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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장 커지는 '이건희 차명계좌'…핵심 쟁점은 무엇?

이민재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이민재 기자] 금융실명제가 시행된 지 25년, 삼성 특검이 진행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 특검 때 일단락 되었다는 이유로 이건희 차명계좌에 대한 조사와 그에 대한 규제는 사실상 답보 상태로 10년 전 수준에 멈춰있다.

하지만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추가 조사와 더불어 제재를 요구하고, "실명제 이전의 차명계좌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라는 법제처의 법령 해석이 나오면서 국면이 달라지게 됐다.

◆ 10년간 금융위의 유권해석 '시시비비'…"결국 태풍의 눈으로"

이번 법제처의 법령해석에서 가장 큰 화두는 금융위가 이제까지 한 주장의 근거가 되는 판결 내용을 법제처가 채택할지 여부였다.

"위 긴급명령에서 말하는 거래자란 금융거래에 있어서 '자기의 명의로 금융기관의 상대방이 된 자 또는 되는 자'를 말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반드시 자금의 실소유자 또는 금융자산의 사실상의 권리자만을 의미한다고 할 수 없다.<96도 3377 대법원 판결>"

1997년 4월 17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판결 내용이다. 이는 차명계좌라도 그 주인이 실명 전환을 했다면 과징금을 매길 수 없다는 말이다.

금융위가 실명제 이전의 이 회장 차명계좌에 대해 과징금을 징수하기 어렵다며 언급한 유권해석의 대표 근거 중 하나다.

이에 대해 정치권, 시민단체들은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했다. 금융위가 강조한 판결 내용이 보충의견이라 법력 효력이 없고 1998년 대법원 판결에서 "타인 실명 금융 자산도 실명 전환 의무가 있다"는 내용이 나왔다는 것이 주를 이뤘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와 금융위가 만든 금융행정혁신위원회에서 마저 이 같은 지적을 하자 결국 금융위는 법제처에 법령해석을 맡겼다.

법제처는 1998년 대법원 판결을 인용해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손을 들어줬다. 법제처는 실명제 시행 전 차명계좌 자금 출연자가 환급청구권을 갖는 채권자임이 밝혀진다면 실질적 거래자는 "실명에 의하지 아니하고 거래한 기존 금융자산의 거래자"가 된다고 못 박았다.

일각에선 금융위가 뒤에 나온 대법원 판결이 아닌 1년 전 대법원 판결 보충의견을 인용한 이유에 석연치 않는 부분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삼성 감싸기나 시간 끌기"라고 맹공했고, 금융당국은 "그런 일 없다"고 반박한 바 있다.


◆ 쟁점은 '과징금 실제 부과 여부'…"넘어야 할 산 많아"

공을 넘겨받은 금융위가 과징금을 매기는 일만 남았는데 그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일단 실명제 당시의 차명계좌 정보가 확인돼야 한다.

과징금 부과를 다룬 '금융실명제법' 제6조 1항은 "금융기관은 기존 금융자산(실명제 실시 이전 계좌) 거래자가 이 법 시행후 그 명의를 실명으로 전환한 경우에는 종전 긴급명령 시행일(1993년 8얼12일) 현재의 금융자산 가액에 100분의 50을 제공해 계산한 금액을 과징금으로 원천 징수해 그 징수일이 속하는 달의 다음 달 10일까지 정부에 납부해야 한다"고 적시돼 있다.

그리고 자본시장법상 금융 기록 보관 연한은 10년이다. 금융사, 한국거래소, 예탁결제원 등 금융 거래 기록을 보관하고 있는 곳도 이번 계좌 정보 확인에 자신이 없는 모습이다.

금융위는 활성, 휴면 계좌에 남아 있는 거래 원장을 복원하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하지만 깡통, 해지 계좌 등은 원장 복원이 안돼 또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다 보니 차명계좌 숫자와 그 금액의 파악에도 빈틈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삼성 특검 당시 이 회장 차명계좌의 숫자는 1,197개. 이후 금감원의 전수 조사로 32개가 추가로 발견돼 1,229개가 됐다. 또 최근 경찰 수사에서 발견된 260개 차명계좌는 특검 때 드러나지 않았던 계좌다.

당시 특검이 미진한 했다는 지적이 나옴에 따라 차명계좌 숫자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특검을 맡았던 조준웅 변호사의 아들이 삼성전자에 과장으로 특채 입사하는 등 지금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차명계좌 규모도 마찬가지다.

밝혀진 이 회장의 차명재산은 4조4,000억 원으로 여기에 과징금 50%라는 단순 계산을 하면 과징금 규모가 2조원을 웃돈다.

하지만 과징금은 실명제 시행 당일 차명계좌 들어있는 돈만을 기준으로 한다. 현재까지 밝혀진 실명제 이전의 차명계좌가 27개이고 그에 대한 정확한 정보도 없어 그 금액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또 특검에서 밝힌 차명재산은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주식인데, 이에 대한 가치 평가를 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특검이 삼성 수사 결과를 발표한지 올해 4월 17일이 10년 째다. 법적으로 일정한 기간 안에 행사하지 않으면 해당 권리가 소멸되는 '제척 기간'이란 게 있는데, 이 회장 차명계좌에 대한 과징금 부과제적기간이 딱 10년이다.

4월 17일까지 과징금에 대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권리 소멸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없게 된다.


◆ 차명계좌, 이 회장만 문제 될까?

1993년 전격 시행된 금융실명제는 1997년에 실명법으로 바뀌었다. 이후 해당 법은 계속해서 개정을 거치고 있지만 보완해야 할 점은 여전히 많다.

금융실명법 3조엔 ‘금융회사는 거래자의 실지명의(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의 이름)로 금융거래를 해야 한다’고만 돼 있다. 반드시 본인 실명으로 계좌를 개설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도 된다.

"차명도 실명"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근거이며, '착한 차명계좌' 논란의 배경이다.

자녀 명의나 동호회 활동, 문중 모임 등을 위해 만든 차명계좌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국세청의 '2012∼2016년 차명재산 적발 현황' 자료를 보면 5년간 총 1만1,776명이 9조3,135억 원의 차명재산을 관리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국정감사에서 "차명계좌에 일률적으로 이자와 배당소득에 90% 세금을 매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다. 금융연구원에서 제안한 '차명계좌 등록제도' 등을 통해 현행 법을 보완하는 게 필요하다는 데도 의견이 모아진다.



◆ 목 죄는 금융 규제…삼성의 다음 스텝은

이 회장의 차명계좌의 80%가 삼성증권에서 만들어진 것을 볼 때, 대기업 자본이 금융업에 진출하는 것이 ‘재벌의 사금고’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삼성생명 자산의 3% 이상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할 수 없도록 보험업 감독 규정에 있는 삼성생명 보유 삼성전자 지분을 시세가 아닌 취득원가로 계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진행 중이 ‘금융그룹통합감독’에 삼성 계열 금융사가 감독 대상으로 올라 삼성이 지배구조를 정리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금융당국이 이 회장이 금융사 대주주로 적격하다는 입장을 보임에 따라 불법 행위 등이 발견된 대주주 등에 대한 결격 요건을 강화하는 지배구조법 개정안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차명계좌,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지분 구조 등이 모두 상속과 승계와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지금 여러 문제로 이것에 제동이 걸리는 만큼, 세금과 지배구조 등에 대한 삼성의 부담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이민재 기자 (leo4852@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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