 3년간 젠앤벤처스와 서 대표가 공동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했고, 향후 젠앤벤처스 지분 매각시 서 대표에게 우선매수권을 준다는 약정도 맺었다. 현재와 미래 모두 서 대표의 경영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다. 젠앤벤처스는 '차익을 실현하기 위해 코스닥 상장을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지분 약 20.17%에 대해 3년 보호예수를 걸기도 했다.

이 대표는 젠앤벤처스를 두고 "단순한 벤처캐피탈, 재무적투자자(FI)가 아니니라 기획과 사업 실행까지 함께 하는 액셀러레이터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대표의 꿈은 제2, 제3의 배럴을 키워내는 '벤처사단'이 되는 것이다. 장차 벤처투자를 위한 사모펀드를 운영하는 꿈도 키우고 있다.

이상훈 대표는 "투자를 결정하기 전에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 일인지'를 감안한다"며, "이익도 이익이지만 가치 있는 비즈니스를 만들어 사회와 투자업계에 모범이 되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이대호 기자 (robin@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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