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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수소전기차는 우리가 갈 방향"이라며 보조금은 나중에?

권순우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권순우 기자]수소전기차 넥쏘 사전 계약을 했던 A씨는 구매 결정까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수소전기차를 사겠다는 A씨에게 "충전소도 없는 수소전기차를 왜 사려고 하느냐", "수소폭탄 터지는 거 아니냐", "마루타가 되려고 하냐"는 주변 사람들의 우려에 대해 해명 아닌 해명을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수소전기차 가격도 조금은 부담스럽지만 친환경적인 부분에 자부심을 느끼고, 뿌듯한 생각이 들어 수소전기차 구매를 결정했습니다.

A씨는 “서울에서 미세먼지 대책 때문에 전철, 버스 운임을 무료로 해주고 하루에 50억원을 썼다는 소식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며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자동차 자체를 친환경으로 바꾸는 정책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A씨는 자동차 구매 결정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아내를 설득하기 위해 바람 쐬러 가자며 ‘현대 고양 모터 스튜디오’를 방문했습니다. 미래적인 디자인과 주행 중에는 차체로 안으로 들어가는 ‘오토플러시 도어핸들’, 콕핏 등이 아내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아내의 윤허(?)를 받은 A씨는 넥쏘 구매를 위해 사전 예약을 했습니다.

A씨가 받은 대기 순번은 31번. A씨는 올해 넥쏘를 구매하는 것을 사실상 포기했습니다. 서울에 배정된 보조금은 3대에 불과해 대기 순번이 앞선 28명이 구매를 포기하고 A씨까지 순서가 돌아올 가능성은 없기 때문입니다. A씨는 “이번 기회에 좋은 공부 많이 했다고 생각하려한다”고 말했습니다.

넥쏘의 가격은 7천만원 내외로 같은 중형 SUV인 신형 싼타페가 3천만원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두배 가까이 차이가 납니다. 정부(2250만원)와 지자체 보조금(1천~1250만원)을 받으면 그나마 비슷한 가격에 구입을 할 수 있습니다.

수소전기차를 사전 예약한 사람은 1000여명에 달합니다. 전국에 충전소가 7개에 불과한 열악한 환경임을 감안하면 엄청나게 많은 수준입니다. 하지만 보조금이 없으면 구매 여력이 대폭 줄어들기 때문에 실제 판매할 수 있는 차량은 보조금 예산이 확보된 246대에 불과합니다. 800여명은 구매를 할 수 없는 겁니다.

넥쏘 구매 희망자들은 수소전기차 보조금이 확대되길 기대했고 환경부도 보조금 확대를 추진했지만 결국 이번 추가경정예산에선 빠졌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지난 2월 문재인 대통령은 “전기차, 수소차와 같은 미래 자동차 보급을 늘리기 위해 국가가 모든 노력을 다해야겠다는 굳은 결심을 하게 됐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또 김동연 경제부총리도 1월 “수소차 분야는 새로운 성장 산업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전향적인 지원을 검토하겠다”며 “추가로 예산이 필요할 경우 다른 예산 전용도 검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정부가 처음 편성한 수소전기차 보조금 예산보다 5배 이상 많은 수요가 확인 됐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추경 예산 편성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번 추경 편성에서 제외가 되면서 수소전기차 구매 희망자는 다음 예산이 편성되는 내년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또 수소전기차가 팔려야 싹을 틔울 수 있는 300여개의 수소전기차 부품회사를 비롯해 민간 충전소 희망자, 충전소 부품을 만드는 중소기업, 수소 운수업자 등도 연쇄적으로 불확실한 상황에 놓이게 됐습니다.

이번 추경 예산에서 수소전기차 보조금 예산이 편성되지 않은 것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이번 추가 경정 예산은 청년 일자리, 지역 예산”이라며 “수소차 보조금 예산은 본예산에 편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은 남습니다.

환경부는 지난해 9월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2022년까지 수소차 1만 5천대를 공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매년 3천대를 판매해야 가능한 목표입니다. 2022년까지 추가적으로 수소전기차가 출시될 가능성이 없다는 점, 신차는 출시되는 시점에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올해 최대한 많이 공급해야 달성 가능한 목표입니다.

정부가 이처럼 수소전기차 공급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중엔 대기업에 대한 특혜가 아니냐는 비판 을 우려했기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사실상 살만한 수소전기차가 현대차 넥쏘 밖에 없기 때문에 수소전기차 지원이 현대차 지원이라는 인식입니다.

전 세계에 상용화된 수소전기차를 만드는 회사는 토요타, 혼다, 현대차 3곳 밖에 없습니다. 정부의 수소전기차 지원이 특정 자동차 회사에 대한 지원이라면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모든 국가들은 남의 나라 기업을 지원하고 있는 셈입니다. 지난해 수소전기차가 가장 많이 팔린 국가는 자국 수소전기차가 없는 미국이었습니다.

수소전기차는 자동차의 동력을 바꾸는 것을 넘어 화석 에너지에서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되는 인류사적 흐름의 중심에 있습니다. 독일, 일본, 미국, 중국 등 수소에너지에 관심을 두는 국가들은 자동차 산업 정책을 넘어 기후 변화, 국가 에너지 전환에서 수소를 다루고 있습니다. 독일과 일본의 자동차 회사들은 정부의 큰 흐름과 지원 하에 수소전기차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국가적인 에너지 로드맵이 미흡한 상황에서 민간기업인 현대차가 독자적으로 나서서 90년대부터 수소전기차를 개발해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전기차를 만들었습니다. 만약 국내에서 개발된 수소전기차가 없었다면 한국 사람들은 외국산 수소전기차를 살 수밖에 없고, 앞으로도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수소전기차 지원이 현대차에 대한 특혜라는 인식은 일반일들에게만 국한된 것 같지는 않습니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은 지난달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수소전기차 정책 토론회’에서 “당면하고 있는 연료 규제, 기후 문제, 미세먼지 문제를 통틀어서 수소전기차는 우리가 가야할 방향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현대차의 2017년도 매출액은 100조원이고 영업이익은 4.5조원”이라며 “수소차 문제를 넘는데 정부에게 기대하기보다는 민간에서 대책을 찾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수소전기차 보급을 위해서는 수소의 생산과 운송, 보관을 비롯해 수소 에너지 기술 개발, 규제 개선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엄청나게 많습니다.

그나마 수소전기차 구매 보조금은 가장 규모도 작고 쉬운 문제입니다. 세계 최고의 수소전기차를 현대차와 국내 중소중견 기업 300여곳이 함께 개발했고 사겠다는 구매 희망자도 충분히 있습니다.

수소전기차 구매 희망자 1천명에게 모두 보조금을 지급할 때 필요한 예산은 350억원입니다. 서울시가 미세먼지가 많은 날 대중교통을 무료로 해주기 위해 집행하는 예산(하루 50억원) 일주일 분량입니다.

내년 이후에는 독일과 일본의 수소전기차 모델이 출시가 될 전망입니다. 누구보다 먼저 차세대 모델을 만들어 수소전기차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는데 이 의미를 우리 정부가 제대로 받아들이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soonwoo@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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