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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금융 저격수'에서 감독 수장으로…금감원 내부 '쑥대밭'

이민재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이민재 기자] 하나은행 채용비리 의혹으로 사임한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빈자리를 김기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채우게 됐다. 첫 정치인 출신 금감원장인 김 내정자는 김상조 공정위원장과 함께 대표적인 경제개혁론자로 꼽혀 금융개혁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30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19대 국회의원을 지냈던 김기식 더미래연구소장을 임명 제청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장은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제29조에 따라 금융위 의결 후 금융위원장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다. 늦어도 다음 달 2일에는 임명이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개혁론자' 김기식 전 의원…금융감독 방향은

김 내정자는 줄곧 재벌개혁, 경제개혁 등 변화에 초점을 맞춰온 만큼, 금융개혁 드라이브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금융위도 김기식 전 의원의 내정 배경으로 "여러 도전적인 상황에 직면한 금감원"이라고 설명했는데, 금감원은 물론이고 금융업계 전반에 개혁이 필요하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김 내정자는 참여연대 창립멤버로 개혁적 경제 정책에 주로 참여해왔다. 이후 19대 국회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에 임명돼 더불어민주당 재벌개혁특별위원회 간사, 새정치민주연합 제2정책조정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당시 김 내정자는 대기업 친족기업 일감 몰아주기, 국민연금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의사결정에 대해 지적하는 등 정무위 ‘저승사자’로 불렸다.

특히 김 내정자는 금융 지주사 제도에 대해 은행비중이 너무 많고 시너지 효과도 미비하다며 ‘모피아들의 자리 만들기 용’이라고 비판했던 만큼 금융지주사 지배구조 개편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을 위한 은산 분리 완화에도 강한 반대 목소리를 냈던 것을 감안하면, 인터넷은행을 위한 법 개정 작업에는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국정감사에서는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관련 감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과 동양사태 관련 불완전판매를 막지 못했다며 금감원을 호되게 비판하기도 했었다.

김 내정자는 한국거래소와는 지주사 전환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반대해 거래소 임직원들과 갈등을 겪은 바 있다.

◆참여연대 출신 또 주요 보직에…힘 실리나?

참여연대 출신들이 청와대와 주요 정부 보직에 자리잡고 있는 만큼, 김 내정자 발언에 더 무게가 실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와 시민단체 모두에서 힘을 받을 수 있단 것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 경제 정책 방향에 가장 큰 틀을 잡고 있는 장하성 실장과 김상조 위원장이 참여연대 출신이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을 맡은 바 있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참여연대와 경제개혁센터에서 경제민주화에 앞장섰다.

또 조국 민정수석은 참여연대 사법개혁센터 출신이고 박원순 서울 시장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으로 활동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이번 정권에서 참여연대가 경제관련 정책 제안이나 의견을 많이 내고 있다"며 "김기식 전 의원이 금감원장이 되면 금융 쪽 개혁을 맡고, 김상조 위원장이 재벌 개혁을 맡아 쌍두마차를 끌고 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 임직원 '멘붕'...금융위와는 갈등 관계?

금감원 임직원들은 속 된 말로 '멘 붕'에 빠졌다.

김 전 의원의 기용 사실이 알려지면서 금감원은 긴장감과 당혹감으로 가득했다. 의원 시절 현안마다 부딪히면서 "너무 과격하다"는 인상이 내부에 굳어졌는데, 수장으로 모시게 된 데 따른 반응이다.

모 은행 간부는 "실무 건으로 금감원과 협의할 사안이 있었는데, 그럴만한 분위기가 아니라며 자료만 놓고 가라"고 전했다.

김 내정자의 성향에 더해 금감원 부원장보 이상 임원은 물론이고, 웬만한 국장급보다 김 내정자의 나이(85학번. 52)가 적은 점도 간부들에겐 또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금감원 노동조합은 관출신 인사만을 반대해왔기 때문에 이번 김 내정자에 대해서는 두고 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앞서 최흥식 전 원장이 급하게 사임한 것에 대한 공백을 회복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는 데 집중하자는 것이다.

금융위원회 입장에서는 다소 곤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 내정자가 소신대로 '마이 웨이'를 외치면 금융위와 엇박자가 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어서다.
금융위가 상급기관이기는 하지만 실세 금감원장의 등장으로 자칫 '금융위 패싱'이 자주 노출될 수 있다는 걱정이 벌써부터 나온다. 김 내정자는 지난해 금융위를 해체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을 내놓기도 했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 모피아에 대한 지적, 인터넷은행에 대한 은산 분리 등만 봐도 금융위와 의견이 다르기 때문에 갈등의 소지가 충분히 있다"며 "금융위와 금감원 간에 주도권을 두고 실랑이가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이민재 기자 (leo4852@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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