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N NEWS
 

최신뉴스

[르포]혼돈의 전세시장, 흔들리는 '갭투자 성지'

전세가격 내려가는데 수요는 줄어…중개업소들, "뒤늦게 뛰어든 갭투자 위험"
조형근 기자

사진= 길음 뉴타운 단지 앞에 줄지어 늘어선 공인 중개사무소

[머니투데이방송 MTN 조형근 기자] 미세먼지 탓에 주변이 온통 뿌옇게 변한 지난 27일.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길음뉴타운 단지 앞 공인 중개사무소에서는 하늘 색처럼 어두운 부동산 전망 이야기가 오갔다.

요즘 전세 가격이 어떠냐는 질문에 "많이 내려갔다"는 대답이 곧바로 돌아왔다. 한 주민은 옆에서 "집값은 오르는데 전세가격은 왜 내려가는지 모르겠다"며 한숨 섞인 푸념을 늘어놓기도 했다. '갭투자의 성지'로 불리던 성북구에서 위기감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동안 성북구에서는 적은 투자금으로도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주택 매매가 대비 전셋값의 비율인 전세가율이 다른 지역에 비해 높았기 때문이다. 몇천만원만 투자해서 전세를 끼고 매입한 뒤 매매가격이 원하던 수준까지 오르면 팔아 돈을 버는 갭투자의 성지로 불린 이유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마지막 주 기준 성북구 전세가율은 82.19%로 서울 자치구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전체 평균(64.03%)에 비해 18.16%p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전세가격이 낮아져 지난주 기준으로 성북구의 전세가율은 지난해 말보다 1.86%p 하락한 80.33%를 기록했다.

여전히 다른 지역에 비해 높지만 전국적으로 전세가격이 하락하면서 성북구의 전셋값도 더 낮아질 거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갭투자자들에게 불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전용 59㎡ 전세가격, 3000만원 가까이 내려
A 부동산 중개업자의 말에 따르면 최근 4억5,000만원에 전세를 내놓았던 한 아파트는 전세가 나가지 않아 최근 4억3,000만원으로 가격을 내렸다.

하지만 여전히 세입자가 구해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 전셋값을 4억원까지도 내리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귀띔했다.

주변 아파트도 대부분 전세가격을 낮추고 있다.

A 부동산 중개업자는 "(이 지역 전세가격이) 적어도 2,000만~3,000만원 씩은 다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 상황에 대해 그는 "전세가격이 더 내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세입자들이 지켜보고 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다른 부동산 중개업자들도 수요 부족을 전셋값 하락의 요인으로 분석했다. 공급은 비슷한 수준인데 수요가 줄어 전세가격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B 부동산 중개업자는 "올해 초와 비교해도 이상하다고 생각들만큼 수요가 없다. 매물이 많이 늘어난 것도 아닌데 수요가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사진=길음 뉴타운

◇수익률 유효하지만 위기 신호로 볼 수 있어
B 부동산 중개업자는 "일찍 갭투자를 시작한 사람들은 전세가격이 내려도 아직 손해는 안 볼 것"이라면서도 "소액으로 뒤늦게 갭투자에 뛰어든 사람들은 굉장히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매매가격이 계속 올라 여전히 수익이 나지만, 집값 상승세가 조정기를 거치면서 한풀 꺾일 때면 갭투자자들에게 위기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세 계약이 만료될 때 전세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데 대출 규제가 강화돼서 자금 조달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새로운 세입자가 구해지지 않을 경우에는 '깡통주택'으로 전락할 위험도 존재한다.

새로운 세입자의 전셋값이 들어오지 않을 경우, 이전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낮아진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의 동반 하락을 가져와 집을 매도해도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는 반론도 나왔다.

C 부동산 중개업자는 "이미 재산이 어느 정도 축적된 사람들이 투자를 많이 한 것으로 안다"며 "이 정도 손해에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전세가격이 계속 하락하지 않을 것이기에 장기적으로는 다시 손해를 회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조형근 기자 (root04@mtn.co.kr)]

머니투데이방송의 기사에 대해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하실 분은 아래의 연락처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고충처리인 : 콘텐츠총괄부장 ombudsman@mtn.co.kr 02)2077-6288

MTN 기자실

경제전문 기자들의 취재파일
전체보기

    Pick 튜브

    기사보다 더 깊은 이야기
    전체보기

    엔터코노미

    more

      많이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