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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한국 때문에 번 돈은 잊었는지…GM의 오만

권순우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권순우 기자]제네럴모터스, GM은 쉐보레, 캐딜락, 홀덴, 바오준 등 여러 브랜드를 보유한 미국의 자동차 회사입니다. GM의 명성은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정작 GM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차는 한 대도 없습니다. GM은 자동차의 기준이라는 이름처럼 산하에 여러 브랜드들을 두고 자동차를 팔고 있습니다.

GM은 미국 최대 자동차 회사라는 오만함과 함께 왕성한 식욕으로 수많은 브랜드를 인수하고 팔았습니다. 올즈모빌, 폰티악, 새턴, 험머, 사브, GM대우 등 자동차 고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던 브랜드들이 GM을 거쳐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그랬던 GM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파산했습니다.

GM이 파산하게 된 원인으로는 연비가 낮은 픽업트럭 위주의 포트폴리오가 지목됩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가가 급등하고 사람들의 주머니가 가벼워지자 연비가 낮은 GM 자동차의 인기는 속절없이 떨어졌습니다.

뉴GM이 제국을 재건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것은 GM대우의 라세티, 마티즈, 젠트라 소형차 3인방입니다. 지금은 쉐보레 크루즈, 스파크, 아베오로 불립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구매력이 떨어진 소비자들은 비싸고 연비가 낮은 SUV, 픽업트럭 대신 소형차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크루즈는 2011년 미국 승용차 판매 1위를 차지했고 아베오 역시 소닉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돼 인기를 끌었습니다. 스파크는 아예 소형차가 없었던 GM의 라인업을 강화했습니다.

릭 왜고너 전 GM 회장은 “대우자동차를 인수했을 때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에서도 통할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경쟁력 있는 회사를 가져 왔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GM대우는 제품 개발과 생산 능력도 강력해 앞으로 GM 전체의 성장을 이끌 중요한 회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GM이 만든 소형차 3인방은 전 세계로 팔렸습니다. 2013년 한국지엠의 판매는 내수 15만대, 수출(반제품 포함) 181만대로 총 196만대입니다. 인건비가 비싼 북미, 유럽은 완성차 형태로, 인건비가 저렴한 개발도상국은 반제품 형태로 수출이 됐습니다. 한국GM이 만든 자동차 중 한국에서 팔리는 자동차는 7%에 불과했습니다. 현재도 오펠 모카, 뷰익 앙코르로 판매되는 트랙스는 한국에서 생산돼 60여개국으로 수출됩니다.

한국GM의 실적이 악화된 것은 글로벌 GM의 전략적 판단입니다. 181만대에 달했던 수출 물량이 2017년 94만대로 반토막이 났습니다. 한국에서 반제품을 수입해 생산하던 남아프리카공화국, 러시아 등 공장이 GM의 전략에 따라 폐쇄됐습니다. 또 자동차 산업의 트렌드가 한국GM이 경쟁력이 있는 세단에서 SUV로 변한 영향도 컸습니다. 2013년 18조원에 달했던 매출은 2017년 12조원으로 줄었습니다. 매출이 단기간에 6조원에 줄었을 때 적자가 나지 않을 기업은 없습니다.

GM은 군산공장 가동률이 20%에 불과하다며 폐쇄가 불가피하다고 했습니다. 군산공장 가동률이 떨어진 것은 전 세계적으로 차세대 크루즈 판매가 저조했기 때문입니다. GM이 폐쇄한 전 세계의 생산기지 중 상당수가 크루즈 생산 공장이었습니다. 그런 크루즈를 개발한 것은 GM이고 군산공장에 배정한 것도 GM입니다.

한국 사람들은 스스로 한국은 인건비가 문제라며 자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GM에 비해 급여 수준이 나쁘지 않은 르노삼성의 부산공장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전 세계 공장 중 4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공장은 인건비만으로 평가하지 않습니다. 품질과 생산성, 제품 조달의 안정성, 생산의 적시성 등으로 평가합니다. 높은 인건비는 생산성 항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품질과 제품 조달의 안정성, 생산의 적시성 등은 한국이 경쟁력이 있습니다. 한국지엠의 반제품이 전 세계로 수출 된 것은, 그만큼 한국의 협력업체들의 경쟁력이 높기 때문입니다.

또 한국GM의 디자인센터는 GM의 전기차 볼트EV의 디자인을 맡아 할 정도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생산기술연구소는 GM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 모든 사업장의 생산 능력 향상을 이끌고 있고 기술연구소는 비용, 품질면에서 세계적 수준의 높은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우수한 연구개발 인력들은 GM이 전 세계에서 자동차를 만들어 파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습니다.

세계 12대 경제 대국인 한국 시장도 GM에게는 의미있는 시장입니다. 쉐보레는 2016년 내수 시장에서 18만대나 판매하며 최대 판매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미국과 중국, 브라질, 멕시코에 이어 세계 5위 수준입니다. 시장 크기에 비해 한국은 GM에게 매우 이익이 되는 시장입니다.

GM이 한국에 팔고 있는 차는 쉐보레 뿐이 아닙니다. GM의 프리미엄 브랜드 캐딜락은 지난해 한국 시장에서 브랜드 출범 이후 처음으로 2000대를 판매하며 최대 실적을 달성했습니다. 전년 대비 82%나 늘었습니다. 한국은 캐딜락의 글로벌 시장중 단일 국가 기준 4위를 차지했습니다.

지난해 한국 시장에서 쉐보레 판매가 저조했던 것은 차세대 크루즈가 경쟁력이 너무 없었고 나머지 차종들은 출시 된지가 오래돼 인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쉐보레의 다른 신차들을 제때 투입하지 못한 것도 패착입니다.

또 GM 본사가 철수설을 잠재우지는 못할망정 불확실성을 키우는 바람에 판매점에서는 영업사원들은 A/S에 대한 불안감과 브랜드 이미지 실추를 우려하는 고객들을 달래느라 진땀을 흘렸습니다. 경쟁사들은 쉐보레를 두고 망한 브랜드 차량의 오너가 되고 싶냐, 중고차 가치가 폭락한다, 부품 수급이 어려워 A/S 비용이 상승할 것이다 하며 각종 마타도어를 쏟아냈습니다.

GM이 몸집을 키우기 보다는 수익성 위주로 사업을 재편 하고, 미래 자동차 투자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경영 전략은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한국지엠이 적자 상황에서도 1천만원이 넘는 성과급을 받아갔고 기본급 삭감 없이 복지 혜택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인건비 3천억원을 절감할 수 있는 비용 구조는 개선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한국지엠을 인건비나 축내는 고임금 사업장으로 지적하고 ‘2월말 중대한 결정’ 운운하며 일자리를 지키려면 돈을 내라고 한국 정부를 협박하는 일은 그동안 한국에서 생산, 판매, 연구개발의 이익을 향유하던 기업의 태도는 아닙니다. GM이 남고 싶어도 한국의 우수한 인력이, 고객이 GM을 외면하면 GM의 어떤 브랜드도 한국에 발을 붙이기 쉽지 않을 겁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soonwoo@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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