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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금융사 부실시 채권자 손실부담 급물살...예금자 우선변제로 가닥

FSB, 韓 위기관리·정리체계 적기 도입 권고..."베일인 실효성 위해 예금자 우선변제, 구조적 후순위화 필요"
김이슬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김이슬 기자] 대형 금융회사가 부실화될 경우 주주와 채권자가 손실을 부담하도록 하는 채권자 손실부담(Bail-in) 제도 도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최근 들어선 가장 쟁점이었던 강제적 베일인 적용 대상 채권 범위를 놓고 예금채권 우선변제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다.

베일인은 금융위기로 은행 파산시 주주와 채권자가 손실을 분담하게 하는 것으로 정부 공적자금 투입을 금지하는 조치다. 과거 은행 구제금융 과정에서 대규모의 국가재정이 투입돼 재정 불안을 야기하고, 실패 책임을 납세자가 대신 부담하게 되는 공정성 문제가 불거진 데서 비롯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7년 외환위기 총 168조70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는데, 지난해 9월 기준 115조4000억원을 회수해 공적자금 회수율은 68.4%수준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월 금융위원회는 은행연합회와 KB금융·하나금융·신한금융·농협금융·우리은행 등 국내 주요 금융사 5곳의 실무진들을 불러 베일인 제도 도입과 관련한 논의를 두 차례 진행했다. 금융사들의 애로사항을 전달하고, 베일인 적용 범위와 제도 도입시 금융권 전반에 미칠 영향 등을 점검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은행권 관계자에 따르면 베일인 적용 범위와 관련해 예금자 우선변제 제도를 도입한 유럽연합 방식을 채택하는 방안으로 의견이 좁혀졌다. 그간 금융당국은 강제적 베일인 대상에 예금채권을 포함할 지 여부 등을 놓고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베일인이 국내 도입되더라도 5000만원 이하 보호한도 내 예금 등 법상 보호되는 채권은 손실분담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초과 분의 경우 일반 예금자가 금융사 부실을 떠안게 될 수 있다는 정치적 부담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으로 국내 은행의 전체 조달 자금 중 5000만원 초과 예금은 706조4천억원으로 전체 비중이 31%로 가장 큰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은행채(330조6천억원)와 자기자본(176조4천억원)까지 더할 경우 은행이 조달한 전체 자금 중 53%가 원칙적인 베일인 대상항목으로 잡히게 된다.

EU의 경우 개인과 중소기업이 예금주인 소매예금과 대기업 등이 주체인 도매예금으로 구분하고, 소매예금은 도매예금이나 일반채권보다 우선 변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EU는 법상 보호되는 보호한도 내 예금 외에도 조세·임금·담보채권 등을 채권자 손실분담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고, 당국의 재량으로 추가 제외도 가능하다. 독일과 이탈리아도 마찬가지로 예금자 우선변제를 도입하고 있고, 싱가포르의 경우 예금을 아예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는 법적으로 차별금지원칙을 규정하고 있어 예금채권 우선변제 제도는 위헌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유럽연합 소속 국가들과 달리 예금채권이 동일 순위 채권보다 먼저 변제돼야 한다는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다.

만약 도입한다해도 법개정이 필요한데 앞서 2006년 헌법재판소는 저축은행 예금에 대한 우선변제권을 인정한 상호저축은행법 제37조의 2를 위헌으로 판결한 바 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EU, 미국을 비롯해 싱가포르, 일본 등 아시아권 국가들의 사례를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며 "자본으로 전환되는 채권 범위 설정을 놓고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금융사 입장에서도 베일인 도입은 애써 피하고 싶은 이슈다. 은행들은 그동안 낮은 금리의 은행채를 발행해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지만, 베일인이 도입되면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져 금리가 올라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5000만원 이상 예금주가 손실 부담을 걱정해 자금을 한꺼번에 빼면 뱅크런이 촉발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더이상 제도 도입을 미룰 수는 없다는 공감대는 형성되는 분위기다. 특히 베일인 제도와 관련해 한국의 입지는 남다르다. G20 등 주요국은 지난 2010년 서울에서 열린 정상회의를 통해 대형 금융사 부실에 대응하기 위해 회생·정리제도 마련에 합의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금융안정위원회(FSB)는 2008년 설립 이래 처음으로 한국의 금융제도 및 감독정책에 대한 동료평가를 진행하면서 베일인, RRP(회생·정리계획) 등 위기관리·정리체계를 적기에 도입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대형은행 정리를 가정해서 주기적인 시뮬레이션을 실시하라는 권고도 있었다.

FSB 동료평가 보고서를 보면 한국이 예금자 우선변제를 도입하지 않아 정책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예금자 우선변제와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 구조적 후순위화(structural subordination)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은행이 금융지주사의 100% 자회사인 경우 은행 채권자는 주로 예금자다. 이 경우 은행이 일반채권을 발행할 때 모회사인 금융지주를 통해 발행하면 법 개정 없이도 예금자 우선변제 효과가 발생한다는 내용이다. 황순주 KDI 연구위원은 "은행의 지주가 주주이기 때문에 주주가 채권을 발행하면 은행보다는 후순위가 된다"고 말했다.

다만 구조적 후순위화 추진하는데 있어 우리은행이 걸림돌이다. 베일인 적용 대상인 5대 금융사 가운데 KB국민·신한·하나·농협은행은 모두 금융지주의 100% 자회사이지만 지주사 체제가 아닌 우리은행은 예외로 남아 보편적인 적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황 연구위원은 "우리은행의 경우에는 중순위 채권만 발행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금융위는 FSB 권고와 관련해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과 권고안을 검토하고 올 1분기 내 필요시 후속조치 수립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머니투데이방송 김이슬 기자 (iseul@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MTN = 김이슬 기자 (iseul@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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