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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진퇴양난 해외자원개발…긴 안목으로 옥석 가려야

박경민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박경민 기자] 우리나라는 자원의 해외의존도가 95%를 넘는 자원빈국이다. 부존자원이 없는 국가에서 해외자원개발이 가져다주는 매력과 효용은 크다.

국제유가가 요동칠때마다 나오는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는 것이 첫 번째다. 에너지원을 안정적이고 저렴하게 수급할 수 있고, 이를 통한 수익 창출도 예상된다.

또 하나는 해외자원개발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이 동반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자원개발에 투자하게 되면 플랜트, SOC 확충도 함께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해당 국가와 교역을 늘려 추가적인 경제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이러한 기대는 모두 장밋빛 환상이 됐다. 이명박 정부 당시 공기업을 중심으로 진행됐던 해외개발사업의 부실이 점점 커졌고, 천문학적 손실을 기록하면서 이제 각 자원공기업은 존립을 걱정해야 하는 상태에 이르렀고, 그 사이 해외자원개발은 정체됐다.

해외자원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특성상 해외자원개발은 필수적이지만 부실논란으로 관련 투자가 중단되는 진퇴양난에 빠져버린 형국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들 한국광물자원공사·한국석유공사·한국가스공사 등 3곳의 자원공기업은 총 170개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43조 5,000억원을 투자했다.

그 중 손실이 확정된 금액은 2017년 6월 기준으로 13조 6,000억원. 투자액의 30%를 넘는다. 반면 회수액은 16조 6,000억원으로 회수율이 40%에도 미치지 못한다.

가장 상황이 심각한 광물자원공사는 이미 자본잠식 상태다. 2008년 5,000억원 규모였던 부채는 해외자원개발 이후 2016년 5조 2,000억원으로 10배 이상 급증했다.

광물자원공사를 구제하기 위해 발의됐던 공사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공기업도 실력이 부족하거나 부패해 경영을 잘못하면 문을 닫아야 한다는 국회의 반대로 결국 부결됐다.

해외자원개발혁신TF는 광물자원공사를 유관기관과 통합하는 방안을 산업부에 권고했다. 광산 피해 복구 등을 전담하는 한국광해관리공단과 통폐합이 유력한 상황이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 매년 손실을 기록한 석유공사가 다음 통폐합 대상이라는 예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석유공사는 아직 자본잠식 상태는 아니지만 2015년 4조 5,00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2017년 상반기 기준 17조 9,770억원의 부채를 기록중이다. 부채 이자비용만 연간 4,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해외자원개발 사업으로 큰 손실을 본 광물자원공사와 석유공사, 가스공사 부실의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고 근본적 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과거와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지 않을까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울산혁신도시에 위치한 한국석유공사 본사(왼쪽)와 원주혁신도시에 위치한 한국광물자원공사 본사. 해외자원개발로 막대한 부채를 떠안은 두 자원공기업은 신사옥 매각 등 자구노력을 기울였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최근 다시 기관 통폐합 도마 위에 올라 있다.


과거 정부에서 이미 자원개발사업의 부실을 지목하고 개선방안을 촉구했지만 신규 투자를 제한하고 구조조정을 강화한 것 외에 뾰족한 방도는 없었다.

2016년말에도 정부는 자원공기업의 부실을 파악하고 해외자원개발 기능조정을 추진했지만 당시 연구용역에 포함됐던 통폐합방안 등 제안 대신 불필요한 자산 매각, 기능 효율화, 비핵심업무 축소 등 구조조정에만 초점이 맞춰졌을 뿐 근본적인 대책은 없었다. 광물자원공사, 석유공사 임직원들은 임금을 삭감하고, 신사옥을 매각해 임대생활을 하는 등 자구노력을 기울였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책임소재를 가리는 것은 이미 물건너갔다는 지적도 많다.

자원개발 과정에서 막대한 국고 손실을 끼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신종 전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과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은 1심과 2심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해외자원개발로 인해 손실이 발생한 것은 비리나 배임이 아니라 일종의 정책판단의 문제, 또는 당시에는 예상할 수 없었던 변화 때문이라는 것이 판결의 골자였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자원개발은 손실은 있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없는 사건"이라며 "해당 공기업 직원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아울러 "이명박 정부는 당시 공공기관경영평가에서 해외자원개발 관련 가점을 주기도 했다"며 "경제성 대신 성과에 집중하도록 부추기고, 자원외교라는 미명 하에 이를 부추긴 정치권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해외자원개발사업을 이대로 포기해선 안된다. 해외자원개발이 적폐로 규정되는 것은 더더욱 안된다.

국내에서 진행하는 사업이 아니고, 초기 투자 규모가 크기 때문에 손실도 크게 불어났지만 역설적으로 투자금 회수 역시 장기간에 걸쳐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일례로 광물자원공사가 지난해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광산에서 생산한 니켈과 코발트는 각각 약 3만 5,400톤과 3,000톤이다. 국내에서 전기차배터리, ESS 생산 등에 사용되는 양의 20% 수준이다.

암바토비 광산은 순손실 규모가 4억 5,000만달러로 2021년까지 광구 지분 매각이 예상되는 곳이다.

광물자원공사 관계자는 "자원개발사업의 호흡은 10년 이상"이라며 "자원 수요가 늘어 가격이 오르면 시장에서 암바토비 광산의 가치는 재평가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전기차 보급이 크게 증가하면서 전자업계와 자동차 업계는 원재료로 쓰이는 희토류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코발트 가격은 지난 18개월동안 3배 이상 급증했다.

해외자원개발과 관련 공기업을 바라보는 여론은 싸늘하다. 국민 세금 낭비라는 피할 수 없는 결과도 여전하다. 그러나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무조건 실패라는 인식도 걷힐 필요가 있다.

사업 추진에 잘못이 있다면 책임자를 엄벌하되, 긴 안목으로 해외자원개발사업의 옥석을 가리고 인력, 기술 및 정보 등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일관된 조직을 구성해 그동안 치른 ‘비싼 수업료’를 보상받아야 하지 않을까.

[머니투데이방송 MTN = 박경민 기자 (pkm@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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