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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현대차는 왜 안내도 될 세금 1조원을 내는 선택을 했나?

권순우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권순우 기자]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정확히 맞춘 전문가는 한명도 없습니다. 처음 지배구조 개편안이 발표됐을 때 시장은 매우 당황했습니다. 적은 돈으로 대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지주사 전환이 아니라 대주주가 큰 부담을 지는 방식을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간단히 설명하면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등 계열사 주식을 매각하고 그 자금으로 지배회사인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입니다. 이 과정에서 순환출자, 일감몰아주기가 해소됩니다.

전문가들이 지주사 전환을 유력하게 전망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총수 일가가 납부해야 할 세금때문입니다.

소액주주는 주식을 사고 팔 때 양도세를 내지 않지만 대주주는 27.5%의 세금을 내야 합니다.

실질만 따지고 보면 총수 일가는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지배회사인 현대모비스 주식으로 바꾸는 것이지 주식을 매각해 차익을 얻은 행위가 아닙니다. 그래서 지주사로 전환을 할 때 대주주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을 지주사 주식으로 바꿀 경우, 최종적으로 지주사 주식을 처분할 때까지 양도세 과세를 미뤄주고 있습니다. 대주주는 회사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주식을 처분하지 않기 때문에 양도세 과세 시점은 먼 미래의 일이 됩니다.

과세 이연은 순환출자 등 부작용이 있는 지배구조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차원에서 만들어졌고, 올해 안에 일몰이 됩니다.

하지만 정몽구 회장 등 총수 일가는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지주사 전환 방식을 택하지 않고 주식을 사고 파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세금은 최소 1조원이 넘습니다.

또 지주사 전환을 하면 대주주는 훨씬 더 적은 비용으로 지주사 지분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이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를 바꿀 경우 지주사 전환 방식을 택하고, 올해 안에 단행할 것이라고 전망한 이유입니다.

현대차는 “대주주가 지분 거래 과정에서 적법한 재편 비용을 부담해 사회적 책임에 부응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경영 투명성 제고와 함께 주주 중심의 경영 문화가 한층 더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지주사 전환을 하지 않은 이유는 또 있습니다.

지주사 체제를 갖추게 되면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내의 자회사가 공동 투자해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작은 회사를 인수할 때는 문제가 안 되겠지만 인수하려는 기업 규모가 클수록 한 개 계열사가 인수를 할 수 없습니다. 지주사 체제를 갖출 경우 급변하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 변화속에서 대규모 M&A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현대차그룹이 지주사 전환 대신 계열사 주식을 사고 판 것은 결국 대주주가 적은 돈으로 지배력을 강화하는 비난을 피하고, 향후 미래 성장에 장애가 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는 목적으로 보입니다. 그 대가는 총수일가가 사재로 부담해야 할 1조원의 세금입니다.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 개편은 대부분 대주주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다른 주주들과 갈등을 빚었고 사회적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기업의 발전을 위해 총수일가가 부담을 떠안게 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국내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편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더 이상 기업이 총수일가를 위해 부담을 지는 방식은 통용되지 않을 전망입니다.

현대차그룹이 사회적 지지를 받으며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면 총수 일가가 납부할 1조원의 세금은 충분히 가치가 있을 겁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soonwoo@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MTN = 권순우 기자 (progres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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