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역전 앞두고 신중한 한은..."급격한 자본유출 가능성 낮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임기 중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마친 후 통화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머니투데이방송 MTN 김이슬 기자] 다음달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금리를 현행 연 1.5%로 동결했다.

10년여만에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이 불가피짐에 따라 자본유출 가능성이 커졌지만 한은은 급격한 외자 유출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7일 서울 태평로 한은 본부에서 정례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1.5%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6년 5개월만에 금리를 인상한 이후 올들어 석달 연속 금리를 동결로 유지했다.

금통위는 "국내 경제가 견실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당분간 수요 축면에서의 물가상승 압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동결 배경을 밝혔다.

한은이 금리를 동결한 주된 요인으로는 물가상승 압력이 크지 않은 점을 들 수 있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1%로 17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1%대 초반에 머물며 통화정책 목표치인 2%에 미치지 못했다.

한은은 세계 경제를 둘러싼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국제금융시장은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국채금리가 상승하고 주가는 하락하는 흐름을 보였다.

갑작스런 군산공장 폐쇄를 발표한 한국 GM사태에서 보듯 미국의 통상압박 강화는 국내 경제성장률을 악화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으로 판단했다.

이주열 총재는 "미국의 통상압박 우려가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군산공장의 경우 현재 가동률이 상당히 낮은 수준에 와 있기 때문에 공장 폐쇄가 우리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수치로만 봐선 제한적"이라면서 "다만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통위는 주요국과의 교역여건을 비롯해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가계부채 증가세 등을 면밀하게 점검하며 향후 완화정도의 추가 정도 조정을 신중히 결정해나가기로 했다.

금융시장은 다음달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라 한국과 미국의 금리가 역전되는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이론적으로 금리가 역전되면 한국에 유입됐던 외국인 자본이 고금리를 쫓아 유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같은 우려에 대해 한은은 미국 금리역전에도 불구하고 급격한 외자 유출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총재는 "우리의 외환보유액이 상당 수준이고 경상수지도 상당폭 흑자를 지속하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의 대외 건전성은 상당히 양호하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채권자금 중에서 주체를 분류했을 때, 소위 장기 투자행태를 보이는 외국의 중앙은행이나 외국의 국부펀드를 비롯한 국제기구 등 공공자금의 비중이 상당히 높은 점도 큰 폭의 자본유출 가능성을 줄이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김이슬 기자 (iseul@m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