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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4년 지나면 끝? 추가지원 없으면 도시재생 협동조합 한계"

도시재생 뉴딜 성공사례로 꼽히는 창신·숭인마저 지원기간·수익성 부족에 몸살
고장석 기자

창신·숭인 도시재생 구역

[머니투데이방송 MTN 고장석 기자]"지원이 없으면 사실 올해까지가 도시재생 협동조합은 한계에요. 자립하라고 등 떠미는데 압박이 큽니다."

서울 종로구 창신동을 찾은 22일 좁은 골목은 옷감을 나르는 오토바이로 쉴 새 없이 붐볐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울퉁불퉁했던 흙길은 깨끗한 도로로 정비됐다. 지역의 명물인 백남준 생가터에는 주민들이 모여 만든 조그마한 카페도 생겨났다. 노후도가 심하고 쪽방촌으로 넘쳐나던 과거에서 조금은 생기를 찾아가는 모습이었다.

창신·숭인 지역은 지난 2007년 뉴타운 사업 대상지로 지정됐지만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주민들의 선택은 도시를 갈아엎는 뉴타운이 아니라 도시재생이었다. 도시재생은 지역의 자원을 사업화해서 주민들이 돈을 벌면 다시 그 돈으로 지역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 핵심이다.

창신·숭인 지역은 지난해까지 4년간 200억원을 투입하며 마중물 사업을 마무리지었다. 서울시 도시재생활성화지역 1호인 창신·숭인 지역은 정부도 도시재생의 성공 사례로 꼽는다. 정부는 이런 도시재생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해 5년간 50조원을 투입하겠다는 그림을 그린 상태다.

그러나 막상 도시재생 모범지역으로 꼽히는 창신·숭인에서도 불만을 토로하는 주민이 상당수다. 짧은 지원 기간과 낮은 수익성이 문제가 돼 실질적으로 주민들이 자립할 만한 생태계를 만들어 주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자립하기에는 짧은 지원기간 '4년'
협동조합 측은 4년의 사업 기간이 주민들의 의견을 모으고 자생사업을 계획하기에는 촉박하다고 말한다.

창신·숭인 지역에서 4년간 진행됐던 도시재생 마중물 사업은 지난해 12월 마무리됐다. 서울시에서 나온 인력과 도시재생 전문 코디네이터가 운영하던 도시재생센터도 운영을 종료한 상황. 이제 창신·숭인 도시재생사업은 주민 중심의 지역재생회사(CRC)인 ‘창신숭인 도시재생협동조합’이 이어받았다.

손경주 창신숭인 도시재생협동조합 기획운영실장은 "4년의 사업 기간 안에 도시 재생을 끝내기엔 매우 촉박하다"며 "주민들이 처음 만나서 사업계획을 세우는 데까지 주어진 시간은 불과 2~3개월밖에 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40년간 창신·숭인에서 거주한 주민도 "주민 의견이 반영이 거의 안 되고, 사업만 빨리 끝내려 한다, 왜 불렀는지 모르겠다"고 불평했다. 직접 의사결정해서 집행해본 경험이 없는 주민들에게 조정 작업이 몸에 배는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재생도시 전문가인 권상동 마을활동가는 "4~5년이면 그 기간은 주민들의 기본적 요구사항 받아서 행정과 연습을 해볼 기간 정도"라며 "시작해보는 것이 논의될 수 있는 시점이 5년이고 도시재생이 되려면 적어도 10년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창신·숭인 도시재생 구역 골목길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 낮은 수익성
협동조합 사업이 '공익성'을 포함해야 하는 조건도 마을 주민들이 자생할 수 있는 수익을 내는데 방해요인이다.

시는 협동조합의 사업이 주민들이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포함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그렇다 보니 수익성에 치우치거나 다른 업체에 세를 줘서 수익을 올리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수익사업을 하도록 지정된 위치도 상권과는 거리가 멀고 시설 설치에도 제한이 있다.

지역의 수익모델 중 하나인 카페도 마찬가지다. 이종화 백남준 카페 대표는 "미술관과 붙어 있어 카페에서 불을 이용할 수도 없다"며 "주어진 공간도 협소해 작은 카페 정도로밖에 활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수입이 적다 보니 가게를 연지 6개월 동안은 재료값도 나오지 않아 무보수로 일해야 했다. 현재 카페에서 일하는 주민이 받는 돈은 한 달에 7만원 남짓으로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한다.

손경주 실장은 "공익성도 추구하고, 돈도 벌면서 알아서 살아남으라고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며 "협동조합이 이익을 얻어서 도시재생을 이어나갈 만한 수익 모델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부의 지원 없이 협동조합의 수익만으로 조직을 운영한다면 올해가 한계라는 말도 덧붙였다.

창신 숭인지역의 지원 기간이 짧다는 지적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국가에서 지원하는 사업이다 보니 서울시에서 임의로 지원 기간을 늘릴 수 없었다"며 "국토부에 사업 기간을 늘려달라고 건의해 봤으나 확답을 듣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협동조합이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주민들에게 사업을 진행하도록 교육도 하며 고민하고 있다"는 수준의 답변만 돌아왔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고장석 기자 (broken@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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