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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이건희 차명계좌…체면 구긴 금융위

머니투데이방송 이민재 기자2018/02/13 16:43



[머니투데이방송 MTN 이민재 기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차명계좌에 과징금을 매길 수 있다는 법제처의 해석에 금융위원회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부랴부랴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논의에 나서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자기 부정을 해야만 하는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 됐습니다.

물론 '뒷북' 지적도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과징금 불가" 금융위의 이유 있었던 자신감…결과엔 당혹

사실 금융위는 이 회장 차명계좌에 과징금을 징수할 수 없다는 데,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이 회장의 차명계좌가 1,500개 달하는 만큼, 각 사례 별로 살펴봐야 하겠지만 크게는 1993년 8월 12일 금융실명제 이전에 만들어진 계좌와 이후에 만들어진 계좌로 나뉩니다.

2008년 삼성 특검에 따르면 금융실명제 이후에 만들어진 차명계좌는 1,001개입니다. 여기에 최근 금감원 조사로 발견된 계좌까지 더하면 1,202개입니다. 이들은 현행법상 과징금의 대상이 아닙니다.

게다가 금융실명법에 "금융회사는 거래자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해야 한다"고 돼 있는데, 이는 실명만 확인하면 된다고 해석되는 경우가 많아 돈 주인은 따로 있더라도 실명 확인 절차가 있으면 차명계좌도 가능한 상황입니다.

정치권과 금융위가 구성한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입법을 통해 해당 차명계좌에 대해서도 과징금을 물려야 한다고 권고했지만 금융위는 불가능하다고 답했습니다.

당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사실 입법을 하면 삼성에만 과징금을 물릴 수 없고 동창회 통장처럼 선의의 차명계좌를 포함한 모든 차명계좌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식이 돼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렇게 되자 금융실명제 이전에 만들어진 27개의 계좌에 대한 과징금부터 매기자는 의견이 제기됐습니다.

실명 확인은 했지만 삼성 특검을 통해 객관적으로 다른 사람을 이용한 계좌임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금융위는 여기서도 실명 전환 기간에 계좌 소유주에게 확인을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며 반박했습니다.

결국, 금융실명제 이전에 개설된 차명 계좌에 대해서만 법제처에 법령해석을 의뢰했습니다. 하지만 금융위의 기대와 달리 과징금을 매길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고 금융위는 체면을 구겼습니다.

2008년 특검 당시와 지금의 여론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금융위가 미처 인식하지 못한 겁니다.


◆ '발등의 불' 금융위…"제대로 못하면 비난폭주 할듯"

금융실명법 부칙에 따르면 실명제 이전 차명계좌에 대해서는 원금의 50%를 과징금으로 징수할 수 있습니다. 실명제 이후 차명계좌에 대해서는 이자, 배당 소득에 대한 90% 중과세가 가능합니다.

현재까지 파악된 차명계좌 규모는 4조4,000억 원으로 과징금과 세금까지 고려하면 삼성 측이 내야 할 돈은 수천억 원에서 많게는 2조원을 웃돌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금융위는 TF를 통해 이번 실명제 해석과 과징금 규모 등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할 방침이지만 생각보다 논의할 시간이 적습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월 17일이 과징금 부과의 마지노선"이라며 "두 달 밖에 남지 않아 머뭇거리면 단 한 푼의 과징금도 걷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특검이 진행된 2008년 4월 17일로 이후 10년이 지나면 부과제척기간이 만료돼 과세도 과징금 부과도 못합니다.

게다가 실명제 이전의 이 회장 차명계좌 정보가 거의 남아 있지 않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과징금 부과가 사실상 어렵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금융위에게 큰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여론이 납득할만한 대안이 없다면 모든 비난은 금융위가 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 '금융사 대주주 자격'에도 불똥…당국 "문제 없다"

이 회장의 금융사 대주주 자격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이 회장 차명계좌의 81%는 삼성증권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이 회장은 삼성생명 지분 21%를 보유 중이고, 삼성생명은 삼성증권 지분 29%를 가지고 있습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삼성증권이 차명재산의 관리를 위한 충실한 사금고로 기능했다"며 "계열금융회사를 마음대로 이용해 차명재산을 운용한 재벌 총수에 대해서는 법적 제재 및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직까진 금융당국도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미 마무리 된 일에 대해서는 문제 삼을 수가 없단 겁니다.

차명계좌 등의 문제가 발생한 것이 지난 2016년 8월 금융사 지배구조법 시행 전이고, 2년에 한 번씩 하는 심사에서도 결격 사유를 찾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에서 대주주 비리행위, 의사결정 능력 등 대주주 결격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요구함에 따라 이번 법체저의 법령 해석처럼 판도가 뒤집힐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차명계좌, 대주주 자격 시비, 이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의 재산 상속과 세금, 이 부회장의 판결 등 여러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며 그야말로 급변하고 있습니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제목이 지금 금융위가 처한 상황에 딱 들어맞아 보입니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이민재 기자 (leo4852@mtn.co.kr)]

이민재기자

leo4852@mtn.co.kr

지지않는다는 말이 반드시 이긴다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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