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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소액주주를 위한 케이크는 없다

이대호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이대호 기자]
한 기업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가 발언권을 얻기 위해 소리치고 있다.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머니투데이 DB

"주총 대란" vs "3.9%가 대란인가?"

2018년 3월 정기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불거진 '주총 대란' 우려.

주주총회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할 것이라는, 그래서 주총 안건들이 줄줄이 부결될 것이라는 우려였다. 섀도우보팅 제도가 폐지된 뒤 처음 겪는 정기주총 시즌이었기에 불확실성이 컸다.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1,933개 상장사 가운데 의결정족수가 부족해 안건 부결이 난 회사는 76개사, 전체 3.9%였다. 가치 판단에 따라 다르겠지만, '3.9%'를 두고 '주총 대란'이라 할 수 있을까?

이들 76개사 가운데 유관기관에 주주총회 지원을 요청하지 않은 회사가 62개였다. 주총 준비부터 안일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만하다.

3월 말 금요일, 이른바 '슈퍼주총일'에 묻어가는 상장사도 여전히 많았다.

지난달 23일 주주총회를 연 상장사는 코스피 743개사 가운데 296개, 코스닥 1,189개사 가운데 242개에 달했다. 그 다음주 금요일인 30일에 주총을 연 상장사는 코스피 99개, 코스닥 283개였다.

의결 정족수를 채울 수 있는 '전자투표' 도입은 오히려 줄었다.

올해 정기주총에서 전자투표를 활용한 상장회사는 총 486개사로 오히려 전년(688개)보다 30%나 줄었다.

지난해까지는 섀도우보팅 제도를 활용하려면 필수적으로 전자투표를 실시해야 했지만, 올해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즉, 전자투표 활용 목적이 '섀도우보팅 도움'에 있었지, '소액주주 참여 독려'가 아니었다는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반면, 이번 정기주총에서 전자투표를 활용한 주주는 약 3만 6,000명으로 전년(1.1만명)보다 3.3배 급증했다. 투표율도 1.76%에서 3.9%로 2.2배 높아졌다. 미진하기는 하지만 소액주주들이 그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의미다.

이사·감사 선임안이 부결됐다고 큰일 나는 것도 아니다.

신규 혹은 재선임안이 부결되더라도, 이사와 감사는 모두 다음번 주총까지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상법 386조, 415조)

또한 한국거래소는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기업이 감사위원회 구성 요건을 미충족 하더라도 '주총 성립을 위해 노력한 사실*'이 있다면 관리종목으로 지정하지 않는다. (*전자투표 도입 +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기관투자자 등에 의결권 행사 요청, 주총 분산 프로그램 참여 중 1가지 이상 포함)

이밖에도 정관 변경 안건은 시급성이 떨어지고, 임원 보수한도 승인은 차기 주총에서 이를 처리하면 소급 적용할 수 있다. '주총 대란'의 파장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일부 상장사들은 "주총 대란을 피하기 위해 의결정족수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기업 편의'와 '대주주'만을 위한 주장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정윤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3일 자본시장포커스 자료를 통해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나 주주 보호 차원에서 섀도우보팅 제도를 폐지한 취지를 고려한다면, 단순히 의결정족수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은 상장회사 지배구조 개선이나 기업경영에서 소외돼왔던 주주 보호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정 위원은 "대신, 전자투표·서면투표 제도 활용이나 주주관계 개선활동의 강화 등을 통해 주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 주주총회가 명실상부한 최고의 의사결정기관으로서 지위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상장회사, 공개기업으로서 주총에 주주들을 제대로 참여시키려는 노력이 먼저다.

적지 않은 상장사 IR담당자들은 말한다. "소액주주들 많이 와봐야 피곤하기만 하다"고. "소액주주는 대부분 단기투자자인데, 주총에 모시려는 노력까지 해야 하느냐"고. 회사가 시끄러운 일에 얽혔을 때, 소액주주들이 앞자리에 앉지 못하도록 좌석을 모두 임직원들과 협력사 직원들로 채워놓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소액주주 없이 경영하고 싶다면 '공개매수 후 자진상폐'라는 답이 있다. 그럴 수 없다면, 공개기업이 된 이상 '주주=회사주인'이라는 인식을 되새겨야 한다.

공모자금 유치 때만 손 벌리고, 상장 후에는 귀찮은 존재로 인식되는 것이 우리나라 소액주주들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소액주주의 존재감이 빛날 때가 아주 가끔 있다.

합병이나 경영권 분쟁 등 굵직한 이슈가 터졌을 때 상장사 임직원들이 총동원돼 소액주주들을 찾아다니는 경우가 있다. 때로는 수박, 때로는 케이크, 때로는 박카스를 들고 찾아다닌다. 사실 이는 '대주주를 위한' 소액주주 설득의 도구다.

주총 대란은 더 심각해져야 한다. 소액주주를 위한 케이크는 없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이대호 기자 (robin@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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